‘밀양송전탑 논란’ 상경한 밀양 주민들은 지금?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밀양 주민들이 22일 경찰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경찰 공권력 남용을 비판했다. 주민들은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 앞에서 경찰의 폭력적 공권력 남용 중단을 촉구하는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대책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회견에는 밀양 주민 10명과 대책위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경찰은 밀양에서 철수하고, 이성한 경찰청장은 폭력적 공권력 남용에 대해 책임지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대책위는 “산 속에서 밤샘 농성 중인 주민들에게 전해줄 먹을거리, 의료물품, 보온기구 조차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다”며 “경찰이 주민 안전을 되레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밀양시 단장면 주민 송루시아(57) 씨는 “경찰청 앞에 ‘국민이 행복한 나라 치안강국 대한민국’이라고 써있는데 (밀양 공사 현장의) 4번이나 거쳐야 되는 길을 경찰들이 장악해 개미 한 마리 올라갈 수 없으니 치안강국이 맞다”고 말했다. 그느 이어 “정부 명령에 따라 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이 정도까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이해가 안된다. 한전보다 경찰이 더 미울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경찰은 지난 16일 밀양 주민 박모(57) 씨 등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했다. 박 씨는 트랙터로 의경을 다치게 한 혐의로 체포됐다.

대책위는 이날 오후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밀양 송전탑 문제해결을 위한 대국민 호소 릴레이 765배’ 행사도 진행했다. 대책위는 765배를 마친 뒤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까지 인도를 통해 행진하는 집회를 신고했으나 지난 19일 경찰에서 금지통보를 보내 취소했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인도 행진이 취소된 것은 처음이어서 황당하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오는 25일까지 집회와 기자회견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다. 23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 24일에는 청와대 앞인 서울 청운동사무소에 가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한전 대상 국회 국정감사가 열리는 25일을 대비해 24일부터 국회 앞에서 철야농성도 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조계종 노동위원회(위원장 종호 스님)는 무리한 공사강행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밀양 송전탑의 건설 중단을 위해 발 벗고 나서기로 했다. 노동위는 오는 24일 오후 12시30분 서울 대한문 앞에서 밀양 송전탑 대책위가 진행하는 ‘송전탑 건설 반대 765배’ 행사에 동참한다. 이번 765배 행사에는 조계종 노동위 위원장 종호 스님과 부위원장 혜조 스님, 노동위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송전탑 건설 중단에 적극 나서기로 결의한 노동위 위원장 종호 스님은 “이번 765배 동참을 통해 밀양 주민들의 아픔과 고통의 눈물을 함께하며 정부·한전에게는 폭력을 중단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라며 “그동안 공공성의 이름으로 저질러온 자연·공동체 파괴 및 사유재산 점유에 대해 이제는 근본적 해결책과 대안을 찾아나가야 할 때이며 과거와 같은 일방적 통치를 내세우는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위는 향후 송전탑 대책위와 함께 건립중단을 촉구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간다는 계획이다.






현재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고 있는 밀양 송전탑 건설은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공사강행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16일 케이블 재시험 불합격으로 신고리 핵발전소 3·4호기의 가동을 늦추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전은 경찰의 지원 아래 송전탑 굴착, 지하 원형보 강판 설치, 철근조립 등 기초공사를 강행해 지역주민과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22일 경남 밀양에서 송전탑 기초공사의 마지막 단계인 콘크리트 작업을 처음으로 시작하기도 했다.

이에 송전탑 대책위는 밀양 주민들과 함께 대한문 앞에서 밀양 송전탑 765kv를 상징하는 765배를 매일 진행하고 있다. 대책위는 “신고리 원전 3, 4호기 케이블 성능시험 검사 결과에 따라 준공이 2년 이상 연기된 상황에서 밀양 송전탑 공사를 강행할 명분이 사라졌다”며 “즉각적인 공사 중단과 함께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들라”고 촉구하고 있다. 한편 조계종 환경위원회(위원장 장명 스님)는 23일 오전 11시 대한문에서 밀양 송전탑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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