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배 과오 부정하는 아베... 동북아 갈등 달아올라

지난해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재점화된 한국·중국과 일본의 과거사 공방이 `전면전` 양상의 강 대 강 대결로 격화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소재로 국내외에서 대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중국도 과거사 문제를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에 이은 또 하나의 대일 전선으로 삼아 공세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수세에 몰린 일본이 침략과 식민지배의 과오를 사실상 부정하는 아베식 우파 역사관으로 `맞불작전`에 나서면서 동북아 갈등의 화로는 달아오르고 있다.

중국의 경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외사위원회 푸잉 주임이 1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열린 뮌헨 안보회의 토론회에서 "우리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일본이 하고 있는) 역사와 전쟁 범죄의 부정"이라며 일본의 역사인식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더불어 중국 상하이사범대학 중국위안부문제센터는 8∼9일 상하이에서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역사연구소와 함께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을 열기로 했고,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사회과학원 `731문제 국제연구센터`는 올해 731부대의 죄행을 추가로 폭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키로 했다. 지난달 19일 헤이룽장성 하얼빈역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개설한 것과 같은 맥락의 대일 역사 공세다.

더불어 한중 양국은 지난달 29일 1차 세계대전 발생 100주년을 맞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주최한 `전쟁의 교훈과 영구평화 모색` 토론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역사교과서 왜곡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을 테마로 일본을 협공했다.





외교부 동북아국장 경력의 조세영 동서대 국제학부 특임교수는 "한국도 공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중국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이후 (대일관계에서) 루비콘강을 건넌 듯한 모습"이라며 "과거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2001∼2006년 재임)가 매년 야스쿠니에 참배하는 와중에도 중국은 지금처럼 전방위적으로 대일 공세에 나서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9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책임자 처벌, 정부 차원의 배상 및 사과, 교과서 기술 등을 요구한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CESCR·사회권위원회)와 고문방지위원회(CAT)의 권고에 관해 "이 권고에는 우리나라의 생각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며 "사실 오인에 기반을 둔 일방적인 것으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는 과거사에 관해 역대 내각의 인식을 계승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의도적으로 일본의 식민지배와 침략을 인정한 부분을 제외하고 발언, `침략의 정의는 정해져 있지 않다`는 `소신`을 재확인했다. 아울러 주최 측의 반대로 무산되긴 했지만 일본 측은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에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이 "사실왜곡"이라는 취지의 반박 전시회를 개최하려 시도했다.

여기에 더해 사사에 겐이치로 주미 일본 대사는 지난달 29일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2014년 아시아·태평양 전망` 세미나에서 중국을 향해서는 "왜 과거에만 초점을 맞추느냐"고 날을 세운 데 이어 미국을 향해서는 "누가 친구이고, 문제아인지 분명히 하라"며 동맹국인 일본과,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 사이에서 양자택일하라고 압박했다.

우선 미국 조야에서는 대일 비판에 동조하는 흐름이 확인되고 있다. 에드 로이스 미국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의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을 방문, 최근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황금자 할머니의 영정 앞에 조의를 표한 것이 대표적 예다.

또 스콧 가렛(공화·뉴저지) 등 미국 하원의원 3명은 지난달 29일 "일본 정부가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의 위안부 운영에 대해 사죄할 것을 독려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 보냈다.

그러나 `1등`을 위협하며 부상중인 세계 2위 강대국(중국)과 과거의 영화회복을 꾀하는 3위 강대국(일본) 간의 피할 수 없는 갈등을 사태의 본질로 규정하며 양측간 역사갈등에 피로감을 느끼는 국제여론도 없지 않다.

인터내셔널뉴욕타임스(INYT)가 27일자 사설을 통해 중국과 일본이 역사에 대해 계속 자기 주장만 하지 말고 양국의 차이를 조정할 구체적인 이슈를 다뤄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 한 예다.

동북아 갈등구도의 향배에는 4월로 예정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이 중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오바마의 동북아행을 계기로 미국을 대일 압박의 틀에 끌어들이려는 한중과 오바마의 일본 방문을 성사시킴으로써 `그래도 미일동맹`이라는 메시지를 끌어내려는 일본간의 치열한 대미 외교전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현 동북아 역사갈등 국면에서 한국 정부에 과잉대응을 피할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조세영 교수는 "중국과 일본이 영토, 역사, 안보 등 문제에서 전면적으로 대결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현재의 동북아 갈등구조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다"며 "두 강대국이 강대강으로 맞서는 상황에서 우리는 일본에 항의할 것은 하더라도 과잉대응은 피하고, 실무 당국간 대화는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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