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비채






여기 무언가를 ‘상실’한 사람들이 있다. 남편이 사라져버린 아내, 한쪽 가슴을 도려낸 여자, 하와이의 바다에 아들을 잃은 엄마 등. 《도쿄기담집》은 이러저러한 사연을 품은 인물들이 저마다의 ‘상실’을 신기한 우연이나 기묘한 사건을 계기로 담담히 하나의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린 다섯 편의 이야기다. 단, 그 ‘수용’은 단순한 포기도, 강요된 설득도, 그렇다고 마술적 맹신도 아니다. 단언하기 쉽지 않지만, 만사는 자아와 우연이 공범으로 작동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세상만물은 각자 나름대로 존재의 필연성을 반드시 충족한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식 리얼리즘이 빛나는 순간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의 매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읽으면 대답할 수 없는 문제들을 마주했을 때 안달복달하지 않는 법을 알게 된다”라는 작가 히라카와 가즈미의 대답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며 부딪히는 문제들은 대개 양의적 혹은 다의적이어서 간단히 결론내릴 수 없는 것이 많고, 그래서 솔직할수록 그 애매모호함에 갈팡질팡하게 되지만, 사실 그 혼돈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기담’의 사전적 정의는 ‘이상야릇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다. 하루키식 기담은 거기에 한마디 수식이 더 필요한 듯하다. 기담: ‘납득할 수 있는’ 이상야릇하고 재미있는 이야기.  


아사히 신문의 《도쿄기담집》 출간 기념 인터뷰에서 하루키는, “나는 어느 정도의 구속은 즐기는 편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기묘한 이야기’를 써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묘, 킥�, 불가사의― 이런 식으로 정리한 다음에 글쓰기를 시작하면 자연스레 리듬이 생기고 그 흐름을 타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것들도 툭툭 튀어나오니까요. 그래서 《도쿄기담집》은 처음에, 생각나는 대로 스무 개의 키워드를 꼽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키워드 가운데 세 개씩을 골라 각각의 에피소드를 완성했죠”라고 《도쿄기담집》의 탄생비화를 귀띔했다. 그렇다면, 《도쿄기담집》을 읽으며 각각의 키워드들을 맞혀보는 것도 나름대로 흥미로운 독서법이 아닐는지. 바야흐로 ‘괴담’과는 또 다른 ‘기담’의 매력에 풍덩 빠지기 좋은 계절이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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