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린 터전 지음/ 문학동네

안데르센의 동화 중 가장 매혹적인, 그래서 그 어느 작품보다 가장 오래도록 회자되고 있는 동화를 한 편 뽑아보자면 단연 '인어공주'일 것이다. 왕자의 사랑을 얻기 위해 사람이 된 인어공주가 끝내 그 사랑에 실패하고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비극적인 결말은 세계 수많은 어린이들의 눈물을 자아냈고, 아름답고 처연한 비극으로 여전히 널리 사랑받고 있다. 디즈니가 각색한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속 빨간 머리칼의 인어 에리얼은 해피엔딩을 맞긴 했지만.

주로 동화를 원작으로 하는 소설을 집필하는 미국의 소설가 캐서린 터전은 '인어공주: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2011)를 통해, 인어와 왕자, 그리고 인간 공주 사이의 새롭고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를 강렬하고 아름답게 그려냈다. 

캐럴린 터전은 '인어공주: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에서, 왕자와 결혼하는 인간 공주에게 당당히 주인공의 한 자리를 내어준다. 덕분에 소설은 지상 세계와 해저 세계 둘 모두를 충분히 아우르며 보다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선사한다. 땅과 바다가 하나였던 지난 시절 한 종족이었던 인간과 인어가 어떻게 단절되었는지, 그후 그들이 얼마나 서로를 갈망하며 살아왔는지. 캐럴린 터전이 새롭게 창조해낸 두 세계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거기에 더해, 작가는 지상 세계에 기나긴 전쟁을 치르고 있는 두 나라를 그려 팽팽한 긴장을 조성한다. 오랜 전쟁의 상처, 갈등을 부추겨 자신의 이익을 꾀하려는 자들, 폭력의 역사를 끊고 평화를 얻기 위해 비밀리에 거사를 도모하는 용기 있는 사람들… 주인공들을 둘러싼 생생한 이야기에 책장은 쉴 틈 없이 넘어간다. 

어린 시절 읽었던 '인어공주'를 떠올리며 추억을 되살리고픈 독자들에게, 혹은 한없이 불쌍하게 여겨졌던 인어공주에게 또다른 결말을 주고 싶었던 모든 이에게, '인어공주: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는 근사한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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