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헌 지음/ 문학동네






독재정권 아래서 탄압받는 양심수와 시국사범을 변호하고 민주화와 인권운동에 변호사 인생을 송두리째 바쳐온 한승헌 변호사. 시 쓰는 변호사로도 유명한 그는 특히 문인과 지식인이 억울하게 연루된 필화 사건을 변호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이 책은 한승헌 변호사가 젊은 시절부터 이 땅의 표현의 자유를 지켜내고자 한결같이 싸워온 55년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검사직을 그만두고 변호사로 전신해 처음 변호를 맡은 남정현 단편소설 「분지」 사건부터 월간 『다리』 사건, 전두환 정권 ‘보도지침’ 폭로, 민중미술 <진달래> 걸개그림 사건, 한겨레신문 방북취재기획 사건, 장편소설 『즐거운 사라』 논란, 작가 황석영 방북 사건 등 총 17건의 사건 개요와 재판 기록을 담았다.

저자는 수많은 필화 사건을 되짚으면서 법과 예술의 관계에 대해 본질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과연 법은 예술을 규제할 수 있는가? 법조항은 규제의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는가? 더불어 자유를 추구하려는 자와 권력을 유지하려는 자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말하면서, 그 승패가 경직된 법조항에 달려 있는 법체제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과거의 필화 사건들을 하나하나 읽어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오늘날의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는 그때보다 좀더 성숙했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여전히 ‘국가보안법’은 살아 있고, 검열의 굴레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예술계와 미디어 환경을 구태스럽게 옥죈다. 또한 여전히 정치 풍자는 쉬이 법적 처벌대상이 되고, 어떤 책들은 여전히 불온서적으로 낙인찍힌다. 과거의 불합리와 비이성을 깨끗이 씻어내지 못한 시대의 한계다. 게다가 필화 사건은 권력이 비대해질 때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저자는 여전히 많은 개선이 필요한 법체계를 개선해나갈 것을 주문하면서 시대가 변함에 따라 더욱 교묘해지는 자유에 대한 억압과 21세기형 필화에 대해 우려한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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