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권 과장, 기억 돌아와?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진상조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문서 위조와 관련된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국가정보원 권모(51) 과장을 지난 8∼9일 대면조사한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유우성(34) 씨 수사팀에서 활동하다 지난 1월 중국 선양(瀋陽) 총영사관 부총영사로 파견됐던 권 과장은 검찰 조사를 받고 돌아간 직후인 지난달 22일 자살을 기도해 현재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검찰은 권 과장의 상태가 호전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9∼10일 이틀간 수사팀을 병원으로 보내 권 과장을 직접 조사했다. 아울러 병원 측으로부터 권 과장의 진료기록 일체를 제출받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기억상실 증세를 나타냈던 권 과장은 그러나 검찰 조사에서는 특별한 이상 없이 진술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동아일보’는 “권 과장은 거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지만 기억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권 과장은 자신이 어떻게 병원에 입원했는지, 간첩 조작 사건과 관련 자신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에 대해선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었다.

주치의도 “권 과장이 살아날 확률은 3~7%였다”,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며 현 상태는 `기적에 가깝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묘한 시점에 벌어진 `기억상실`에 대해선 여론의 질타와 의혹의 목소리가 컸었다.

한편 검찰은 권 과장을 상대로 중국 측이 위조로 지목한 문서 입수 및 전달에 관여한 경위와 함께 이를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윗선`의 존재 여부를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권 과장은 국정원 대공수사팀 기획담당 김모(일명 김 사장·48·구속기소) 과장과 함께 내부회의를 갖고 위조된 유우성 씨의 출입경기록을 입수했다. 아울러 변호인측이 제출한 중국 싼허(三合)변방검사참(출입국사무소)의 정황설명서를 반박하는 내용의 위조 답변서 입수에도 개입했다.

김 과장과 권 과장은 협조자 김모(61·구속기소)씨로부터 건네받은 답변서를 마치 싼허변방검사참에서 직접 발급받은 것처럼 허위 확인서를 작성하도록 선양영사관 이인철 교민담당 영사에게 지시했다.

검찰은 권 과장이 김 과장과 공모 관계에 있는 만큼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검찰은 국정원 이모 대공수사처장과 권모 대공수사단장 등 이른바 `윗선`에 대한 추가 조사를 실시한 뒤 이르면 다음주 초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오진석 기자 ojster@naver.com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