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국제사회 문제로 대두되나

북한인권 문제가 국제사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가 지난 17일 제네바에서 ‘북한인권 보고서’ 발표를 통해 “북한의 인권침해가 ‘인도에 반한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에 해당된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북한이 “전면 거부”한다고 밝히면서 국제사회의 반향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3월 유엔 인권이사회의 결의로 설치된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위원장 미첼 커비)는 그간 조사결과를 1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20여쪽의 보고서와 370여쪽의 상세보고서로 발표했다.

유엔 인권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조사 대상은 9개 분야로 ▲식량권 침해, ▲수용소 인권침해, ▲고문과 비인간적 대우 ▲자의적 구금 ▲차별 ▲표현의 자유 침해 ▲생명권 침해 ▲이동의 자유 침해 ▲타국민 납치 포함 강제실종 등이다.

보고서는 “북한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심각한 인권침해가 저질러져 왔으며, 이러한 인권침해의 많은 경우가 국가 정책에 따라 자행된 ‘인도에 반한 범죄’에 해당한다”고 결론내리고 “인도에 관한 범죄 등 인권침해에 대한 국가보위부, 수령 등 국가기관의 책임을 묻고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근본적인 변혁과 수령을 포함한 개인의 형사책임 추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 정부가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므로 국제사회는 북한주민을 ‘인도에 관한 범죄’로부터 보호할 책임이 있으며, 인권침해 책임자 처벌과 함께 북한의 인권개선을 위한 여러 조치가 필요하다”며 북한에 대해 ▲사법부 독립 등 정치.제도의 근본적 개혁 ▲정치범수용소 폐쇄 ▲사형제 폐지 ▲언론.사상.종교의 자유 보장 ▲식량권 등 보장 등을 권고(recommendation)했다.

또한 중국에게는 “강제송환금지(non-refoulement) 원칙 준수 및 탈북민 보호” 등을 권고했고, 한민족에 대해서는 “민족간 교류 강화”를 권고했다. 국제사회 및 UN에게는 ▲안보리에 의한 북한 상황 ICC(국제사법재판소) 회부 및 ‘인도에 관한 범죄’ 책임자를 대상으로 하는 제재 실시 ▲조사위원(COI) 후속조치 담당 조지 설치 등 OHCHR/UN의 북한인권개선 노력 강화 ▲인권.인도적 원칙에 따른 대북 인도적 지원 ▲역내 협력 강화 및 한국전쟁의 항구적.평화적 해결 검토 등을 권고했다.

ICC 회부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궁극적으로 안보리에서 결의를 채택해야 하는데 안보리 비토파워(거부권 보유국) 하나라도 반대하면 안 된다”며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면서, 앞으로 나갈 방향 정도를 제시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북한 인권을 개선해 나간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실성이 높지 않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북한 인권침해에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수령과 국가보위부 등에 책임이 있다고 적시하고 “인권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변화를 포함한 개별적인 형사책임 추궁도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특히 북한이 스스로 자국민 보호를 못하므로 국제사회가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국민보호개념’(R2P, Resposibility to protect) 개념을 적용해 논란이 예상된다.




R2P 적용으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무력개입 우려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2005년 유엔정상회의에서 정상간 합의한 문서에 들어가 있는데 R2P에는 3단계 접근방법이 있다”며 “R2P는 순수하게 북한 주민 인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집어넣은 걸로 알고 있다”고 부인했다.

R2P는 1단계 : 국가가 주민을 보호할 국가 책임, 2단계 : 국가가 주민을 보호할 능력이 없는 경우, 국가가 주민을 지원할 수 있도록 지원할 책임 3단계 : 국제사회가 가능한 수단을 통해 협력(개입)할 책임으로 돼 있으며, 2011년 유엔 안보리가 카다피의 학살로부터 리비아 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처음 적용했지만 3단계 국제사회 개입의 정당성은 아직도 논쟁 중이다.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는 커비 위원장 명의로 북한에 대한 권고 내용을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서한으로 발송했으며, 서한에는 “우리 위원회는 북한 내에서 정부기관과 공직자들에 의한 체계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많은 경우 ‘반인도 범죄’를 수반한다는 것을 밝혀냈다”며 “반인도 범죄를 저지르거나 명령하거나, 요청하거나, 방조하거나, 사주한 북한의 모든 관리는 국제법에 의한 ‘형사책임’을 지며 반드시 법에 의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한편 스위스 제네바의 북한 대표부는 언론에 보낸 성명을 통해 북한 인권 조사위원회의 최종보고서를 전면 거부한다며 “북한에는 보고서에서 지적된 인권 침해 사례가 없다”고 부인했다.

북측 성명은 “이 보고서가 유럽, 일본의 입장에서 인권을 정치화한 산물이며 미국의 적대 정책과도 연합한 결과”라며 “인권 보호를 빌미로 정권을 교체하려는 시도와 압박에 끝까지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우리 정부는 17일 발표된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보고서가 북한인권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심층적인 조사결과를 포함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인식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하며, 그간 조사위원회의 적극적인 노력을 평가한다”며 “우리 정부는 조사위원회의 공정성 및 독립성을 존중한다는 기본 입장 하에 조사위원회의 활동을 적극 지원해 왔으며, 금번 조사위원회 보고서 발표를 계기로 앞으로 북한 인권 상황의 개선을 위해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 수용소 탈출자) 신동혁 씨 이야기 등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가 많고 굉장히 가슴 아픈 스토리들이 많다. 유엔 모자를 쓰고 아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독립적으로 조사해서, 누가 보더라도 권위에 대해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북한을 방문 조사 하지는 못했다”며 한계를 인정했다.

미 국무부 머리 하프 부대변인도 17일 언론발표문을 통해 “보고서가 북한에서 광범위하고 체계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중대한 인권유린에 대해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며 “미국은 개탄스런 북한의 인권상황을 다루고 이 문제를 널리 알리기 위해 국제기구, 협력자들과 계속 활발하게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