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앞 3000배’ 밀양 주민 윤여림 씨





밀양의 한 주민이 상경, 송전탑 건설 반대를 촉구하는 6000배 절을 올리고 있다. 10일 광화문 광장 앞에 선 밀양 주민 윤여림(76) 씨다. 윤 씨는 지난 9일 국회의사당 앞에 이어 이날 광화문 광장에서 3000배를 이어갔다. 윤 씨는 “밀양 송전탑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잦아드는 것 같아 상경했다. 국회에 이어 청와대를 향해 절을 하게 됐다. 6000배는 밀양 주민들과 대화에 임해달라는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간곡한 부탁”이라고 밝혔다.

절을 하는 동안엔 끊임없이 불경을 외웠다. 손에 쥔 염주도 부지런히 굴렸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얼굴은 붉게 상기됐고 금새 온 몸이 땀으로 젖었다. 횡당보도를 건너던 몇몇 시민들이 관심을 가질 뿐, 광화문 앞 대로의 수많은 차와 대부분 시민들은 무심하게 지나쳤다.

윤 씨는 경남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내양마을 주민이다. 마을에서 송전탑 건설에 적극적으로 반대해온 주민 중 한명이다. 송전탑 반대 집회에 매일 나갔다. 내양마을 주민 절반이 한전과의 합의를 논하고 있지만, 윤 씨의 반대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그가 사는 집 북쪽엔 송전탑 두 개가 들어설 예정이다.

잠시 휴식을 취하던 윤 씨는 “하루 3000배를 올리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제시간에 끝내려면 서둘러야 한다”며 가뿐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사람이 있고 전기가 있는 것이지, 전기가 있고 사람 있는 게 아니지 않느냐. 서울 시민과 대도시만 편하게 하려고 소수를 희생시켜선 안 된다. 정부나 한전이 같이 사는 방법을 강구하기 위한 대화를 할 때까지 송전탑에 반대할 것”이라고 했다. 윤 씨는 11일에도 국회와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6000배를 이어간다.





한편 밀양에선 송전탑 공사를 둘러싸고 한전과 주민들 간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한전은 최근 송전탑공사 부근에 있는 마을회관 등에 공사현장 움막 철거 공고문을 붙였다. 한전은 공고문을 통해 13~14일 사이 움막을 철거하고 공사를 본격 재개하겠다고 밝혔고, 주민들은 격렬히 저항하고 있다.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공사’를 벌이는 한전은 밀양 4개면(부북·단장·상동·산외면)에 모두 52개의 철탑을 세울 예정이다. 지난해 10월부터 공사를 재개했고 현재까지 46곳에서 공사를 벌이고 있다. 한전이 아직 공사에 들어가지 못한 현장은 6곳으로, 밀양시 단장면 용회(동)마을 101번과 상동면 고답마을 115번, 부북면 위양리 장동마을, 평밭마을 쪽 127번·128번·129번·131번 철탑 현장이다. 주민들은 용회마을·고답마을·위양리·평밭마을 등에 움막을 설치해 놓고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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