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명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중동 지역에서 이미 수십 년간 이어진 피의 분쟁은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끝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더 극단적으로 과격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전 세계가 놓치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포연이 가시지 않은 처참하게 무너진 집과 사원, 이전의 자유조차 박탈해버린 8미터 높이 700미터 길이의 분리장벽, 집도 없이 난민촌을 떠도는 팔레스타인 사람들 앞에 호화롭게 지어진 유대인 정착촌, 이스라엘의 포격으로 부모를 잃고 아이를 잃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눈물, 가족의 생계를 위한 희망이 잿더미로 변한 올리브밭 앞에서 무릎 꿇은 농부, 2등 시민으로 온갖 불평등을 감수하며 희망 없이 살아가는 아랍계 청년들…….

이것이 여덟 차례나 팔레스타인 현장을 찾은 저자의 눈에 비친 이른바 ‘테러’와 그에 대한 ‘보복’의 현장, 팔레스타인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테러’라고 몰아붙여왔다. 미국도, 그리고 우리도 그런 표현에 익숙하다. 그러나 왜 그들은 테러를 일으키는가? 60여 년 동안 끊임없이 일어나는 피의 분쟁은 왜 끝나지 않는가? 저자는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분석하기 위한 이런 물음에 앞서 우리가 먼저 보아야 할 것은, 잔인한 파괴의 폐허 위에 흐르고 있는 눈물과 통곡의 현장, 이곳 팔레스타인의 대지라고 말한다.

이 책은 또한 우리가 단순히 ‘테러 조직’으로 이름만 알고 있는 다양한 단체들의 탄생과 성장 과정, 역사 등을 상세히 담았다. 이슬람운동조직 무슬림 형제단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하마스와 무장조직인 이즈 알딘 알 카삼 여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이끌며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온건파 파타와 그에 충성하는 무장조직 알 아크사 순교여단 등 팔레스타인을 이끄는 큰 두 축의 역사와 성격을 비교 분석했다. 그밖에 팔레스타인 해방전선, 이슬람 지하드, 레바논의 헤즈볼라, 오사마 빈 라덴의 알 카에다, 최근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시리아 반군 이슬람국가(IS)까지 다양한 조직들의 무장투쟁사와 성격을 분석하여 중동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또한 하마스의 창립자이자 정신적 지도자인 셰이크 아흐메드 야신, 그 뒤를 이은 압둘 아지즈 란시티를 비롯하여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의 지도자 야세르 아라파트, 이스라엘의 비밀 핵 개발을 처음으로 폭로한 모르데차이 바누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변인 가산 카티브,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간부, 전 이스라엘 대통령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강경파 지식인 제럴드 스타인버그, 이스라엘 군 대변인 등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의 핵심인물들은 물론 팔레스타인 현지 민초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정리 이주리 기자 juyu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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