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자설』이라는 다산의 짤막한 글은 겨우 145자로 이뤄진 논문이며, 『의설』이라는 글은 겨우 132자로 구성된 참으로 짤막한 논문입니다. 이 두 논문은 다산의 산문 중에서는 아마도 가장 짧은 글임에 분명한데, 이 짧은 두 편의 글에는 다산의 학문에 대한 태도나 연구방법이 어떤 것인가를 설명하는데 충분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글을 짓고 문장의 뜻을 이해하고 해독하려면 글자의 구성 원리를 알고 글자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초급의 공부인 소학(小學)은 전적으로 글자 공부에서 완벽성을 얻어야만 글 짓고 문장을 이해하는 밑바탕이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다산은 당시의 학문 풍토가 그러하지를 못하고, 고문(古文)의 문장을 외우는 일부터 시작하는 이유로 온전한 글짓기와 문장 이해가 되지 못한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의설』은 약을 지어 환자를 치료케 하는 의원들이 약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않고, 어떤 병에는 어떤 약제, 어떤 약제는 어떤 병에 좋다는 것만 알고 관례대로 약만 제조하기 때문에 각각의 질병에 해당되는 약제는 알지 못하여 제대로 치료할 수 없다며 당시의 의원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동양의 의술인 한약의 처방은 본디 그 기본이 『본초(本草)』에 있기 때문에 의학은 『본초』를 전문으로 습득하여 모든 초목의 성(性)·기(氣)·독(毒)·변(變)의 원리를 강구하여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환자들의 각각의 질병에 해당되는 약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문장 공부에는 자학이라는 기초학문이 튼튼해야 하고, 의학의 공부에는 풀과 나무인 약제의 속성을 명확히 파악하는 본초 공부에 치중해야만 온갖 질병의 다양한 증세에 정확하게 약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은 참으로 옳은 내용입니다. 기초과학 공부에는 등한하고, 응용과학에만 몰두하여 기본이 닦여지지 않은 자연과학이 부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초의학에 소홀하여 본질적인 의술이 발전하지 못하고 응용의술에만 의존하는 요즘 세상의 세태에서 다산의 두 논문은 시사해주는 의미가 참으로 큽니다.

자학에 밝았기 때문에 뿌리가 튼튼하여 학자와 문장가로서 명성을 날릴 수 있었던 사람이 다산이었고, 본초학에 튼튼한 기초 공부가 되었기 때문에 다산은 당대 최고의 명의로서 임금의 환후에 처방을 내린 의원의 수준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다산은 재야 의원으로서 익종의 환후와 순조의 환후에 궁중으로 초청받아 치료에 임했던 사실이 있었으니, 그가 당대의 최고 의술에 이른 의학자였음은 너무나 명백한 사실입니다.

대학가에는 기초과학인 수학·물리·화학·생물의 학문은 시들어가고 응용과학만이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약리학이나 생리학의 학문보다는 성형의학이나 응용의술만 잘 나가는 오늘의 현실에서, 다산의 『자설』이나 『의설』은 모두에게 큰 자극을 주는 주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초가 튼실하지 않고 어떻게 외형이 발전하는 세상이 될 수 있겠는가요.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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