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떠나요∼제주도 푸른 밤으로!! 2회

 

더운 여름을 보내기에 바다만큼 좋은 선택이 있을까. 푸른 제주라면 더할 나위 없으리라. 무작정 가방을 싸고 계획하지 않았던 여행을 떠나 본다. 잔인했던 유월의 기억을 뒤로 하고.
제주는 볼 때마다 만날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신비로운 섬이다. 앞으로 몇 번 더 가볼 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가보지 못한 곳, 먹어보지 못한 것들이 가득하니 아마도 내가 살아가는 동안 나에게 새롭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해 줄 멋진 곳임이 틀림없다.
올 해는 그 동안 네 번을 방문하면서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섬 안의 섬 '우도'를 비롯해, 제주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월정리 해변 거리' 힘찬 삶의 현장 '올레 시장', 이탈리아의 비취색 바다가 부럽지 않은 '쇠소깍'을 둘러보면서 새로운 제주를 느낄 수 있었다. 십여 년 전 천지연 폭포와 민속촌, 식물원 등을 전전하던 고전적인 관광 코스를 탈피해 아름다우면서도 세련된 제주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무더운 여름, 새로운 매력을 발산하는 푸른 제주로 여행을 떠나보자. 3회에 걸쳐 게재된다.

 

 

▲ 배가 우도에 도착하니 거짓말처럼 파란 하늘을 보여준다.

 

오늘은 드디어, 우도에

제주를 네 번이나 방문하면서도 시도해보지 못한 섬 안의 섬, 우도. 오늘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우도를 가는 것. 하지만 우도 들어가는 길은 하늘이 정해준다고 했던가. 날씨를 몇 번이나 확인해 결정한 날짜였는데도 아침부터 몰아치는 바람과 스산한 구름 모양이 심상치 않다.

바람이 심하면 배가 뜨지 않는다는 섬이기에 걱정이 앞섰다. 예전에 우도에 들어갔다가 태풍을 만나 배가 뜨지 못해서 사흘간 섬을 빠져 나오지 못했던 회사 직원이 생각이 났다.

 

▲ 우도항

 

아무래도 날을 바꿔야 할까. 고민만 천만번.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서도 해는 보이지 않는다. 못 먹어도 고! 일단 입도항인 성산포항을 향해 출발하기로 했다.

성산포항을 조금만 돌면 성산일출봉이다. 과거에 제주에 방문하면 항상 빼놓지 않고 가는 코스가 바로 성산일출봉이었다. 성산일출봉이 주는 대지의 편안함과 바람 가득한 경치가 너무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뿐만 인가. 절벽 아래로 내려가면 해산물을 파는 아주머니들이 건네주는 한라산 소주 한 잔과 소라 한 접시를 초장에 '척' 찍어 먹는 맛이란. 바로 제주의 바다, 바로 그 느낌이었다.

 

▲ 우도봉으로 올라가는 길에 노니는 말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오늘은 '우도'라는 대모험을 결행해야 했기에 성산포항 주차장으로 바로 들어섰다. 주차를 마치고 성산포항 종합여객터미널에 들어서니 중국인들이 우도를 좋아한다는 소문과는 달리 메르스 여파 때문인지 중국어는 들리지 않았다. 대신 대합실에는 내국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날씨가 좋지 않은 상태인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우도행 배를 타기 위해 승선 서류를 작성하고 있었다. 차량을 가지고 탈 수도 있었지만 우도의 각 관광지를 경유하는 관광버스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몸만 탑승하기로 한다. 성산포항을 떠난 지 15여분. 우도까지는 약 3.8km 거리다.

 

 

▲ 드디어 우도 도착, 소한마리가 누워있는 형상이라 우도. 배에 내리자 마자 소가 우리를 반겨준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에게해, 나는 우도 앞바다

우도에 들어서니 갑자기 햇빛이 쏟아진다. 뜨겁고 강렬한 햇빛이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이래서 제주의 날씨는 아무도 예측을 못 한다고 했던가.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에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역시 우도의 땅콩아이스크림 전문점.

‘우도하면 땅콩, 땅콩하면 우도’할 만큼 우도는 땅콩 재배지로 유명하다. 가게 한켠에 마련된 작은 의자에서 먹는 아이스크림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어느 나라의 왕후가 부럽지 않다. 땅콩이 이렇게 고소했던가, 감탄이 절로 난다. 생땅콩을 40여분 직접 천천히 구워 만들어서인지 땅콩의 고소한 내음이 우도에 도착했음을 실감나게 한다.

 

▲ 우도의 명물, 땅콩 아이스크림.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다음은 우도를 여행할 관광버스를 탈 차례다. 자유이용권을 구입하면 버스가 경유하는 역마다 원하는 시간에 아무 때나 자유롭게 탈 수 있다.

"우도 버스는 30분에 한 대씩 도착합니다~만, 관광객들이 많아져서 계속 연달아 온다고 보면 됩니다. 그냥 아무 버스나 타시면 됩니다."

버스 기사의 구성진 목소리도 우도 관광 포인트 중 하나다. 즐거운 입담에 승객들의 기분도 저절로 올라간다. 버스의 처음 경유지는 우도봉. 소가 누운 모습 중 머리 부분이라 하여 쇠머리 오름이라고 한다. 푸른 초원, 말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감상하며 천천히 오름에 올라 본다. 시원하게 부는 바람이 기분 좋다.

 

▲ 우도의 가장 높은 봉우리, 우도봉

 

드디어 도착한 우도봉에서 바라보는 절경은 감탄 일색이다. 성산일출봉에서 느꼈던 장관과는 다른 우도만의 아기자기한 푸르름이 매력적이다. 이렇게 맑고 깨끗한 바다라니, 어느 나라를 가서도 쉽게 느끼지 못했던 아름다움이다. 그리스 산토리니를 여행할 당시 그네들의 바다에 감탄과 부러움을 표한 적이 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作 '그리스인 조르바'가 이 깨끗한 에게해를 여행했었겠구나, 하고 문학적 상상을 보탰다. 우도의 바다는 에게해와는 다른 푸름이 담겨있었다. 제주의 푸른 밤바다와 우도의 바다는 또 다른 깊은 맛이 있다. 저절로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 우도 하고수동 해수욕장. 바다 반 하늘 반~

살아있는 소라게와 함께, 하고수동 해수욕장

우도봉에서 내려 와 다시 버스를 타고 출발하니 다음 정차역은 검멀레 동굴(동안경굴)이다. 하지만 기사 아저씨의 설명에 따르면 밀물 때라 동굴에 물이 차서 구경할 수 없단다. 아쉽지만 다음에 물때를 맞춰 오는 것으로 하고 다음 코스인 하고수동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 바닷가에서 아이들에겐 모래놀이가 최고 즐거움이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발가락 사이로 촘촘히 밟히던 하얀 모래. 하고수동 해수욕장에서 파도 놀이를 하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본다. 모래 놀이를 하던 아이들은 바위틈 사이에서 소라게를 발견하고는 환호성을 지른다. 한 아이가 손가락 한 마디만한 작은 소라게를 찾아 모래놀이 삽을 어항 삼아 놓았더니 다른 아이들도 너도 나도 소라게를 찾는다. 노랗고 파랗고 분홍색의 모래놀이 기구들은 어느새 소라게의 바다가 되었다. 해초를 주워다가 장식도 해본다.

모래놀이와 파도놀이에 지쳐갈 즈음 배꼽시계가 울려댄다. 마침 얼큰한 국물이 당긴다. 해변가를 바라보며 짬뽕을 판매하는 분위기 좋아 보이는 식당에 들어서니 “재료가 다 떨어졌어요󰡓 하는 야박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기 저기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 하고수동 해수욕장에서 잡은 소라게
▲ 모래놀이 기구가 소라게의 집이 되었다.

 

아직 오후 3시 밖에 안 되었는데 벌써 재료가 다 떨어졌다니. 그런 소리를 들으니 더 배가 고파온다. 하는 수 없이 카페에 들어가 땅콩 팥빙수와 커피로 배를 채우고 배를 타러 다시 항구로 돌아왔다.

마지막 출항 배가 4시라는 말을 들었는데 항구에 도착하니 날씨가 좋아서인지 6시로 변경되었다. 아름다운 우도에 더 머무르고 싶었지만 먹을 것이 없는 터. 빨리 떠나야 했다. 제주의 새로운 강남이라고 불리는 월정리 해변가에 가서 세련되고 맛있는 '무언가'를 먹겠다는 야무진 결심으로.

 

 

▲ 월정리 해변

낭만적인 청춘의 해변, 월정리

월정리 해변에 다다르니 이제껏 다른 곳에서 느끼지 못했던 젊음이 남다르다. 연인들이 청춘들이 삼삼오오 모여 해변가를 거닌다. 탁 트인 바다 전망처럼 시원스러운 젊음의 거리다. 하얀색 천막이 나부끼는 인상적인 카페 이층에는 아름다운 바다노을을 배경 삼아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앉아 사랑을 속삭이는 젊은이들로 한가득이다.

그리스에서도 그 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석양이 질 때 맥주 한 잔을 탁자 위에 두고 아무 일도 안하고 가만히 앉아 지는 해만을 바라봤더랬다. 언제나 어디서나 뜨고 지는 해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놓칠 수 없는 특별한 노을이 있다. 아마 이들에게도 지금의 순간이 그 때 나와 같이 특별한 순간일 지도 모른다.

 

▲ 아름다운 월정리 바다를 바라보면 먹는 우럭튀김의 맛!
▲ 하얀 천막이 인상 깊은 월정리의 카페

 

세련된 카페가 즐비한 월정리 해변가에서 최대한 빨리 푸짐하고도 맛있는 밥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선택한 곳은 바로 우럭튀김이 나오는 곳. 밥집이지만 바로 앞마당에는 푸른 해변이 펼쳐져 있고 여느 멋진 카페 못지않은 전경과 맛을 자랑한다. 제주도에서 처음 맛 본 매운 양념의 우럭튀김은 엄지 척 들만큼 맛이 났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니 다시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바다에 홀로 앉아 있는 의자들은 월정리 해변의 상징과 같다. 몇 번을 와도 좋은 제주지만 이처럼 서울 강남의 세련미가 이곳 월정리로 옮겨 온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어색하면서도 감탄이 나왔다. 동해나 서해는 바다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전에 그 곳 상가에서 느끼는 부조화에 지쳐버린다. 그에 반해 월정리는 멋진 바다와 세련된 도시美의 조합이 인상 깊다. 제주의 변화는 무궁무진하다. 오늘 밤도 제주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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