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국, 손석춘 지음/ 철수와영희







이 책은 보통 사람들인 ‘철수’와 ‘영희’를 위한 이야기꽃을 피우는 ‘철수와 영희를 위한 대자보’ 시리즈의 두 번째 권이다. 이번호는 옥천성당 주임신부로 사목하고 있는 김인국 신부와 손석춘 건국대 교수의 한국 사회 분석과 종교의 사회적 역할 등에 대한 대담을 실었다.

김 신부는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총무를 역임했고, 삼성 이건희의 비자금을 검찰에 고발한 사건, 서울 용산의 철거민 참사 현장,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대한문 앞 농성현장을 비롯해 고통 받는 민중과 더불어 활동해 왔으며, 손 교수는 30년 가까이 언론계에 몸담고 다양한 집필 활동과 참여를 통해 진보와 언론 개혁을 위해 노력해 온 언론인이다.

김인국 신부는 한국 사회의 지배층인 강자들의 동맹은 너무나 막강하고, 약자들의 연대는 터무니없이 연약하기에 이기는 쪽은 매번 이겼고, 지는 쪽은 늘 눈물을 훔쳤다라고 말한다. 한국 사회의 ‘정(政)·재(財)·관(官)·학(學)·언(言)’의 오각동맹은 그 어떤 충격에도 꿈쩍 않는 철옹성이었던 반면 연민을 기초로 뭉치는 민중들의 연대는 눈물이 날 정도로 너무나 가냘팠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회는 강한 쪽은 누르고, 약한 쪽은 들어 높이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을 사회적 치유책으로 제시해야 하다고 강조한다. 높은 언덕은 깎아내리고 골짜기는 메워야 사람과 사람이 평화롭게 오갈 길이 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높아지는 쪽은 자꾸만 높아지고, 낮은 쪽은 갈수록 낮아지기만 해서는 모두가 파멸로 치닫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민중을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한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는 의무라고 지적한다. 정치 참여를 통해 욕망 어린 동맹은 준엄하게 꾸짖고, 사랑 어린 연대는 한없이 보듬자고 말한다.

나아가 김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통제받지 않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이며 “동시대 현실을 분석하는 것은 비인간성의 시대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우리 모두의 책무”라는 말씀을 인용하며 이와 같은 새로운 독재에 맞서 싸워 나갈 것을 강조한다. 한국 사회에서의 정의구현은 통제 받지 않는 자본의 폭주, 광란의 질주를 정지시키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책은 국정원의 불법 선거 개입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 및 퇴진과 관련한 천주교의 시국선언, 언론의 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한 종북좌파로의 매도, 프란치스코 교황과 한국 추기경들을 통해 바라본 교회의 정치 참여와 관련한 논쟁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다.

김 신부와 손 교수가 나눈 대담은 지금 시기 한국 사회의 문제가 무엇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시금석을 제시해 준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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