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희생의 시스템 후쿠시마 오키나와
<신간> 희생의 시스템 후쿠시마 오키나와
  • 승인 2013.10.2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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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하시 데쓰야 지음/ 한승동 옮김/ 돌베개





이 책은 현대 일본 사회를 통찰한 철학 에세이다. 철학자이며 도쿄대 교수이기도 한 저자 다카하시 데쓰야는 전후戰後 일본(제2차세계대전 패전 이후의 일본, 즉 현대 일본) 사회 속에서 ‘희생의 시스템’이라는 개념을 찾고 그 대표적 예로 원자력발전(후쿠시마)과 미일 안보체제(오키나와)를 지목한다. 국가와 희생 등의 테마로 현대 일본 사회의 특징을 성찰하며 그 어두운 면을 예리하게 비판해 온 그가 정의한 ‘희생의 시스템’은 다음과 같다.
 
희생의 시스템에서는 어떤 자(들)의 이익이 다른 것(들)의 생활(생명, 건강, 일상, 재산, 존엄, 희망 등등)을 희생시켜서 산출되고 유지된다. 희생시키는 자의 이익은 희생당하는 것의 희생 없이는 산출되지 못하고 유지될 수도 없다. 이 희생은 통상 은폐돼 있거나 공동체(국가, 국민, 사회, 기업 등등)에 대한 ‘귀중한 희생’으로 미화되고 정당화된다.

저자는 나아가 ‘전후 일본’이라는 국가 자체도 ‘희생의 시스템’으로 볼 수가 있다고 말한다. 위험이 따르는 이익에 대해 ‘향유자’와 ‘희생자’가 언제나 분리되는 사회. 저자는 그것을 ‘희생의 시스템’ 나아가 일종의 ‘식민지주의’라고 부른다.

이 책은 전문 개념이나 역사적 사실과 같은 배경지식 없이도 현 사회에 대한 깊은 고민과 철학적 성찰을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는 글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그 가운데는 유소년기를 보낸 고향 후쿠시마에 대한 저자의 시각과 감정이 생생히 드러나 있다. 저자는 소년 시절, 현재는 방사능 위험 경계구역으로 지정된 도미오카마치(富岡町)에서 실제로 살기도 했었다. 직접 살았던 고향의 대재난을 목격한 슬픔, 이제는 도쿄 수도권 주민이라는 일종의 ‘가해자’이기에 느끼는 죄책감, 무엇보다 자기 자신조차 희생의 시스템을 내재화한 한 사람이었음을 자각하게 된 고통 등 저자의 긴급하고 절실한 집필을 이끈 감정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러한 절실함 때문에 저자의 글은 더욱 깊이와 무게를 지니게 된다. 이 책이 다루는 구체적 사실의 범위는 전문서들에 비해 소략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원자력 마피아, 오키나와 문제의 본질, 그리고 진실을 어떤 전문서들보다도 압축적으로, 감명 깊게 보여 준다. 나아가 희생의 시스템 안에서 그 누구도 예외 없이 그 일부가 되어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음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저자가 보이는 ‘수도권 사람’, ‘일본인’, ‘인간’으로서의 자성적 시각은, 일찍이 전후 일본을 ‘무책임 체제’라 설명했던 비판적 사상가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의 정신적 태도를 계승하면서도 그보다 한층 더 나아간 실천적 사고라 평가될 만하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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