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진단> 2014년의 남북과 동북아 어디로 가나-2회


토론참석자: 김이경 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사무총장,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위원(사진 왼쪽부터 가나다순)





- DMZ 평화공원 조성, 가능한 기획이라고 생각하나.
▲ 김 : 평화공원 조성은 불가능하다. 한-미-일 동맹 강화 속에서는 불가능하다. 이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북한은 평화공원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대통령 아젠다를 실현하기 위해 단지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공원 하나 만들어놓고 임기 끝나는 것만은 막아야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기반조성 기초라도 다져놓는 장기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현 정부에선 힘들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장기 플랜이 있어야 한다. 
▲ 양 : 지속적 논의에도 불구하고 잠정적 군사완충지대에 따른 불안전성과 가변성, 극한의 정치적 대립과 갈등 등으로 지금 상황에선 현실화되기 어렵다. DMZ가 가진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최소 수준의 긴장완화를 유도해 기반을 조성하는 단계로 국내외적 협력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상호 군사적 부담이 적은 범위 내에서 평화공원을 조성하고 협력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
▲ 전: 박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내용은 좀 당황스럽다. 갑자기 몇 단계를 뛰어버리고 얘기한 것이다. 평화공원을 조성하려면 여려 가지 기반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기반이 없는 상태다. 전제조건이 없다는 얘기다. 정전 협정을 기준으로 보면, 북한과 협력 없이 DMZ에 점 하나 찍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DMZ의 소유권은 사실상 UN이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전 체제 변경으로 해석되는 어려움이 있다. 남북간 신뢰 구축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지만, 평화공원 자체는 좋은 아이템이다. 남북관계에 동력이 돼 남북관계 발전을 이끌 수 있다. 평화공원이 정착되려면 우선 정치, 군사적 상호 부담이 적은 지역을 선정, 협력거점으로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DMZ 내부 협력거점과 연결할 수 있는 남북한 접경지역 연계거점 개발 및 외연확대가 전제돼야 한다.
▲ 정 : ‘강대국의 참여, 국제기구의 중재, 현지 지역의 적극적 참여, 다자적 접근’의 4가지가 협력사업의 전제조건이다. 특히 평화공원의 조성을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에게 편익을 가시적으로 보여주어야만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할 수 있다. 북과 교류를 유도해 낼 수 있는 선결조건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북한에 경제적 이득을 줄 수 있는 실질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또한 평화공원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국제기구, 단체, 외국자본의 참여가 필요하다.

- 남북관계를 포함, 현재 동북아 정세는 어떻게 평가하나.  
▲ 양 : 지난해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전통적 한-미-일 공조는 깨졌다. 일본이 독자 노선을 걸으며 북한과의 수교 교섭을 시도하는 동안 오히려 중국이 새로 참여한 한-미-중 삼각공조가 이뤄지는 형태로 조금씩 변화했다. 2008년 이후 열리지 않고 있는 6자회담을 계속 방치하기보다 북핵 문제와 관련 북미 간 진정성 있는 대화가 가능할지 살펴야 한다. 북핵 문제에 있어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을 분리해서 대응할 수도 있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에 대해 이 둘 중 하나는 포기하는 방식의 카드를 던질 수도 있다. 이 카드를 북한이 받으면 북미관계는 크게 개선될 수도 있다.
▲ 전 : 동북아가 안정적이 되려면 우선 북미관계의 진전이 있어야 한다. 큰 진전을 이루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아주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한 미국이 북핵 문제에 본격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은 낮다. 미국은 여전히 외교정책에서 최우선순위를 시리아 내전과 이란 핵문제 등 중동에 두고 있다. 오바마 정부로서는 이란 핵문제에서 성과도 내고 있지만 북핵은 다루기가 매우 까다롭다고 여길 것이다.
▲ 정 : 클린턴 이후 미국이 북핵 문제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도 못했고 오히려 미국 외교정책의 무덤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미국이 ‘아시아의 귀환’을 부르짖으며 중국을 견제하고 한-미-일 ‘신 삼각동맹’을 강화하려 하기 때문에 북한의 잠재된 위기를 적당한 수준에서 관리할 가능성이 크다.



- 장성택 처형은 향후 북한 내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나.
▲ 양 : 장성택 처형과 같은 사태는 북한만이 할 수 있는 조치였다. 김정은이 권력을 세습하면서 힘을 과시하고 있는데 인척관계 등을 뛰어넘어 북한 내부로 보면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고 표적이 될 수 있다. 그야말로 권력투쟁이다. 김정은이 아직 권력을 확실하게 쥐고 있지 못한 상황을 보여주고, 군부 등의 세력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장성택이 숙청될 때 북한 노동신문 등에 실린 죄목들을 잘 살펴보면 누구나 꼬투리가 잡힐 수 있는 내용들이다. 이는 김정은이 권력의 속성상 장성택 숙청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 전 : 김정은 체제를 뒷받침하는 것은 ‘혁명 3~4세대’로 김일성 시대 혁명 유자녀들이다. 특권층의 자제들이다. 장성택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전 권력 공백기에 힘이 쏠리면서 2인자 정도였지만 유일체제에 도전할 수 있는 배경을 갖게 됐고 실권을 착착 장악해나가다가 경제적 이권 문제 등에서 이들 혁명 3~4세대와 갈등이 생겼다. 북한의 신진 엘리트인 이들 혁명 3~4세대를 빨치산 혈통인 최룡해가 관리해왔고 김정은과 연결시키는 매개역할을 했다. 그래서 장성택 숙청은 북한의 신구 파워 엘리트 간 권력투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김정은의 친정체제 구축 과정인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의 권력구조로 볼 때 장성택이 대내외적 완충장치 역할을 해왔는데 이 부분이 제거됐기 때문에 향후 북한에 문제가 생기면 모든 책임은 김정은에게 돌아오게 돼있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북한 체제의 불안정, 급변 사태 등이 우려되기는 한다.
한편으로는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 장성택이 담당했던 분야가 경제다. 남북경협 등에 관심이 많았기에 사실 우리 입장에선 아까운 인물이기는 하다. 달리 보면 북한은 결국 수령체제다. 수령 이외에 나머지는 일꾼이다. 장성택이 없으면 장성택을 대신할 사람을 등장시키면 된다. 북한 체제라는 게 그렇다.
▲ 정 : 장성택 처형을 포괄적으로 살펴보면 한마디로 주어진 권력의 홀로 서기 작업이다. 김정은은 권력을 물려받았기 때문에 아버지의 그림자를 지워가면서 독자적 세력 구축과 권력 행사 작업들을 할 수밖에 없다. 권력의 기본적인 속성이다. 그렇다면 장성택 숙청의 결정적 배경이 무엇인지 따져보는 것이 중요한데 북한 권력 엘리트 내부에 갈등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장성택 숙청의 극단적 진행 과정에서 드러나는 북한 내 파워 엘리트 간 균열이 있다는 얘기다. 김정은의 권력이 북한 내부를 완전히 통합할 만큼은 아니고 상당히 불안정하다는 징후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 유라시아를 잇는 북한의 고속철도에 중국 자본이 투입됐다. 남한도 참여 가능한 사업이라고 생각하나.
▲ 김 : 북으로서도 안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지금 남북관계가 불안정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남쪽에서의 한미군사훈련을 북침훈련이라고 본다. 북에서 그렇게 위협을 느끼고 있다. 북한은 전쟁훈련 중단과 축소를 원한다. 사실 전쟁연습을 굳이 북한 앞바다에서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사람들은 매번 하는 훈련인데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떠느냐고도 한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라. 우리 앞바다에서 중국과 북한, 일본 배들이 대포 쏘며 전쟁연습 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어쨌거나 이런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취한다면 남북철도도 가능할 것이다.  남북철도 연결은 산업, 지하자원 협력, 관광 등 남북경제협력을 통한 국익을 증대시킬 것이다. 더구나 이건 우리에게 더 좋은 사업이다. 남한의 철도가 시베리아횡단철도, 중국횡단철도와 연결된다면 한국 경제의 대륙진출도 가능하게 된다. 내부적으로는 철도공사가 흑자기관이 돼 노조와도 상생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 양 :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을 두고 정부는 철도산업의 감당하기 어려운 적자문제를 해소하려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남북철도 연결에 적극 참여하고,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으로 촉발된 사회적 갈등과 의혹이 풀리고 한반도에 평화가 앞당겨진다면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 정 : 일단 성사만 된다면, 남북철도 연결과 유라시아대륙철도 등 기술적 문제는 10년 안에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남북 간 경직된 상태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북핵 문제를 남북 간 경협재개의 전제조건으로 삼는 것보다 우리가 먼저 다가가야 한다. 한반도 경제협력체계의 구축과 평화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북측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접근해야 할 것이다.

- 여러모로 정세가 어수선한 상황이다. 향후 남북관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 김 : 향후 남북관계 전망이 쉽진 않지만 일단 북한이 보내오는 신호가 그 속내와 관계없이 긍정적이라면 그 답변도 긍정적일 필요가 있다. 아무리 나쁜 상대라고 해도 호의를 보인다면 거기에 응하는 태도로 나가는 것이 외교다. 남북관계는 더욱 그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없다. 북한이 보내는 작은 신호라도 착실히 대응했으면 한다.
▲ 양 : 정부는 이제 앞으로 4년 동안 북한과 담을 쌓고 갈 것인지, 아니면 발상의 전환을 할 것인지 그 기로에 서 있다. 언제까지 대한민국이 남북관계에 있어 핵 문제로 골치 아파해야 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박 대통령이 기존 정부 입장을 신년회견에서도 강조했지만 이산가족 상봉 등을 제안한 것은 ‘굿 모멘텀’이라고 평가한다. 북한 핵능력 고도화 차단도 북핵 대응에 있어 정부 인식의 변화를 조심스럽게 기대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태도다. 이 같은 인식을 실제로 하면서 미국의 변화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적극적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좀 더 살펴봐야 할 것 같다.
▲ 전 : 비록 물 건너간 얘기지만 대통령이 신년회견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한 것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이어서 금강산 관광재개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전향적으로 나섰으면 한다. 이명박 정부 당시에도 집권 2년 차를 맞아 북한과 대화가 적극 추진됐지만 불발로 끝나면서 천안함 사태, 연평도 포격으로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당시를 반면교사로 삼아 남북관계 개선을 이끌어냈으면 한다.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계속 국제사회와 공조하면서도 남북관계의 진전 상황도 같이 봐야 한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은 강력한 비핵화 사전 조치를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건 한-미-일과 조속한 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북-중-러의 입장이 서로 부딪히면서 재개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인도적 지원, 학술 등 사회문화 교류 등 분야에서 5.24 조치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 정 : 북한이 변화하는 것과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이 있다. 세습된 권력의 유일체제는 강화되고 있고 여전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 시장경제가 촉진되고 있고 이익집단이 나타나고 있다. 북한 내부 엘리트 간 균열과 갈등도 있다. 결국 1956년 8월 종파사건, 1967년 갑산파 숙청 후 김일성 체제가 더 공고화된 데서 추론할 수 있듯이 장성택 숙청은 김정은 체제에 안정성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김정은 정권과의 대화를 통해 한반도 안정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북한의 개방을 촉진하고 교류를 확대할 때 가능한 일이다.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일종의 화답을 했다. 박근혜 정부가 올해 이 부분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집권기간 내에 남북문제를 개선할 기회는 없을지 모른다.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
정리 오진석 기자
ojs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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