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굿둑, 수산업 피해현장을 가다> 종 다양성 사라진 서해어장

 

▲ <표>1938년 서해 주요어장 수산물



다양한 어군 산란 위해 회유해 들어오던 고기떼… 서해 어장

서해안 중부의 주요 어장은 영광 앞바다의 칠산도에서부터 위도, 고군산군도, 죽도, 연도, 어청도, 마량리, 천수만 근해 어장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고군산군도는 금강, 만경강, 동진강의 하구에 위치하고 있고 남으로 위도, 칠산도 어장과 서족으로 어청도 어장, 북쪽으로 죽도, 연도, 천수만 근해 어장은 모두 위의 세 강의 영향을 받는 어장이다.
이곳은 타 해구에 비해 수심이 얕고 조류가 급하며 오탁이 심하고 계절에 다른 수온 변화가 심해 다양한 어군이 자신에 적합한 수온을 찾아 회유해 들어오던 어장이었다. 수온이 낮은 겨울에는 서해 남부 해역에서 월동하고 봄이 되면 북상, 산란하기 위해 회유해 들어왔다.

다양한 어종·어구어법

이러한 어장에서 사시사철 다양한 어종들이 잡혔다.<표 참조> 서해의 대표적 어종이었던 조기를 비롯해 민어, 갈치, 삼치, 고등어 넙치, 멸치, 대구와 청어도 잡혔다. 이를 포획하는 방법으로 한국 재래의 중선망, 주목망, 지인망과 일본에서 전래된 안강망, 연승 및 유자망 등 각종 어구어법이 발달했다.

장항항에서 들은 어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4월초부터 하순까지 금강에서 뱅어가 잡혔다. 4월 중순부터 고군산군도를 중심으로 한 인근 해역에서 조기, 도미, 갈치를 대상으로 안강망 어업이 시작되었고 5월과 6월에는 삼치, 고등어, 갈치가 잡혔다. 또한 이때는 도미, 청어, 오징어를 대상으로 하는 연승어업의 성어기였다 한다.(연승어업:무명이나 나일론으로 만든 긴 끈의 곳곳에 낚시찌를 달아 수면에 띄우고, 낚시찌와 낚시찌 사이에 낚싯바늘을 드리워 고기를 낚아올리는 어업)

수온이 높은 6, 7월에는 어족이 외해로 분산하여 휴어기가 되지만 8월 이후 가을철 어장이 일시에 시작되어 대구, 도미, 청어잡이가 이루어졌다. 가을 전어는 동진강과 만경강 하구에서 많이 잡혔는데 잡은 고기를 배에 다 싣지 못해 버리고 올 정도였다고 한다.

멸치에 지나치게 의존

멸치, 새우, 꽃게, 넙치류, 갑오징어 등을 빼면 나머지 어종들은 겨우 명맥만 이어가는 정도이다. 더구나 멸치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그러다보니 멸치잡이에서 불법과 남획이 성행하고 있다. “멸치어장이 무너지면 바다는 끝난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7월부터 시작된 멸치잡이에서 올해 어획량은 작년의 절반 수준이라고 한다.

이처럼 어족자원이 줄어든 원인을 어민들은 바다 환경의 변화에서 찾고 있다. 유속이 약해져 토사가 쌓이고 이로 인해 산란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속의 저하를 불러온 주된 요인은 금강하굿둑과 새만금방조제이다

이 밖에 바닷물의 온도 상승도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1968년~2006년 기간 한반도 주변 바닷물의 표층 수온이 0.93도 상승했다고 지난 2009년 1월에 발표한 바 있다. 이는 국제기후변화협의체(IPCC)가 지난 100년 동안 지구 표면의 온도가 0.4~0.8도 올랐다고 발표한 지구 온난화 경향과 일치한다.

대형 고급어종에서 소형 저급어종으로

이같은 바닷물의 온도 상승에 따라 서해 연근해에서 잡히는 어종도 급변하고 있다. 서해안의 대표적 어종인 조기와 갈치가 비교적 값이 싼 멸치와 오징어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어획량도 매년 감소하고 있다.

서해수산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연근해 일반해면어업 어획량 중 서해에서의 어획비율이 1980년대 16% 이상에서 2008년에 10% 수준으로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류 어획량과 어획비율은 줄어든 반면 패류 어획비율은 증가해 서해안을 대표하는 주요 어종이 변화하고 있다.

서해에서의 어획량이 급격히 감소한 원인은 서해로 들어오는 회유성 어종이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80년대 이전 서해 전체 어류어획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던 참조기와 갈치의 어획비율이 2008년에는 10% 이하로 줄었다.

이처럼 서해 주요 어업자원은 비교적 수명이 긴 대형 고급어종에서 수명이 짧은 중ㆍ소형의 저급어종으로 전환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주요 어획 대상 종을 집중적으로 어획한 결과 서해의 어획물 조성이 경제적 가치가 높은 어종에서 낮은 어종으로 대체되는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허정균 님은 자연생태활동가로 `부안21`을 이끌고 있습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