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적자 1조원 유력, 국제유가 하락 등 원인


해마다 겨울이 오면 정유업계엔 화색이 돌곤 했지만 올해는 심상치 않다.
매년 4분기는 난방용 기름 수요가 커지면서 국제 유가가 오르기 때문에 앞서 싼값에 사들인 원유를 정제해 마진을 더 붙여 비싸게 국내외에 팔 수 있는 기회였다. 이듬해 1분기까지 추위가 이어지면서 그간 부진했던 실적을 털어내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국제유가 하락, 환율 상승에 따른 부정적인 여파 등으로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추운 바람이 장난 아니다”는 업계의 반응은 엄살이 아니다. 이런 여파로 정유부문 적자가 사상 처음으로 연 1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우리 정유업계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는 최근 들어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14일 기준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74.01달러로 2010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연평균 두바이유 현물가격 평균이 105.25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30달러 넘게 격차가 난다. 석유공사 측은 “세계경기 둔화로 수요가 줄어든 데다 최근 미국의 양적 완화 중단에 따른 달러 강세와 미 원유 생산량 증대 소식이 연일 국제유가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 경쟁도 ‘치열’

유가 하락으로 정유업계는 상대적으로 비싸게 사들인 원류를 정제해 만든 휘발유, 경유 등을 싸게 팔아야 하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제 마진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유가 급락으로 재고 손실까지 발생해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국내 4대 정유사가 정유부문에서 기록한 적자는 모두 9711억원에 달하는데, 4분기를 거치면 1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3분기 말부터 급등한 원·달러 환율도 정유 업계 실적에 미치는 부정적인 여파가 더 크다. 원환율 상승에 힘입어 수출가격을 올려 얻는 환차익보다 원유 도입단가 부담이 더 커졌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영업이익에 환차 손익 등을 따져 집계하는 순이익을 살펴보면 GS칼텍스는 2분기 378억원에서 3분기 1159억원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 에쓰오일도 3분기 들어 1000억원대 순이익 적자를 기록했고,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는 영업이익에서 488억원과 391억원의 흑자를 봤지만 순이익은 모두 손실이 났다.

휘발유를 비롯한 석유제품 수출시장이 녹록지 않은 것도 정유업계를 옥죄고 있다. 정유업계는 원유를 정제해 절반 이상을 수출하는데, 올해 10월까지 석유제품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체 수출 증가율 2.9%에 훨씬 못 미치는 저조한 수준이다. 9월까지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였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주력 수출시장인 중국과 인도네시아, 인도, 중동 등 개발도상국의 업체가 정제설비를 신·증설해 공급을 늘리면서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우려했다.

김범석 기자 kimb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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