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석의 새마갈노> 한 식구인 '봄비'는 사람을 꿈꾼 개


‘사람 옆에 사는 개’
‘봄비’가 죽었습니다.

사인은 명쾌하지 않습니다.
시골 동물병원의 소, 돼지 전문
늙은 수의사 말로는
호흡기, 심장 등의 문제라고 하는데
그 정도는 민간인인 저도 할 수 있는 진단이라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어쨌든 ‘봄비’는 죽었습니다.
지난 7년여 ‘봄비’가 부슬부슬 나리는 날
밀양 산골 농장에서 데려와
진주에서부터 진안을 거쳐 무주까지 따라붙은
귀농촌 생활의 동반자였습니다.

산청 단성장에서 만난
애비 ‘구름이’로부터 따지면
어느덧 10년 이상의 인연입니다.
명실공히 식구였습니다.

뒷마당 복숭아나무 밑에
수목장을 했습니다.
올 봄, 봄비가 처연하게 나리는 날,
‘봄비’는 복사꽃으로 다시 살아나,
우린, 또 만날 겁니다.
‘봄비’는 늘 사람 옆에,
사람 같은 개로 살 겁니다.

오늘, 아무 짓도 하지 않을 겁니다.
멍 하니, 넋을 놓고 앉아
“모든 개는 죽는다”는 억지라도 부리며
스스로를 위로할 겁니다.
상실감을 이겨낼 다른 방법은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왜 죽어 마땅한 개만도 못한 사람들은 잘 죽지 않는지.
죽여야 비로소 죽는 건지….”
그 과학적 원인과 처방을 깊이 생각하고 연구할 겁니다.



[살아가는 詩] 사람을 꿈꾸는 개

개는 어쩌나 자꾸 배가 고파 어쩌나
먹고 또 먹어도 배는 늘 공복이네
밥통이 바닥나면 풀까지 뜯어 먹네
개가 풀 먹는다 풀 뜯어먹는 소리 낸다
밥은 더 주지 않고 사람들은 놀려대네
부끄러워 어쩌나 약이 올라 어쩌나

어쩌나 개는, 나가 놀고 싶어 어쩌나
감나무에 묶인 신세 뛰어봐야 제 자리네
풀어주면 사고 치니 개줄 더욱 굵어지네
답답하다 끙끙대면 발길질만 돌아오네
문 앞을 서성여도 놀자는 개 하나 없네
심심해서 어쩌나 짜증나서 어쩌나

개는 어쩌나 자꾸 몸만 커져 어쩌나
몸은 다 컸는데 강아지 취급하네
외로워서 어쩌나 그리워서 어쩌나
그녀는 어디 있나 어딜 가야 만나지나

얼마나 더 살아야
사람 같은 개로 살 수 있나
어떻게 살아가야
개 같은 사람이라도 될 수 있나

 
 
<정기석 님은 ‘오래된미래마을+마을연구소’(http://cafe.daum.net/Econet) 운영자입니다. ‘새마갈노’는 자연생태 전문 인터넷(www.eswn.kr)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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