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봅시다> ‘한중 FTA 타결 어떻게 보십니까’ 이해영 한신대 교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됐다. 양국은 상품과 서비스, 투자, 금융, 통신 등 양국 경제 전반을 포괄하는 총 22개 항목의 FTA를 타결했다. 중국은 품목 수 기준 91%, 수입액 85%(1371억 달러)를, 한국은 품목 수 92%, 수입액 91%(736억 달러)를 20년 안에 관세 철폐(개방)하기로 합의했다. 정부여당은 장기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평한다. 그러나 정부가 정치적 퍼포먼스를 의식해 서둘러 FTA를 타결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 이해영 한신대 교수



특히 농수산물 등 분야에서는 우리 농어민의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국회 비준을 위해서라도 피해 분야 대책은 철저히 챙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수산물은 품목 수 기준 70%, 수입액 기준 40%로 FTA 역대 최저 수준에 개방키로 합의됐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또 전체 농수산물 1611개 품목 중 581개(36.1%)를 초민간품목으로 지정했다. 쌀은 한중 FTA에서 완전 제외키로 합의하고 고추, 마늘, 양파, 소고기, 돼지고기, 사과, 배 등 610여 개 품목은 관세 인하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세가 철폐되는 품목이 늘어나면서 농업분야 피해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비단 농업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내수시장에서의 경쟁 격화와 함께 투기화 된 ‘차이나 머니’로 인해 쌍용차 사태와 같은 노동 문제 역시 대두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과는 지리적으로 가깝고 교류도 워낙 많아 FTA 발효 이후 상황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최종 협정문에 서명할 때까지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국제관계’ 전문가인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부)를 통해 한중 FTA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농업 분야 피해 최소화? 과연…

일단 정부가 농수축산물 수입액의 60%를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시킨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게 이해영 교수의 지적이다. 개방 수준면에서 농업분야 협상은 정부가 잘한 것이지만 한번 시장이 열리면 남은 빗장이 풀리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관세가 철폐되는 20년 이후까지 시간을 벌었다고 보는 게 맞다. 특히 원료 농산물은 낮은 수준으로 개방이 됐지만, 농산물을 원료로 한 가공식품은 상대적으로 많이 개방됐기 때문에 국내 농가의 피해를 좀 더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

주로 소농이 직면한 농업 분야의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정부 입장에 대한 반박도 제기된다.

“피해는 어느 FTA보다 크고 넓게 나타날 것이다. 사실 정부는 농업 분야를 다른 FTA에 비해서 더 많이 내주었다. 낮은 수준의 FTA라고 하더라도 근접성과 다수의 경합 품목을 고려하면 과거 어떤 FTA 보다 피해가 크다.”

이를테면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양허 품목에서 제외됐지만 살아있는 소, 오리, 돼지는 관세 철폐 품목에 들어가 있다.

“2002년에도 호주산 생우를 들여오려다 농민들이 반발해 철회했는데, 호주 입장에서는 거리를 고려해도 수지가 맞으니 수출하려 한 것이다. 하물며 가까운 중국 소는 가격경쟁력이 훨씬 클 것 아닌가. 또 현재 국내법에 의하면 수입한 소도 이후 6개월을 국내에서 키우면 한우가 된다. 살아있는 소와 돼지는 관세 즉시 철폐 대상이어서 축산농가의 시름은 더욱 크다.”

양허에서 제외된 쌀 역시 특별한 성과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특히 밀 등 곡물시장이 입을 피해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쌀은 양허에서 완전히 제외됐지만 한중 FTA 시작부터 합의된 사항이어서 특별한 성과라고 볼 수도 없다. 밀은 우리나라 제2의 주식인데 밀 관세를 5년 내 철폐하기로 했고 밀 가공품들을 전부 관세 철폐 대상으로 넣었다. 한국 곡물자급률이 굉장히 취약한데 중국은 이 부분을 공략했지만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내줬다. 정부는 또 감귤, 고추, 마늘 등 670여 개 품목을 초민감 품목에 포함해 현 관세를 유지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미 고율의 관세에도 불구하고 중국 농산물은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제2의 쌍용차 사태 우려도

“대통령 일정에 맞춰 후다닥 타결하면서 맥 빠진 FTA가 됐다. 양허제외를 과장할 수 없고 농업 뿐 아니라 중소제조업 경우도 피해가 상당할 것이다. 중국의 저가 공산품과 경쟁해야 하는 중소영세기업들의 피해도 필연적이다. 그 피해는 다시 노동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경쟁을 견디지 못한 중소영세기업들에선 정리해고와 폐업이 속출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고 자동화된 수출대기업들이 나머지 인력을 흡수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처럼 내수시장에서의 격화된 경쟁은 비용절감 압박으로 이어져 실질임금을 감소시키고 노동 강도도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업자는 늘고 일자리는 줄어드는 현실이 국내 중소기업과 노동자들이 직면한 공통의 미래라는 얘기다. 여기에 ‘쌍용차 사태’와 같은 노동 문제 역시 대두될 수 있다.

“투기화 된 ‘차이나 머니’로 우리 자본 시장이 급속히 잠식되고 있는데 그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다. 단적으로 제2의 쌍용자동차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 FTA는 무역부문(상품·서비스·지적재산권의 자유로운 교역)뿐 아니라 투자까지 포함하는 협정이다. 사실 협정에서 양국이 더 덩치 큰 것으로 여기는 건 자유무역이라기보다는 ‘투자’다. 협정을 타고 우리 대기업들의 국외 투자가 더 빠르게 증가할 공산이 크고, 이 때문에 국내 일자리는 나라 밖으로 빠져나가거나 위축될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후유증이 지속되고 있는 쌍용차 노동자 3000여 명에 대한 정리해고 사태는 당시 사측인 상하이자동차가 회계를 조작해 쌍용차를 부실기업으로 만들어 매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매각 전에도 상하이자동차는 약속했던 신차 개발이나 투자는 하지 않고 핵심 기술을 이전한 후 다시 인도 마힌드라 자본에 되팔아 차익을 남겼다. 이 과정에서 쌍용차는 주력인 SUV 차량마저 현대자동차에게 추월당했고, 정리해고 돼 극한에 내몰린 노동자들의 자살이 잇따랐다.

한편 양질의 차이나 머니가 제대로 유입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차이나 머니가 금융시장에만 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중국 자본의 흐름을 살펴보면 제조업, 서비스업 등에 투자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부동산, 주식, 채권 등 금융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다. 투자 부문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양질의 차이나 머니가 얼마나 유입될지 의문이다. 한중 FTA 타결로 이런 흐름이 바뀔 것 같지는 않으며 금융시장에만 몰리는 차이나 머니는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의 ‘소득증대’ 주장 역시 희망 섞인 기대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미 수많은 FTA가 맺어진 상황에서 이제 그 충격과 위험을 관리하는 일이 앞으로 한국경제가 떠안게 될 당면 과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






성급한 타결


무역 의존도를 줄이려면 구조적으로 내수 비중을 더 키워야 하지만 수출대기업이 더 많이 바깥으로 나가 돈을 벌도록 유도하는 FTA는 대외 의존도를 오히려 더 가속화하게 마련이다.

“2006년 한미 FTA 협상을 추진할 당시 한덕수 경제부총리(현 한국무역협회장)는 ‘토끼는 한 평의 풀밭에 만족하겠지만 사자는 넓은 초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미 세계화의 선두에 초국적 자본으로 우뚝 선 국내 수출 대기업들을 사자에 비유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수출과 내수 사이의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구조적으로 성장이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분절화 된 경제다. 사자가 넓은 초원으로 달려가도록 돕는 통상전략은 이를 위해 국내 수많은 토끼들을 몰살시키고, 나아가 희생시키려는 것이나 다름없다.”

성급한 타결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이유다. 이 교수는 이대로 한중 FTA를 비준할 경우 향후 노동자, 농민 등 서민층이 겪을 고통이 클 것이라고 했다.  

“서비스 산업은 우리가 기대하는 바가 크다. 의료, 법률, 교육, 문화산업 등에서는 우리 기업이 중국에 진출한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확실히 커졌다. 그러나 차이나 머니가 지분을 절반 이상 갖고 있는 국내 콘텐츠 기업이 중국에서 한류사업을 할 경우 과연 누구에게 이익이 돌아갈지 확신하기 어렵다. 이처럼 서비스시장 개방이 어느 쪽에 유리할 지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대로 한중 FTA를 비준할 경우 향후 노동자, 농민 등 서민층이 겪을 고통이 클 것이다. 양국이 완벽하게 합의도 하지 않은 채 ‘실질적 타결’이라는 용어까지 쓰며 협상을 끝낸 것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국회 비준 등을 고려해 더 세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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