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문제 다룬 ‘또 하나의 약속’과 ‘탐욕의 제국’, ‘변호인 열풍’ 이어가나...?

삼성반도체의 산업재해 문제를 다룬 영화가 잇따라 개봉될 예정이다. 오는 6일 개봉하는 ‘또 하나의 약속’과 3월 개봉을 앞둔 ‘탐욕의 제국’이 주목받고 있다. 같은 소재를 두고 하나는 극영화로, 또 하나는 다큐멘터리로 각각 제작됐다.

이들 영화는 삼성을 소재로 했다는 점 외에도 다른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개봉 전 국내 영화제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는 점, 관객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준 돈으로 완성됐다는 점, 관객들의 도움을 바탕으로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국내 굴지의 대기업의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하는 작품들이기 때문에 영화가 정상적으로 상영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 하나의 약속’ 제작자인 윤기호 피디는 제작두레 회원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개봉을 앞두고 적극적인 예매를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윤 피디는 메일을 통해 "일반적인 영화들은 어느 정도 극장을 열겠다는 게 지금쯤 나오겠지만, (‘또 하나의 약속’에 대해서는) 극장 체인들이 반신반의하고 있다, 설 이후 극장 규모를 정하겠다고 한다"며 "`이 영화, 작은 영화 아니냐?` `그냥 20개 정도면 되지 않아?`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시사회와 온라인에서의 뜨거운 반응을 보고도 (극장 체인들이) 그렇게 이야기한다, 우리 영화를 작은 영화로 보이게 해, 개봉주가 지나면 내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며 "그래서 예매라는 수치로 증명해야만 영화를 지킬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을 소재로 한 영화기에 외압이 있을 수 있다`는 세간의 우려에 대해 감독이나 배우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그런 경우는 없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개봉을 앞둔 현재, 긴장감이 감도는 모양새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예매율 수치를 보여주기 위해 설 연휴 기간이었던 1월 30~31일(이상 서울)과 2월 2일(대구)에서 특별 시사회를 열어 상영관들에게 무언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윤기호 피디는 "상영관은 화요일(4일)에 최종 확정되겠지만, 대략 300개 정도의 스크린 상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초기 예매율과 첫주 관객 수가 영화의 흥행 여부를 좌우한다. 최근 개봉한 한국영화들이 대략 500개관 안팎의 스크린에서 상영을 시작한 것과 비교해볼 때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또 하나의 약속’은 1만명이 참여한 제작두레를 통해 제작비 10억원 정도를 모금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예산 영화로 취급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완성도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사전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먼저 만난 관객들의 반응이다. ‘변호인’ 이후 기대되는 작품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최영환 촬영감독과 연리목 음악감독 등 제작에 참여한 스태프들 역시 충무로에서 최고라고 평가받는 이들이다. 이들은 영화 ‘베를린’, ‘도둑들’, ‘은교’ 등에 참여했던 베테랑들로 영화의 취지에 공감하며 무보수 혹은 적은 보수만 받고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 주연을 맡은 박철민 씨도 "수익이 나지 않는 상태에서는 한 푼도 받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삼성 반도체 피해자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은 다큐멘터리 ‘탐욕의 제국’ 홍리경 감독은 "기흥공장 백혈병 피해자 고 황유미 씨의 기일인 3월 6일 개봉을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탐욕의 제국’은 지난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지원을 받아 완성된 뒤 첫선을 보였다. 젊은 여성 감독이 뚝심 있게 제작한 작품으로 삼성 반도체 피해자들을 알리는 다큐멘터리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특히 삼성이 이 작품 지원을 이유로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후원을 끊은 사실이 알려져 영화계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홍 감독은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이들"이라며 "학교와 가정의 규율에서 벗어나 마음껏 연애도 하고 싶고, 여행도 다니고 싶을 나이지만 제가 만난 이들의 삶에는 그런 소박한 꿈이나 욕망들이 지워져 있었다"고 말했다. 화장과 액세서리 착용은 생각할 수도 없고, 방진복·방진모·마스크로 온몸을 가리며, 개인의 몸은 그 안에서 지워지도록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이어 홍 감독은 "`안 예쁜 모자가 나오면 예쁜 모자가 나올 때까지 갈아 쓴다`는 노동자의 이야기가 감동으로 다가왔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 국가의 산재보상보험제도 등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죽음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평범한 욕망을 감춰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제작 취지를 밝혔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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