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원전 이대로 괜찮은가’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처장-2

 

탈핵 결정때 우리와 같이 원전 비중 30퍼센트였던 독일, 15퍼센트까지 줄여
우리도 지금부터 줄여나가면 향후 20년이면 원전 없는 사회 만들 수 있어
태양광발전만으로도 2030년이면 우리나라 전체 사용 에너지 3배 생산 가능
원전은 정치적 문제, 원전 통해 부 축적하는 원전 마피아들 정치권과 연계돼


 

▲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처장

 

-원전 없는 전력수급,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해외에서 에너지를 많이 수입하는 국가들을 보면 미국 중국 일본 한국 독일이 있다. 이 중에 미국과 중국은 인구나 영토가 많은 나라니까 제외하고, 일본 한국 독일이 비교할만하다. 이 세 나라가 과거 원전비중이 30퍼센트로 원전에 대한 의존이 높은 나라들이었다. 이 중 한국만 현재까지 30퍼센트의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은 2001년 탈핵 결정을 할 때 원전 비중이 30퍼센트였다. 14년이 지난 지금은 15퍼센트까지 줄였다. 대신 재생에너지 전기의 비중을 24퍼센트까지 늘였다. 일본은 30퍼센트의 비중을 차지하던 원전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급격히 줄여 현재 1년 반 동안 원전을 가동하지 않고 있다.
독일은 에너지 수입량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원래는 우리보다 에너지 순수입량이 많았는데, 몇 해 전부터 우리나라보다 순수입량이 줄어들었다. 재생에너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가 늘어난다는 것은 국산에너지의 증가를 의미한다.
독일이 점진적으로 원전의 비중을 줄여가는 데 비해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라는 큰 고통을 겪은 이후 원전의 비중을 확 줄였다. 현재 일본의 모든 원전은 중단된 상태다. 일본의 경우에는 화력 발전소의 가동률이 조금 높아지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전기 소비량이 줄었다. 사고 이후에 전기 절약을 한 것이다. 30퍼센트의 비중을 차지하던 원전의 가동률이 0이 됐는데도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다.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일본처럼 사고가 난 뒤에 그렇게 고생할 거냐, 독일처럼 장기 플랜을 가지고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것이냐 결정을 해야 한다. 독일은 20년 장기 플랜을 가지고 원전을 줄여나가고 있다. 2022년이면 독일의 원전 가동률은 0이 된다.
우리도 20년이면 원전 없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그걸 지금부터 하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독일보다 가능성이 높다. 재생에너지 잠재량은 독일보다 훨씬 더 높기 때문이다. 삼면이 바다라 조력발전이 용이하다. 동해안은 깊이가 깊어서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서해안 남해안에 조력발전소를 개발할 수 있다. 일조량도 독일보다 많다.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전기가 독일보다 많다.
현재 기형적인 전기 소비 구조 속에 살고 있다. 역설적으로 전기 소비량을 줄일 잠재력이 높다는 말이다. 비효율적인 전기열 소비를 줄여야 한다. 열이 필요하면 열을 바로 쓰면 된다. 산업용 전기를 너무 싼 가격에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 비유를 하자면 밀가루보다 빵이 더 싸고, 옷감보다 옷이 더 싼 비정상적이고 기형적인 구조다. 그러다보니 1인당 전기 소비가 엄청 높은 것이다. 이런 구조를 개혁하면 전기 소비량을 원전이 필요 없는 수준까지 충분히 줄일 수 있다.
2011년에 정부에서 발표한 신재생에너지 백서를 보자. 기술적 잠재량을 계산해보니 태양광 발전 하나만으로도 2030년이면 우리나라 전체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3배를 생산할 수 있다. 면적 때문에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면적도 많이 필요 없다. 2011년 전기 사용량을 태양광으로 공급한다고 계산해보니 당시 6.7퍼센트의 면적이면 가능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수도권에 있는 건물들만 잘 활용해도 전기의 상당량을 부담할 수 있다.
우리가 여름과 겨울에 전기 소모량이 피크다. 겨울에 전체 전기 소비의 25퍼센트가 난방을 위해 사용된다. 전기로 난방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기는 하지만 전기난방 시스템을 갖췄다면 태양광 발전으로 난방을 하면 된다. 그러려면 전기저장시설이나 그리드가 잘 발달돼야한다. 그 쪽으로 계속 투자가 돼야한다. 그런 지원 제도나 관련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
발전차액 지원제도라는 것이 중요했다. 독일에서 만든 제도로 발전사업자에게 돈을 주는 제도다. 태양광 발전을 통해 전기를 생산했는데 300원이 들어갔다고 예를 들어보자. 시장에 팔려고 봤더니 전기 가격이 100원 밖에 안하면 200원의 손실이 생긴다. 그런데 7퍼센트의 수익을 붙여서 321원에 의무적으로 사준다. 수익이 나다보니 너도나도 태양광 발전 사업에 뛰어든다. 현재 독일에 발전사업자가 800만명이나 되는 이유다.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 당시에 그 제도를 도입했다가 이명박 대통령 첫 해에 폐지시키는 계획을 발표하고 2012년에 폐지시켰다. 정부는 돈 없어서 폐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500억 정도 들었다. 10년 동안 2조원 정도가 들어갈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가 전기요금에 3.7퍼센트를 내는 기금 같은 것이 있다. 그 돈이 한 해에 3조원이 넘게 모인다. 그 돈으로 석탄 원전 등에 투자를 하고 돈이 남아서 더 걷지 말자고 논의하고 있다. 기가 막힌다. 2008년 당시에 그 기금이 발전차액 지원제도 때문에 그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고 주장했던 사람들이다. 그런 식으로 장난을 치고 있다.
이런 제도가 자리를 잡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발전 사업에 뛰어들겠나. 가뜩이나 저금리 시대에 7퍼센트의 수익률을 보장해준다는데. 아마 건물주들이 너도나도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할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 일본의 간 나오토 전 총리가 이 제도에 도장을 찍고 나왔다. 그래서 2년 사이에 원전 70개 분량이 신청 들어왔다. 생산량으로는 원전 15개 분량이다. 그러니 간 나오토 총리가 우리나라에 와서 7~8년만 있으면 원전 필요 없다고 말한다. 이런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재생 에너지 관련 정책이 후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원전 세력의 로비 때문이다. 전력망에서 원전과 재생에너지는 경쟁관계다. 재생에너지의 생산은 들쭉날쭉하다. 원전은 생산량이 일정하다. 둘 다 문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가 전기를 쓸 때 전기를 공급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정전은 전력량이 부족해서 발생하기도 하지만 전기가 많아도 발생한다. 때문에 원전 비중이 커지면 재생에너지가 올라가기 힘들다. 반대로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아지면 원전의 비중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2008년에 재생에너지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정책을 폐지하는 결정을 왜 했을까. 원전 산업계의 로비 때문이다. 돈이 없어서도 아니고, 기술이 없어서도 아니고, 잠재력이 없어서도 아니다.
우리는 OECD 국가 중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꼴찌다. 1퍼센트도 안 된다. 독일은 현재 24퍼센트까지 끌어올렸다. 독일 외에도 유럽 국가들은 거의 10퍼센트~20퍼센트 수준이다. 한편 우리는 2035년에 11퍼센트까지 올리겠다고 한다.
원전문제는 정치적 문제다. 원전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정치권과 닿아있다. 지금까지 23개의 원전 중에 현대건설이 17개를 만들었다. 이명박 정부 당시에 원전 수출부터 해서 원전산업에 왜 그렇게 드라이브를 걸었겠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출신이다. 인맥 관계부터 이해관계가 연결돼 있는 것이다.
현재 집권 여당이 원전 마피아와 연결돼있다고 본다.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회에 장순흥 원자력 공학박사가 교육과학부분 인수위원으로 참여했다. 장 박사가 한미원자력 협정 개정도 작업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인수위 시절 미국 대사를 만나자마자 꺼낸 이야기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이었다. 그때 실무적으로 거의 협의가 끝나있던 상황이었다. 2년 동안 연장해서 받은 게 없다. 그때도 재처리의 한 기술인 파이로 프로세싱 1단계 연구를 하기로 합의를 보고 있었다. 부수적인 것이 더해지긴 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고리 원전 1호기, 월성 원전 1호기 폐쇄하는 것은 전력수급에 전혀 영향이 없다. 노후 원전을 수명연장해서 무리하게 가동하다가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할 것이냐. 이 두 개의 원전 주변에만 4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끝까지 폐쇄하지 않겠다고 한다.
노후원전 폐쇄는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노후원전 폐쇄가 새누리당의 당론이 되면 당정협의를 통해 산업자원부 장관이 고리 1호기 폐쇄하겠다고 하면 되는 문제다. 그런데 안 한다. 원전이 없어지길 바라는 유권자가 더 많아지는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이 깨어있어야 한다. 유권자들이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입장을 투표의 기준으로 삼아야한다.

 

 

-일반적으로 재생에너지는 발전량이 작다는 이미지가 있다.
▲독일이 2012년 4월 15일에 우리나라 원전 23개에 해당하는 전기를 태양광만으로 발전했다. 독일은 일조량이 적다. 해만 나면 사람들이 일광욕을 하느라 바쁜 나라다. 우리는 독일에 비해 일조량이 월등하게 높다. 충분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태양광발전 시설이 비싸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비싸다. 하지만 태양광발전에는 사용 후 핵연료나 핵폐기물 사후처리비용, 사고비용이 없다. 사회 갈등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 원전의 경우에는 원전 부지 선정에서부터 방폐장 부지 선정까지 얼마나 많은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나. 태양광 발전의 경우에는 전지판 때문에 눈이 부시다는 정도의 불만과 갈등이 전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은 어떤가.
▲원전 사고가 난 뒤 일본이 한꺼번에 원전을 중단한 것은 아니다. 원전은 한 주기가 끝나면 안전 점검을 한다. 보통 1~2개월 이상 걸린다. 점검을 할 때 원전사고 이후에 그것을 반영한 새로운 규제를 만들었다. 새로운 규제에 맞춰서 통과 돼야한다. 반경 30킬로미터 이내에 있는 지자체의 동의를 받아야하는 것으로 규제를 강화했다. 하나씩 점검에 들어가며 운전을 중단했고 2013년 8월 오이원전이 중단하는 것으로 현재 일본의 원전 가동은 0이 됐다.

 

-일본이 원전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전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일본 전체적으로 전기 소비량을 줄였다. 1년 반 동안 원전이 가동되지 않는데도 문제가 없다. 아베정부가 원전 마피아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재가동을 하겠다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적자가 늘어났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엔저 정책 등 경제 정책 때문이다. 일본 경제학자들에게 물어보면 원전 중단에 따라 적자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센다이 원전 다카하마 원전 등이 재가동 승인을 받았다. 원자력 규제위원회에서 신안전 규제기준에 맞춰서 재가동을 승인했다. 하지만 30킬로미터이내 지자체의 동의를 받는 것이 쉽지 않은 사항이다. 동의를 받아도 주민들이 소송을 걸기도 한다. 오이원전 3,4호기는 1심에서 재가동 금지 판결을 받았다. 다카하마 원전은 재가동금지 본 소송 들어가기 전에 가처분신청으로 제지했다. 
일본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아베정부는 원전의 비율을 20퍼센트 이상으로 유지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54개의 원전이 있었는데 사고로 6개가 문을 닫았다. 남은 48개 중에 노후원전 5개는 재가동하지 않겠다고 했다. 남은 43개 중에 몇 개의 원전이 재가동될지는 미지수다. 

<기사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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