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키 조 지음/ 김선영 옮김/ 비채


1979년 데뷔 이후 첩보소설, 역사소설, 범죄소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뛰어난 재능을 발휘해온 사사키 조. 그중에서도 작가의 전문분야이자 가장 탁월한 분야는 단연 경찰소설이다. 그의 작가적 역량이 절정에 달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 `경관의 피`가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를 찾는다.

60여 년에 걸친 장중한 드라마를 온전히 담기 위해 과거 상·하로 출간되었던 책을 합본했고, 시대상과 내용을 적극 반영한 새 표지로 단장했다. 특히 새로운 표지 디자인은 ‘소설에 완벽히 어울린다’는 작가의 응원을 받기도 했다. 광활한 스케일과 유장한 호흡과 같은 시대물의 특성과 함께 사사키 조 특유의 유려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문체를 살리기 위해 번역을 다시 한 번 꼼꼼하게 다듬어 개정판으로 자신 있게 선보인다.





`경관의 피`는 사사키 조가 철저한 사전조사에 기반하여 혼신을 기울여 써낸 필생의 역작으로, 원고지 3,000매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에 담긴 장대한 서사가 압도적이다.

 더불어, 삼대에 이르는 세월의 흐름과 경찰 조직 안팎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인과관계까지, 수많은 요소를 자유자재로 엮어냄으로써 짜임새 있는 구성과 내밀한 심리묘사로 대표되어온 일본 미스터리의 역사에 또 하나의 문학적 위업을 더했다.

2009년 아사히TV 개국 50주년 기념 특집 드라마 `경관의 피` 역시 수억 엔에 이르는 제작비와 3개월간에 걸친 전국 종단 로케이션, 유명 배우가 대거 출연하는 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경관의 피`는 전후 부흥이 한창이던 1948년부터 2007년까지를 배경으로, 한 집안의 세 남자가 운명처럼 경찰관에 투신한 이야기를 3부 구성으로 그린다.

1대 안조 세이지와 2대 안조 다미오는 모두 덴노지 주재소에 근무하다가 불의의 죽음을 맞는다. 근무 중에 죽음을 맞이했음에도 세이지의 죽음은 불명예스러운 자살로 처리되고, 다미오의 죽음에는 명예로운 포상이 수여된다. 3대 안조 가즈야는 선대의 미스터리를 풀고, 할아버지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경찰관의 길을 걷는다.

이미 종결된 지 수십 년이 지나 남아 있는 실마리라고는 몇 안 되는 기록과 주민들의 증언, 그리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 밤 우연히 찍힌 여섯 장의 사진뿐. 남다른 투철한 정의감과 책임감을 가졌지만 결국 죽음으로 끝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미스터리를 손자는 수십 년이 지나 풀어낼 수 있을까.

오명에서 순직으로, 그리고 생존으로… 고난의 세월은 긴 분량 내내 고도의 긴장감을 유지하게 하며, 삼대의 핏줄이 끝내 승리를 쟁취하는 결말은 미스터리 소설이 주는 짜릿함 이상의 감동을 전해준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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