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정문’ 시위에 대통령, 다른 문 통해 행사장으로?

부산대 일부 학생들이 16일 박근혜 대통령 방문에 반대하는 시위를 학교 정문에서 벌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부산대 구 정문을 통해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경찰은 “부산대 정문은 지하주차장과 곧바로 연결돼 경호상 문제가 있어 구 정문을 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한데 이어 이날 오후 부산대 IoT(사물인터넷) 연구센터를 시찰하려 했으나 학교 정문에서 박 대통령 반대시위가 열렸다. 박 대통령은 부산대 구 정문을 통해 부산대로 들어가 연구센터를 시찰하고 학생들과 대화를 나눴다.

자신들을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부산대학교 학생 일동’이라고 밝힌 학생 20여명은 이날 오후 1시부터 부산대 정문에서 박 대통령의 부산대 방문 반대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박 대통령의 방문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의 부산대학교 기습방문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박 대통령의 방문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박근혜 정권은 과거 역사관 뿐 아니라 현재 국정운영에서도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박근혜 정권은 사상 유래없는 초유의 정당해산과 종북몰이, 공안탄압으로 이 땅의 수많은 민주적 가치들을 유린하고 있으며 이에 많은 민주재야인사들은 과거 박정희 유신독재를 연상케 하는 이러한 반민주적 행보에 대해 우려와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부산대학교 학생 일동` 제공


이들은 “박근혜 정권이 과거 역사관 논란에 대한 진정성 있는 성찰 없이 부산대 방문을 추진하려다 무산된 과거의 경험을 뒤로 한 채 진행되고 있는 지금의 기습적인 부산대 방문에 우려를 감출 수 없다”며 “반유신의 상징인 부산대 방문은 유신독재에 맞서 우리 국민이 피를 흘리며 만들어온 민주주의 역사를 생각한다면 충분히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하지 않는다’, ‘5·16 쿠데타, 유신독재가 불가피한 선택입니까’라고 쓴 푯말을 들고 2시간 가량 시위를 벌였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부산대 강연을 하려 했다가 역사관 논란으로 무산된 바 있다.

부산대 학생들이 특히 박근혜 대통령 방문을 반발하는 이유는 `부마사태`에 박 대통령의 역사관에 문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부마사태는 70년대 후반 부산경남 지역 시민들과 노동자들이 박정희 독재에 맞서면서 10.26를 촉발한 사태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위클리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학생들 입장에선 독재 타도에 앞장선 부산대 선배들의 희생과 노고를 과연 박근혜 대통령이 인지하고 있겠는가, 라는 의문이 들었을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후배들이 작금의 상황에 반발해 학교 정문부터 가로막은 것 같다. 대통령이 국민대통합을 원한다면 학생들 입장도 듣고 대화를 할 수도 있는 문제인데, 현 정치 분위기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젊은 세대들에겐 부마사태와 같은 기억이 강렬하게 다가오기보단, 화해와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하는 시대어야 하는데, 여전히 이런 문제로 정치권과 각을 세워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성 정치권이 제대로 된 역사관을 가지고 통합과 화해의 정치가 무엇인지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