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우에 야스시 지음/ 김춘미 옮김/ 문학판

이노우에 야스시는 시인이자 소설가로서 중요 문학상이란 문학상은 거의 다 수상한 일본의 국민 작가이다. 지바 가메오상 수상작 '유전'을 비롯해 제22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투우', 일본예술원상 수상작 '빙벽', 마이니치 예술대상 수상작 '둔황', 몽골과 일본 침공의 첨병을 맡아야 했던 고려를 그린 요미우리 문학상 수상작 '풍도' 등 주요 문학상을 휩쓴 장편소설들을 비롯하여 영화화된 작품이 32편, TV 드라마로 방영된 작품이 11편에 이른다.

1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하던 이노우에 야스시는 40대의 나이에 집필에 전념하기 위해 신문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다니며 본격적으로 작품을 썼다. 여행이 곧 글쓰기였던 그의 여행 스케치들은 후에 '둔황', '오로시야국 취몽담', '공자' 같은 작품을 낳는다.

'이노우에 야스시의 여행 이야기'는 이노우에 야스시가 펴낸 일본 여행과 중국 여행을 포함한 네 권의 기행문집 가운데, 유럽 국가들과 미국으로의 여행을 다룬 마지막 편 '북에서 유럽으로'를 옮긴 것이다. 1960년대에서 1970년대에 걸친 러시아 여행, 로마올림픽 관람기, 프랑스, 스페인 그리고 뉴올리언스, 시애틀 등의 미국 기행문이 담겼다. 이노우에 야스시의 창작의 원동력이 된 여행들을 이번에 처음 소개되는 그의 여행 산문에서 만나본다.

“야스시가 말하기를 자기는 이렇다 할 수집벽은 없지만 굳이 들자면 여행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실제로 이노우에 야스시는 여행의 작가였다. 그 컬렉션이 이 책이다.”

수많은 자료를 섭렵하여 역사적 사실에 충실한 동시에 풍부한 상상력을 구사한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이노우에 야스시의 역사소설들은 여행을 통해 완성됐다. 그는 사실에 입각한 정확한 기술과 자료의 면밀한 검토에 의한 집필을 고수하는 성실한 작가였다.

신문사 특파원으로 1960년 로마올림픽 관람기를 연재한 이노우에 야스시는 올림픽 종료 후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스페인을 거쳐 미국 여행길에 오른다. 그는 여행 중에 본 것, 먹은 것, 이동 시간, 묵은 곳까지 여행지에서의 모든 것에 대한 인상을 성실하고 꼼꼼하게 기록한다. “강행군인 여정 중에도 밤이면 어두운 차 안에서 라이터 불에 의지해 노트를 정리”했다고 전해지는 작가적 성실함이 한 편 한 편에 묻어난다.

역사적 인물 다이코쿠야 고다유 일행의 표류기를 그려낸 '오로시야국 취몽담'을 구상하며 18세기 러시아의 흔적을 발굴하고, 역사학자와 견학을 다니며 기록을 확인하는 작가의 모습을 책에 실린 러시아 기행문에서 엿볼 수 있다. 유럽 여행은 '로마의 여관', '론 강' 등으로, 미국 여행은 '바다'라는 작품으로 결실을 맺었다.

이 여행기에는 여행이 위험한 모험이었던 시절, 세계 각지를 답파한 선구자들에 대한 추모와 애도의 염이 담겨 있다. 숙소 주인과 아쉬운 작별을 나누고, 소녀의 무덤에 꽃을 바치기도 하는, 인간 이노우에 야스시의 소박하고 따뜻한 면모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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