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 노사, 노조 간부 구속 등 악화일로

SK브로드밴드의 비정규직 문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노조 간부의 구속까지 이어지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이들 노동자들은 SK브로드밴드에 간접 고용된 인터넷 및 IPTV 설치·수리 기사들로 56일째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불법적인 노동실태를 바로잡고 1200여명의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해달라”고 촉구하며 서울 광화문 SK 본사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지난 2009년 9월 서비스의 신청, 개통, 장애처리 등을 담당하는 기존 ‘고객센터’의 업무에 지역 마케팅과 체계적 고객 관리 역할을 강화한 ‘행복센터’를 설립했지만 현재 전국 90여개의 센터 중 직접 관리 중인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각 센터마다 원청(SK브로드밴드)과 직접 계약을 맺는 1차 협력업체(외주업체)의 센터와 중간 업체와 계약을 맺고 그 업체가 산하에 2~3개 지역의 행복센터를 포괄 운영하는 다단계 하도급 형태를 띠고 있으며 별도의 법인 형식을 취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행복센터에는 AS는 정규직, 개통(설치)·철거 기사들은 개인 도급계약(개인사업자 형태)나 소사장제를 두고 있다. 그리고 그 산하에 10여명 미만의 개별 도급기사들로 운영하는 전형적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다. SK브로드밴드의 옷을 입고 일을 하고 있지만 SK브로드밴드가 고용한 직원은 아닌 셈이다.

실제 노조에 따르면 행복센터 내 장애처리(AS)의 경우 외주업체는 정규직, 개통(설치)·철거·영업기사는 개별도급계약(건당 수수료지급) 및 소사장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또 근로계약서나 도급계약서 서류작성 없이 구두로 계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에 노조는 “본사 책정 단가의 60%~70% 주겠다는 등의 구두계약인데 서류가 존재하더라도 근로계약서나 도급계약서를 본인에게 전달하지 않고 사인만 하고 수거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또 “근로계약서상의 근로시간은 무시되고 있으며 시간외수당은 일괄적으로 정액지급, 무단결근 3일 이상은 무조건 퇴사처리 등의 불합리한 조건 등이 들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기본출근 시간 오전 8시, 평균적인 퇴근시간 저녁 8시로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근무를 한다. 일요일에도 월 1~2회 당직 근무에, 공휴일에도 정상 근무를 함에도 시간외 수당을 제대로 주는 곳이 없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현행법상 연장근로, 휴일근로 등에 대한 시간외 수당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사항이다.

14일 노조는 SK 본사 앞에서 “우리도 주5일 40시간이 법으로 규정돼 있고 연장근무엔 수당을 지급받아야 한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런데 회사는 이런 상식적인 법조항조차 지키지 않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묵살한다”며 “남들처럼 주말에 쉬고 싶다는, 저녁식사를 가족과 함께 하고 싶다는 이런 소박하고 당연한 요구를 회사가 쉽게 수용하고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협력업체건 원청이건 노조와의 교섭을 회피했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이들은 이어 “회사 측은 파업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나오자마자 대체 기사가 바로 확보를 했고 파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대체 기사가 해당 지역에 일을 하러나오는 등 노동자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와 같은 호소와 파업을 동반한 농성에도 SK브로드밴드 측은 협력업체의 노사이니 자신들이 나서기 어렵다며 뒷짐을 지고 있는 상태다. 이에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처장은 “현재 보면 원청이 사실적 사용자인데 노조가 3자 교섭조차 못하고 있다”며 “법상으로 보호를 못해주니 문제가 되는 것이고 1단계 하도급이 아니라 다단계 식으로 계약이 되기 때문에 재하도급은 금지하고 원청과의 3자교섭을 의무화 한다던가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법이 미비한 상태에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노동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노동부가 할 일을 못하니 시민들이 대신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민변 권영국 변호사도 “1년마다 업체가 재계약되는 형태인데 협력 외주업체라는 곳이 1년하고 그만두고 싶은 곳은 없을 것”이라며 “원청에 따라서 계약이 되는 것이고 노무 인사관리에 있어서 수리설치 기술을 누가 주는지, 업무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파보면 센터가 독립적으로 작업결정권이나 지역, 물량에 대한 배당 등이 원청의 지배 아래 종속되기 때문에 실질적 결정 권한은 원청이 가지고 있는 형태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형식적으로는 위장도급이라고 보기 어렵겠지만 이들이 노무를 제공하는 것이지, 독자적인 자본이나 기술이 없는 형태이기 때문에 원청의 업무를 종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위장도급의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현행법 상에는 파견과 도급에 대한 기준이 분명하지 않아 이를 엄격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법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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