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FTA, 과연 논란 잠재울 타결?

정부가 타결 방침을 선언한 한중FTA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농축산물 선방’ 등 겉 보기엔 비교적 논란 없이 진행된 타결 같기만 그 이면엔 사실상 심각한 문제점이 잠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제 2의 쌍용차 사태 등 노동 문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투기화된 ‘차이나 머니’로 우리 자본 시장이 급속히 잠식되고 있는데 잠식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며 “단적으로 제2의 쌍용자동차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동자 3000여 명에 대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는 당시 사측인 상하이자동차가 회계를 조작해 쌍용차를 부실기업으로 만들어 매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매각 전에도 상하이자동차는 약속했던 신차 개발이나 투자는 하지 않고 핵심 기술을 이전한 후 다시 인도 마힌드라 자본에 되팔아 차익을 남겼다. 이 과정에서 쌍용차는 주력인 SUV 차량마저 현대자동차에게 추월당했고 정리해고돼 극한에 내몰린 노동자들의 자살은 잇따랐으며 생존자들은 2000일이 넘는 지난한 복직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 교수는 “한중FTA가 없을 때도 중국 자본에 쉽게 잠식됐지만 이제 과거처럼 정부가 여론을 이유로, 인허가를 미룬다든지, 직접 개입한다든지 하면 투자자국가소송제(ISD)로 제재를 받을 것”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대통령 일정에 맞춰 후다닥 타결하면서 정부나 관변 입장에서는 맥 빠진 FTA가 됐지만 양허제외를 과장할 수 없고 농업 뿐 아니라 중소제조업 경우도 피해가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피해는 다시 노동자에게 전가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10일 성명을 내고 “중국의 저가 공산품과 경쟁해야 하는 중소영세기업들의 피해도 필연적”이라며 “그 피해는 다시 노동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쟁을 견디지 못한 중소영세기업들에선 정리해고와 폐업이 속출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고 자동화된 수출대기업들이 나머지 인력을 흡수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노총은 “결국 내수시장의 격화된 경쟁은 비용절감을 압박하여 실질임금을 감소시키고 노동 강도도 강화되고 실업은 늘고 일자리는 주는 현실이 국내 중소기업과 노동자들이 직면한 공통의 미래”라고 지적했다.






주로 소농이 직면한 농업 분야의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정부의 당초 입장을 반박하는 근거도 제기되고 있다.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피해는 어느 FTA보다 크고 넓게 나타날 것 같고 정부는 농업 분야를 다른 FTA에 비해서 더 많이 내주었다”고 지적했다. 낮은 수준의 FTA더라도 근접성과 다수의 경합 품목을 고려하면 과거 어떤 FTA 보다 피해가 크다는 분석이다.

이를테면 이번에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양허에서 제외됐지만 관세 철폐 품목에는 살아있는 소, 오리, 돼지가 들어 있다. 2002년에도 호주산 생우를 들여오려다 농민들이 반발해 들어오지 못했는데 호주에서는 거리를 고려해도 수지가 맞으니 수출하려 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물며 가까운 중국 소는 가격경쟁력이 훨씬 클 것이라는 것이다. 또 현재 국내법에 의하면 6개월을 국내에서 키우면 수입한 소도 한우가 된다. 살아있는 소와 돼지는 관세 즉시 철폐 대상이어서 축산농가의 시름은 더욱 크다.

쌀은 양허에서 완전히 제외됐지만 한중FTA 시작부터 합의된 사항이어서 특별한 성과라고 볼 수도 없다. 정부는 감귤, 고추, 마늘 등 670여 개 품목을 초민감 품목에 포함해 현 관세를 유지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미 고율의 관세에도 불구하고 중국 농산물은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밀 등 곡물시장에 대한 악영향은 더욱 크다는 지적이다. 박형대 위원장은 “밀이 우리나라 제2의 주식인데 밀 관세를 5년 내 철폐하기로 했고 밀 가공품들을 전부 관세 철폐 대상으로 넣었다”며 “한국 곡물자급률이 굉장히 취약한데 중국은 이 부분을 공략했지만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내줬다”고 지적했다.

소농과 노동자에 대한 악영향 외에 민주주의 훼손 문제도 더 이상 방치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제통상문제 전문가 송기호 변호사는 “정부는 최소한의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으면서 통상협정을 추진하고 다시 우리에게 법외 장치로 사실상 강요하는 스타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도 정부는 14차례의 협상 과정에서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다가 ‘실질적 타결’ 선언 이후에야 좀 더 상세한 내용을 공개했을 뿐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제기한 협상문 공개 소송에서 정부는 1,2심 모두 패했지만 다시 항소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송기호 변호사는 “정부가 주도하는 통상협정은 농민과 중소업체 등 국내 대표자를 생략한 채 일방적으로 타결되고 있다”며 “결국 국내외 자본의 이익이 의회민주주의 절차를 우회하고 훼손시키면서 관철시키는 통로로 통상협정이 이용되고 있다”고 제기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비민주적인 통상 관행은 이제 국내 모든 민주적, 민주주의라는 여러 형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송 변호사의 분석이다.

이제 농민들은 FTA로 인한 농업의 붕괴는 정말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국회 비준 반대 운동을 예고했다. 이들은 한중FTA 뿐 아니라 국회에 계류돼 있는 호주와 캐나다와의 FTA도 비준 반대로 철회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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