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현 지음/ 채륜서






한옥은 아름다운 건축물로 손꼽힌다. 하지만 막상 한옥의 ‘미’에 대해 물으면 대답이 두루뭉술해지고, 심지어 서양 건축물과 나란히 볼 땐 굳게 믿은 아름다움에 혼란이 오기도 한다. 한옥의 ‘아름다움’이란 단지 민족적 자부심이 빚어낸 착각일까?

이런 태도는 평소 예술을 보는 우리 눈이 ‘서양 고전미학’에 익숙한 탓이다. 서양미학이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평소 물건을 고를 때 서양의 미적 가치를 들이미는 우리는 알고 보면 서양미학에 통달한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전미학의 잣대로는 한옥의 ‘진짜’ 아름다움을 보기 어렵다. 서양과 다른 우리의 독특한 건축 개념 때문이다. 우리에게 건축은 단순한 건물의 의미가 아니어서 대상이 가진 비례와 색(빛)을 따지는 서양 고전미학의 기준을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래서 우리가 한옥의 아름다움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 한옥은 예로부터 내려온 전통 건축물이지만, 전혀 고리타분하지 않고 오히려 현대적인 감각을 품고 있다. 현대미학에서의 아름다움이 대상 자체에서 대상을 보는 사람의 주관으로 넘어온 만큼, 한옥을 읽는 데는 서양 고전미학보다는 현대미학이 더 적합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한옥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부족하고 한옥이 가진 특성을 고려하면서 다른 나라와 차별된 미적 태도로 보아야 비로소 한옥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 읽어야 한옥의 참다운 맛을 느낄 수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아니, 사실 본능적으로 한옥의 공간을 서양과 다르게 봐야 한다는 걸 알고 있기에 구체적인 방법을 모른다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할 것 같다. 그래서 고전미학과 현대미학의 관점을 한옥에 적용하면서 한옥을 탄생시킨 문화적 특성으로 말미암은 미적 태도까지 짚어 줄 수 있는 도우미가 필요한데, 이 책이 바로 그 역할을 해 준다. 우리가 한옥에 가졌던 편견과 오해를 바로잡고 다른 나라와 차별된 우리의 미적 태도를 익혀 한옥의 참맛을 음미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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