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사람들을 찾아서> 돈암시장 ‘황해옥감자탕’ 오영자 씨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 성북구의 돈암시장은 늘 활기가 넘친다. 5년 전 아케이드 설치 등의 ‘시설 현대화 작업’을 하면서부터다. 이후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 여름 장마나 겨울 폭설 때의 불편도 말끔히 해소됐다. 손님들이 연중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제는 대형마트 부럽지 않은 환경에서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엔 시장 간판도 새로 제작하는 등 성북구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길게 이어진 시장통로는 깔끔하다. 입구에서부턴 먹거리 가게들이 이어진다. 마늘, 오이, 고추 등 각종 채소와 먹음직스러운 반찬들이 풍성하다.

“아무래도 주변에 대학교가 많다보니 학생들이 반찬 사러 많이 옵니다. 김치 등 각종 밑반찬은 자신있어요. 고향 집에서 어머님이 만들어주신 것과 똑같다고들 하죠. 하지만 요리 실력보다 서비스 정신이 더 중요해요. 1만원 어치 사가면 2000원짜리 하나 더 얹어줍니다. 대형마트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풍성한 먹거리를 자랑하는 돈암시장. 시장에서 특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대표적인 먹거리는 40년 넘게 이곳을 지켜온 ‘황해옥감자탕’이다. 쥔장 오영자(65. 여) 씨는 아들, 며느리와 함께 2대째 가게를 꾸려가고 있다.





# ‘황해옥감자탕` 오영자 사장 


“그동안 꾸준히 사랑받아 왔습니다. 손님들이 차고 넘쳐서 시장 중심에 2호점을 열기도 했죠. 2호점은 아들이 도맡아 하고있어요. 일손이 부족하다 싶으면 서로 돕습니다.”   

감자탕은 40년 전 맛 그대로다. 변치않는 처음 맛 그대로 손님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감자탕 외 다른 요리는 없다. ‘대, 중, 소’ 크기 별로 주문을 받는다.  

“70년대 초였죠.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었어요. 집에서 해먹던 감자탕을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겠다 싶어 남편과 함께 장사를 시작했죠. 당시만 해도 시장 안에 감자탕집이 많아서 감자탕골목이라고 불렸어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게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죠.”

현재 시장엔 단 두 곳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머지 한 곳인 ‘태조감자탕’은 40년 넘게 ‘황해옥감자탕’과 경쟁관계를 유지해왔다. 두 가게의 감자탕 맛은 유사하다. 그래서 어느 가게가 ‘원조’냐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

“사람들이 잘 몰라요. 사실 초기에 감자탕 비법을 태조감자탕에게 알려줬거든요. 그런데 언론 등을 통해 ‘태조감자탕’이 원조라고 소개되는 바람에 그 쪽이 원조인줄 아는 분들이 많죠. 알만한 분들은 우리 집이 원조라는 것을 알아요. ‘태조감자탕’과는 경쟁관계지만 오랫동안 함께해온 시장 동료이기도 합니다.”        







맛에 대한 비결을 특별히 설명할 길은 없다. ‘없던 시절 그저 집에서 만들어 먹던 그 맛 그대로’라는 게 오 사장의 얘기다.
“요즘은 조미료니 뭐니 해서 많이 넣잖아요. 우리 가게는 옛날 먹던 식 그대로다 보니 사람들 발길이 계속 이어지는 것 같아요. 일단 질리지 않으니까요. 단골이 많습니다.  30년된 단골도 있죠. 이사 가서도 찾아오는 분들이 많아요.”

직장인부터 인근 대학교의 학생들까지, 젊은 층들이 주 고객이다. 졸업한 학생들은 직장인이 돼서 찾아오기도 한다. 한결같은 맛과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아무래도 주변에 대학이 많으니,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요. 일단 싸잖아요. 두분이서 먹을 수 있는 ‘소’자 크기가 1만1000원입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3000원 정도 올랐죠. 힘든 시기다보니 젊은 사람들도 고급 음식점보다 재래시장의 감자탕집을 찾나 봅니다.”

오 사장은 감자탕의 어원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감자탕은 줄기식물인 감자를 지칭하는 음식 이름이 아니라는 게 오 사장의 얘기다. 과거 돼지등뼈의 척수를 감자라고 불렀고, 감자탕은 그 부위로 인해 만들어진 용어다.

“감자탕의 역사는 100년이 좀 넘었어요. 조선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 철도공사 당시, 많은 인부들이 공사에 동원됐고, 이 때 만들어진 게 감자탕이라고 해요. 인부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저렴한 재료를 이용한 음식을 만들었다죠. 돼지등뼈에 자연히 감자, 우거지 등이 첨가됐고, 많은 사람들의 굶주린 배를 채워줬죠. 감자가 들어가는 바람에 감자탕이 됐다고 여기는 사람이 지금껏 많아요.” 







40년간 꾸준히 사랑받아 온 ‘황해옥감자탕’. 이제는 큰 욕심이 없단다. 방송 등을 통해서도 많이 알려졌지만, 맛으로 승부했기에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요즘도 방송국에서 연락이 와요. 사실 방송 때문에 손님들이 오는 게 아니거든요. 40년 동안 한결같은 맛을 유지했기에 오는 거죠. 방송에 나오면 물론 좋죠. 근데 문제가 뭐냐 하니, 방송국 카메라 세팅하고 연출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리더라고요. 장사를 못하게 한다 이 말씀이죠. 더 이상 방송 취재에는 응하지 않아요. 가만히 있어도 맛으로 승부하면 손님들이 알아서 찾아옵니다.”

개인적으로는 시장의 앞날이 걱정이다. 시장 전반적으로 매출이 줄었기 때문이다. 자연히 감자탕집을 찾는 손님도 과거에 비해선 줄었다.

“40년 동안 있어보면 알잖아요. 가게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오늘 시장에 손님이 얼마나 왔는지 가늠할 수 있어요. 전반적으로 찾는 손님들이 줄었죠. 같은 시장 상인으로서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가게가 시장 후문 쪽에 있다 보니 그날 그날 손님 드나드는 게 다 보이거든요. 아케이드를 설치한 이후 초기엔 좀 잘 되나 싶었는데… 요즘은 예전 같지 않네요.” 

상인들은 아케이드를 설치한 5년 전만 하더라도 대형마트 부럽지 않은 대형시장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그때만 해도 눈이 아플 정도로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죠. 대형마트가 주변에 생긴다는 소문이 돌아도 걱정을 안 했어요. 가게도 그렇고 시장도 그렇고 지난해부터 심상치 않네요. 저 혼자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요. 어느 한 가게만 특정하게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요. 모두 잘 돼야 나도 잘 되는 구조거든요. 경기침체가 원인인 것 같은데, 누가 해결해 줄 수 있을지…. 물론 우리 집은 그나마 낫습니다. 매출이 줄었다고 해도 다른 가게들에 비하면 그동안 벌어놓은 게 좀 있는 편이니까요.”

오 사장은 시장의 터줏대감으로서 상인회에 대한 따끔한 충고도 잊지않았다. 돈암시장이 발전하려면 향후 상인회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것이다.

“타지에서 와서 막 장사를 시작하는 젊은 사람들도 시장 구성원이잖아요. 그런데 누군가 들어와서 장사가 잘 되면 시기, 질투하고…. 시장에서 그들에게 도움을 주지도 않아요. 구러니 협조를 잘 안하죠. 감투 쓰고 있는 사람들이 문제가 많아요. 돈암시장이 앞으로 잘 되려면 우리 같은 음식점도 잘 돼야 하지만, 상인들 모두가 잘 돼야 해요. 상인회가 상인들을 그렇게 결집시켜야죠.”

정다은 기자 panda1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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