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주 지음/ 김영사

'한비자'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더불어 읽어본 적이 있는 독자라면 시공간의 차이를 떠나 그 유사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한비자가 진시황이라는 군주를 통해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상을 통일하려 했다면 마키아벨리는 체사레 보르자라는 군주를 모델로 이탈리아 통일을 위한 정치철학을 제시하려 했다. 

그 시공간적 차이를 고려할 때 '한비자'와 '군주론'의 유사성은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18세기를 전후한 동서양의 지성사를 살펴보면 어린아이의 발견, 백과사전식 저술의 발흥, 소품문의 등장 등 똑같은 흐름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 '글쓰기 동서대전'의 지은이 한정주는 일국사와 민족사의 한계를 넘어선 지역사(아시아사) 연구와 더불어 동서양 문명과 지식의 차이점을 교차, 비교하는 작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고전 연구가이자 역사 평론가다. 

글쓰기에는 글 이전에 반드시 철학이 필요함을 강조하는 이 책에서는 18세기를 중심으로 14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는 동서양 최고 문장가 39인의 핵심 비결을 동심에서 자득까지 아홉 가지로 정리했다. 

이 책에서는 그동안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용휴, 이옥, 조희룡 등 조선 작가와 중국 작가 오경재, 장대, 서하객 그리고 일본 작가 요시다 겐코, 이하라 사이카쿠 등을 소개한다. 물론 박지원, 노신, 바쇼, 볼테르 등 잘 알려진 대가들도 당연히 등장한다. 

풍자의 글쓰기가 유행했던 18세기 영국과 19세기 일본 제국주의 사회의 유사성을 비교하고 조선의 영정조 대와 중국의 강희제‧건륭제 시대를 함께 위선의 시대로 규정짓는다. 또한 일본 문화를 동아시아의 갈라파고스로 묘사하는 등 동아시아 문화에 대해 심층적으로 탐구하면서 동서양 최고 문장가들의 글과 삶에 녹아 있는 인문학을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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