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 학교비정규직 ‘총파업 선포’ 막후



‘학교 급식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두며 파업에 나섰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학비노조)들이 또 다시 총력투쟁에 들어간다. 이들은 전국적인 학교현장의 파업 사태에도 박근혜 정부가 단체교섭 불응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오는 29일부터 파업 투쟁을 포함한 총력투쟁에 돌입하기로 했다. 12월에도 노조는 교섭에 나오지 않는 교육청을 상대로 한 지역단위 파업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면서도 여전히 형편없는 대우를 받고 있다. 대부분 연차도 제대로 쓰지 못하며 일하다가 새 학기를 앞두고 대량 해고당하기 일쑤인 전국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 <위클리서울>은 과연 이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그리고 왜 투쟁에 나서는지 그 이유를 살펴봤다.
  


100만원도 못 받아

학교비정규직은 급식실 종사자, 상담사, 치료사, 평생 복지사, 영어 전문 강사직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있다. 통계에 따르면 이들 비정규직은 15만명에 달한다. 통계에 들어가 있지 않는 당직자나 청소노동자까지 포함하면 2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가장 열악한 대우를 받으며 힘들게 일하는 이들이 급식실 종사자들이고,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급식실 종사자는 여성이 90%에 달한다. 방학 때는 일을 안 하지만, 연봉을 12개월로 쪼개서 월급을 준다. 실제 9개월 밖에 일하지 않는 셈이어서 급여가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친다. 월 100만원도 안되는 실정이다.

조리사 이모(여. 43) 씨는 “기본적으로 우리 노동자들은 1년을 일하나 10년을 일하나 똑같은 기본급을 받고 있다. 밥값도 차별받고 또 명절휴가비나 상여금, 복지 포인트 이런 곳에서도 차별을 받는다”고 밝혔다. 그는 “정규직의 반도 안 되는 100만원도 안되는 급여를 받는다”며 “호봉제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나 교육청은 지난해나 올해나 여전히 우리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무기 계약직 신분이지만 정규직과는 거리가 있다고도 했다. 그는 “무기 계약직은 무기한 계약직에 불과하다. 무기한 비정규직이라고도 할 수 있다”며 “제가 7년째 일했지만 100만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고 있다. 정부가 무기 계약직 전환이라는 생색내기를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씨는 파업으로 인한 급식중단 사태와 관련해선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이 씨는 “여름철엔 60도의 고온에서 조리를 한다. 이처럼 열악한 현장에서 일하며 지금껏 참아왔다”며 “우리도 가슴이 아프다. 저 역시 학부모고, 아이들의 영양을 책임지는데 오죽하면 이러겠는가. 밥을 만드는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해달라는 것일 뿐”이라고 호소했다. 



권모(47. 여) 씨는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학교 코디네이터’로 일했다. 하루에 5~6시간씩 일하며 학부모 민원상담, 공문 작성 등의 업무를 맡았다. 한달 받는 급여는 55~70만원. 시급제다보니 일하는 시간에 따라 급여가 달라진다. 권 씨는 “짧은 근무시간에 업무를 소화할 수 없었고, 초과근무를 해도 수당은 나오지 않았다”며 “결국 얼마 전 처우개선을 요구했다가 해고당했다”고 했다.

그는 “교육청은 시급을 인상하는 대신 근무시간을 주 15시간 미만으로 줄이는 안을 내놨다”며 “주 15시간 미만 근로 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퇴직금도 못 받고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도 안 돼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4년간 4번의 해고를 당한 특수교육보조원 김모(52. 여) 씨. 그는 매년 계약만료라는 이유로 저항 한 번 못해봤다고 했다. 특수교사의 추천서를 받아들고 이 학교, 저 학교로 옮겨 다녀야했다. 아들이 지적장애자라고 밝힌 김 씨는 “자폐나 지적장애 아이들을 살피는 데는 전문성이 요구된다. 그런데 교육청이나 학교에선 그저 보조라며 기만한다”며 “특수교사처럼 특수교육보조원도 순환 배치해 장애학생에게 수준 있는 특수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수교육보조원은 2년이 지나면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되는 직종이다. 그러나 실상은 ‘1년 단위 비정규직’이라는 게 이들 노동자들의 얘기다. 서진영 전국여성노동조합 전북지부 특수교육지도사(특수교육보조원) 지회장은 “우리는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장애학생 수가 달라질 때마다 학교를 옮겨야 하는데 몇 년을 무기 계약직으로 일해도 학교가 경력을 인정해주지 않고 신규채용을 요구한다”며 “이러한 경력단절을 해소하고, 해고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교육감이 사용자가 돼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동산 공공운수노조 학교비정규직본부 정책기획국장은 “각종 법규 해석상 국공립학교의 설치, 운영 주체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학교비정규직의 사용자는 교과부 장관과 교육감”이라며 “지자체가 설립하고 경영하는 공립학교 전체가 하나의 사업단위이기 때문에 개별 학교 단위에서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한 정리해고는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단위학교에서는 학생 수 변동이 심하지만 지역 단위로 보면 그렇지 않은 만큼 전환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전국의 학교비정규직은 교육감 직접고용 등을 요구하면서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교육감이 이들을 직접 고용하고 있는 곳은 강원도와 광주광역시 2곳뿐이다. 전남, 전북은 일부 직종에만 한하고, 경기도는 내년부터 직접 고용할 예정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 40만명

학교 외에도 구청, 공사, 공단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개선도 관심사다. 국책연구기관, 공단, 공사 등에 소속된 시간제 노동자는 2011년 4061명에서 2012년 7642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기도 했다. 시간제 노동자의 증가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는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2017년까지 시간제 일자리 93만개를 새로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배동산 국장은 “학교 외에도 학교 내 단기 알바와 같은 노동자들이 20만명에 달한다. 학교비정규직과 모두 합쳐 40만명에 달하는 수”라며 “학교 회계직 중 단시간 근무 8개 직종의 평균임금은 88만4000원으로 이는 전체 비정규직 평균임금 월 133만대의 66%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 번 단시간 노동자가 되면 평생 단시간 노동자로 일해야 하는 게 현재의 사회구조”라며 “질 나쁜 일자리 확대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배 국장은 “시간제 일자리가 초단시간 근로로 변경돼 노동의 질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가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간제 일자리를 창출할 수밖에 없다”며 “시간제 일자리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먼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체 지부, 농성 돌입 예정

학비노조는 오는 29일부터 총력투쟁에 돌입한다. 학비노조는 “전체 지부가 29~30일 각 지역 교육청과 시내 주요지점에서 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29일엔 경남, 광주, 대구, 대전, 부산, 서울, 울산, 인천, 전북, 제주, 충북지부가, 30일엔 강원, 경기, 전남지부가 농성에 돌입한다.  

이들은 ▲학교비정규직 임금체계 개선위원회의 즉각적인 설치와 노조 참여 보장 ▲교과부 및 각 시도교육청의 즉각적인 단체교섭 진행 ▲부당노동행위 중단과 고용안정 대책 마련 등에 대한 전향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14~15일 학비노조는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학교비정규직 근로자 일부가 경고 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당시 전북, 대전, 울산, 경기도와 충북지역 일부 학교는 점심급식을 도시락 혹은 빵과 우유 등으로 대체했다.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이 기간 파업에 들어간 학교비정규직 근로자는 공공운수노조 전국회계직연합(전회련) 학교비정규직본부, 전국여성노조, 전국학비노조로 구성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소속 경기도 내 138개 학교 노조원 750명과 충북지역 10개 학교 노조원 60명 등으로 잠정 집계됐다.



조리실무사 및 조리사와 배식보조, 영양사 등 급식 관련 근로자들이 파업에 참여한 학교 80곳에서, 충북의 경우 4곳에서 급식운영에 차질이 빚어졌다. 경기도 내 80개 학교 중 29곳은 도시락으로 대체했으며, 47곳은 빵과 우유 등 간편식을 제공했다. 4개 학교는 단축수업을 했다. 충북지역에서도 급식 대신 빵과 우유로 대체하고, 사전에 도시락을 준비해 달라는 안내문을 각 가정에 발송하기도 했다.

박금자 학비노조 공동대표는 “올해가 가기 전에 호봉제를 쟁취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할 것”이라며 “투쟁은 12월에도 계속된다. 우리가 아이들을 볼모로 투쟁한다고 여기는 분들이 있지만, 우리 역시 마음이 편치 않다. 대부분 노동자들이 아이들을 키우는 학부모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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