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이틀 연속 현대자동차 사내하청노동자 정규직 인정

이틀 연속으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마용주 부장판사)는 19일 김모 씨 등 253명이 현대차와 사내하청업체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현대차 근로자 지위가 인정되고, 현대차에 고용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직접 생산공정뿐 아니라 생산관리 등 간접생산공정 부문에서 일하는 근로자도 현대차가 사용지위에 있다고 판단된다"고 판결이유를 밝혔다. 임금 및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전체 174억원 중 81억원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정찬근)는 전날에도 현대차 하청노동자 994명에 대해 동일한 판결을 내렸다. 이틀새 1200여 명이 정규직 인정 판결을 방은 것이다. 이들 사건외에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삼성전자서비스 사내하청업체 근로자 1500여 명이 사측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비롯해 기아자동차, 현대하이스코, 한국 GM 등을 피고로 하는 유사 사건들에 대한 심리가 진행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재판부는 앞서 18일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1000여 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부장판사 정창근)가 현대차 사내하청 9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인정한 것이다.




# `비정규직 철회`를 촉구하며 거리농성 중인 금속노조



판결에 따르면 법원이 현대차 전 공정에서 불법파견이 이뤄져 왔다는 점과,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이라는 점을 모두 인정한 셈이 된다. 현대차 내부뿐만 아니라, 자동차 업종을 비롯해 제조업 전반에 파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다양한 공정과 업무특성, 고용의무·고용의제 해당 여부를 뛰어넘어 모든 사내하청이 현대차와 직접고용 관계에 있다고 판결했다. 실제로 승소한 원고들은 프레스, 차체, 도장, 의장, 엔진, 변속기, 시트, 트럭버스 등 전 공정에 걸쳐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다. 19일에는 직접생산 공정뿐 아니라, 생산관리, 품질관리, CKD, PDI 등 간접생산 공정 사내하청 역시 정규직으로 판결했다.

구 파견법에 따라 2년경과 시 정규직 전환으로 간주되는 ‘고용의제’ 적용 노동자를 비롯해, 개정 파견법에 따라 2년경과 시 사측에 직접고용 의무가 주어지는 ‘고용의무’ 적용 노동자들 모두 정규직으로 인정받았다. 18일 재판부는 “근로자지위확인청구를 한 원고 전부에 대해 피고인 현대차 사이에 실질적인 근로자 파견 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현대차 사내하청을 ‘도급’이 아닌 ‘파견’ 근로 관계로 인정한 근거는 업무 특성상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별할 수 없고, 현대차의 직접 지시가 이뤄졌다는 점 등이다. 원고 측 법률대리인인 김태욱 금속법률원 변호사는 “단순반복 업무의 특성상 도급업무로 특정했다고 보기 어렵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업무를 구별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현대차의 직접 지시가 있었다는 점 등이 근거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이 2차 하청 노동자들까지도 현대차와 근로자 파견 관계로 인정한 점도 중요하다. 원청과 2차 하청 사이에 직접 계약 관계에 없더라도 ‘묵시적 근로자 파견 계약’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현대글로비스 등 현대차 자회사들은 현대차와 도급 계약을 체결한 뒤, 또 다른 하청업체와 계약을 체결 해 왔다. 이와 함께 원청은 2차 하청 노동자들과 직접 계약 관계 또는 법률적 관계가 없다며 근로자 파견 관계를 부인해 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현대차-현대글로비스’간의 계약 내용과 ‘현대글로비스-2차하청’ 간의 계약 내용이 다르지 않고, 2차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현대차의 직접 업무 지시가 있었다는 점을 들어 ‘묵시적 근로자 파견 계약’에 해당된다고 봤다. 사용주들이 불법파견 논란을 피해가기 위해 직접계약 관계에 있지 않은 2차 하청을 양산하는 관행에 제동을 건 셈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고용노동부 등 행정기관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04년 현대차 사내하청의 공정 대부분을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적극적인 시정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고용노동부가 2004년 당시 현대차 불법파견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2006년 합법 도급이라고 판단해 정몽구 회장 등을 불기소 처분했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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