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직선제 당선’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1


전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 변방의 해고노동자가 위원장으로 
민주노총 역사상 첫 직선제, 직선제가 아니었다면 당선 어려웠을 것
직선제로 당선됐는데도 바뀌지 못하면 그야말로 절망… 위원장으로서 중압감도
자본의 폭주 멈추기 위해, 분노 저항으로 만들어가는 부단한 노력 있어야



<위클리서울>은 2007년부터 남북관계, 생태와 환경, 교육, 노동 인권, 국가보안법 등의 문제와 관련 각계 인사들과 연속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그동안 송두율 교수,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김상봉 교수, 김수행 교수,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강기갑 전 통진당 대표, 노회찬·심상정 의원, 정세현·이종석·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홍윤기 교수, 박원순 서울시장, 이상돈 교수, 손호철 교수, 배우 최종원·문성근·권해효 씨, 가수 안치환 씨, 지율스님, 강정구 교수, 우석훈 교수, 박재동 화백, 이진경 교수, 유시민 의원, 문재인 의원, 김태동 교수, 신율 교수, 김명곤 전 장관, 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 서중석 교수, 최재천 교수, 한홍구 교수, 정지영 감독, 윤구병 변산공동체 대표, 표창원 교수, 함세웅 신부, 이용길 노동당 대표, 박범신 작가, 진중권 교수, 박노자 교수, 강수돌 교수, 권영길 전 민노당 대표, 안병욱 교수, 정태인 새사연 원장, 철학자 강신주, 신경림 시인, 박태균 교수, 한승헌 변호사, 백기완 선생,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한강 작가, 한완상 전 장관, 도법스님,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가수 김장훈 씨, 이상호 기자, 권영국 변호사, 김진명 작가, 원철스님 등 370여 명의 사회 각계 인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이번호에는 민주노총 역사상 처음으로 직선제를 통해 당선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민주노총 역할을 떠나서 쌍용차 사측이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한다. 차를 파는 게 지상과제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 노동자들을 복귀시키고 이효리 씨를 광고모델로 쓰면 차가 더 잘 팔리지 않을까. 필요하면 저라도 광고모델로 나가겠다(웃음). 그런데 아직 사측에선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쌍용자동차노동조합 설립 추진위원장을 역임했던 한상균 위원장은 2009년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으로서 77일간의 파업투쟁을 이끌었다. 또 지난 대선 기간 중엔 ‘국정조사 실시, 해고자 복직,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171일간 송전탑 고공농성을 벌이는 등 투쟁의 현장에서 선봉에 서 왔다. 그러나 민주노총 위원장직에 오르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제 스스로 변방의 해고노동자가 위원장이 됐다고 표현한다. 저는 해고노동자고, 사실 큰 주목을 받지 못할 수도 있겠다고 여겼다. 하지만 해고자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조합원들의 요구가 투표로 이어졌다고 평가한다. 그렇다고 제가 특별나서 당선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역대 민주노총 위원장 중 현장에서 절박하지 않았던 위원장이 있었을까. 민주노총 위원장들은 현장에서 다 힘들게 투쟁했었다.”

민주노총에게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 그동안 비정규직과 해고노동자들은 기존 민주노총 체제가 변해야 노동 현장 역시 바뀔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한 위원장은 “조합원을 위하지 않았던 민주노총 위원장이 있었겠는가. 자본의 폭주를 멈추려하지 않았던 위원장은 한명도 없었을 것”이라며 “다만 분노만 확인한 것인지 분노를 저항으로 만들어가는 부단한 노력이 있었는지에 대한 평가는 있을 수 있다. 민주노총의 투쟁이 약화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 직선제가 그런 내부적인 자기성찰을 하는 결정적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민주노총을 바라보는 국민들에게도 새로운 민주노총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거리에 나와 싸울 때 국민들이 어떤 시각으로 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저 ‘너네 밥그릇 문제지 우리 문제는 아니다’라는 시각이 있어선 안 된다”며 “투쟁 이유가 민주노총 뿐 아니라 전 국민의 문제라는 것을 드러내고 알려야 한다. 국민 개개인이 우리같이 힘들고 어려운 사람 모두를 위해 민주노총이 싸우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가 오죽했으면 새 집행부를 ‘장그래 살리기 국민행동본부’로 출발하겠다고 했겠는가.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철폐투쟁 하겠다, 이렇게 말하면 어색한데, 미생의 장그래를 언급하면 좀 부드러워 보이지 않을까.” 다음은 한상균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먼저 당선을 축하드린다. 감회가 어떤가.

▲ 어려운 조건에서 당선됐다. 쉽지 않은 선거였다. 선거 기간 중 현장을 많이 찾았다. 조합원들이 민주노총이 변화해야 한다는 바람이 있더라. 그 바람이 과연 득표로 연결될 것인지에 대해선 예상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직선제가 제대로 작동되면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 기대가 높은 투표율로 이어져 당선된 것이라고 본다. 

- 예상치 못한 결과라는 분위기다. 민주노총의 새 역사를 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어깨가 무거울 것 같다.
▲ 사실 중압감이 있다. 직선제를 통해 당선됐는데도 새롭게 거듭나지 못하면 그야말로 조합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없지 않겠는가. 민주노총이 바뀌지 못하면 현장의 조합원들은 스스로 고립된 공간에서 몸부림치다가 절망할 것이라는 우려가 든다.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부지런히 뛰고 조합원들을 만나고, 민주노총에게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사회 각계 진영과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 위원장 스스로 변방의 해고노동자가 위원장이 됐다고 표현했다.
▲ 저는 해고노동자고, 사실 큰 주목을 받지 못할 수도 있겠다고 여겼다. 하지만 해고자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조합원들의 요구가 투표로 이어졌다고 평가한다. 그렇다고 제가 특별나서 당선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역대 민주노총 위원장 중 현장에서 절박하지 않았던 위원장이 있었을까. 민주노총 위원장들은 현장에서 다 힘들게 투쟁했었다.
사실 선거에 나오기 위해서 준비를 많이 했다. 저 역시 어느 순간 결단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출마를 한 것이다. 그리고 의지만 가지고 임해야 하는 선거가 아니었다. 쌍용차 정리해고라는 저 개인의 문제가 아닌, 모든 노동자들이 박근혜 정권과 피할 수 없는 싸움을 해야 한다고 피력했었다. 그런 의지들이 모아져서 출마하게 된 것이다. 다른 어떤 것을 알릴 이유도 없었다. 조합원들에게 그런 문제만을 진솔하게 알렸다. 물론 직선제가 아니었다면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다(웃음).

- 선거 기간 동안 국내외 학자들은 ‘한상균 체제’를 지지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 쌍용차, 기륭전자, 스타케미칼 등 각 현장 노동자들이 여전히 극한의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아마 현장의 노동자들은 한파보다는 세상의 야만에 더 절망할 것이다. 공중에 오르지 않더라도 전국에서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해,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철폐를 위해 싸우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국내 인사 뿐만 아니라 슬라보예 지젝이나 노암 촘스키까지 이들을 향해 세상을 비추는 등대라고 표현했다. 진실된 눈으로 사태를 보고 있기에 이런 표현을 썼다고 생각한다. 

- 민주노총 위원장도 하나의 권력이 될 수 있다. 초심을 잃고 투쟁 정신도 잃을 수 있다. 어떤 각오인지.
▲ 춘풍추상(상대방에겐 봄바람처럼 대하고, 스스로에겐 가을 서리처럼 엄하라는 의미)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렇게 살려고 노력한다. 어떻게 보면 현 시기에 저에게 주어진 권력은 두 가지다. 위원장직이 전체 노동자 단결 이뤄내는 자리라는 것, 그리고 박근혜 정권과 피할 수 없는 전면전에 나서야 하는 투쟁의 선봉자리라는 것이다. 이 두 가지만 누리려 한다. 그 외엔 어떠한 권력도 존재해서도 안 되고 존재하지 않는다. 혹여 제가 모르는 권력이 있을지 몰라도, 그런 권력이 설 자리는 지금 8기 집행부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드린다.

- 비정규직, 해고자에 대한 기존의 민주노총에 대한 대응에 대한 평가가 썩 좋지 않았다. 현 집행부는 기존 집행부와 어떻게 차별화 되나.
▲ 그동안 시간이 흐르면서 대중운동이 많이 위축돼 왔다. 현장에선 타임오프, 복수노조 등의 문제들이 불거져왔다. 이런 문제에서 자유스러운 현장은 몇 군데 안 된다. 단위가 적은 사업장에서 타임오프와 복수노조는 조합원들에게 치명상을 안긴다. 조합 활동 하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그 공간에 어용노조가 생긴다. 억울해서 민주노조 만들면 계약 해지 해버린다. 이걸 뒤엎으려면 또 몇 년을 싸워야 한다. 그러다보면 재산 뿐만 아니라 목숨까지 담보로 내놔야 한다. 그러니 ‘이거 투쟁해도 안 되는구나’ 하는 의식이 급속도로 확산된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민주노총이 뒷짐 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현장의 조합원을 위하지 않았던 민주노총 위원장이 있었겠는가. 자본의 폭주를 멈추려하지 않았던 위원장은 한명도 없었을 것이다. 공과를 평가하기란 온당치 않다. 여러 어려움과 저항, 분노는 차고 넘쳤다. 다만 분노만 확인한 것인지 분노를 저항으로 만들어가는 부단한 노력이 있었는지에 대한 평가는 있을 수 있다. 민주노총의 투쟁이 약화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 직선제가 그런 내부적인 자기성찰을 하는 결정적 계기가 돼야 한다.

<기사 이어집니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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