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투기과열’ 열풍

장밋빛으로 가득했던 박근혜 노믹스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조선․해운업계가 휘청한 데 이어 이번엔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최경환 전 부총리 시절부터 부동산 정책을 경기 부양의 핵심 정책으로 삼았다.
하지만 서울 강남지역 등을 비롯한 주택시장의 과열이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금자리론 일시 정지 등으로 인한 서민들의 혼란도 극심하다. 이에 따라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강도 높은 대책이 요구되고 있지만 정부측의 결단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부동산 정책’을 점검해 봤다.

 

 

박근혜 정부 들어 경제 상황이 바닥을 향해 달려 가고 있다.

이번엔 부동산 시장이다. 주택시장의 과열로 젊은 세대들 사이에선 서울을 탈출하는 현상까지 나오는 분위기다. 40대 초반 남성 직장인인 A씨는 “매달 100만원 가까이 보아도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수십년이 걸린다”며 “여기에 양육비와 교육비까지 합치면 앞이 안 보이는 상황”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업계에선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연장, 청약요건 강화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시장 혼란을 우려해 고민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우선 검토하고 있는 방안은 일부 지역에 대한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연장이다. 현재 6개월(수도권)인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강남을 비롯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1년 이상으로 늘리자는 것이다.

지난해 3월 완화된 수도권 1순위 청약 조건을 다시 강화하는 방안도 얘기되고 있다.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한 지 1년이 지나면 수도권 1순위 청약이 가능한데, 이를 자격완화 이전인 가입 후 2년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2년만에 2억원 상승

하지만 이 정도로 투기과열이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한편에선 강남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방안이 나오고 있다. 집값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현저히 높고, 2개월간 지역 청약경쟁률이 5 대 1을 넘는 등 특정 지역을 국토부 장관과 시․도지사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할 수 있게 하자는 방안이다.

하지만 정부의 결단은 쉽지 않다. 이미 수도권과 일부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 주택시장은 얼어붙을 대로 냉각된 상태다. 때문에 다른 지역의 주택가격이 부푸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도 있다는 게 국토부의 우려다.

국토부 “강남지역 투기 방지대책 요구가 많지만 국지적 대책이 다른 지역에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여기엔 정치적인 고려도 배제되지 않고 있다. 서울강남 지역은 전통적으로 여권 지지층이었지만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집값이 하락한다면 돌아설 수도 있다.

가뜩이나 경제 상황이 안 좋은 상황에서 부동산마저 침체될 경우 경기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정부로서는 고민거리다.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통째로 도마 위에 오를 수도 있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가구당 평균 아파트값은 2년 10개월 만에 2억원 이상 오르는 등 집값이 급등했다.

여기엔 정부측의 부동산 부양 정책이 상당 부분 공헌을 했다. 정부의 대책들이 본질은 외면한 채 경기부양에만 신경을 써 투기 열풍을 부채질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온갖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2013년엔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고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했으며 주택 취득세율도 인하했다.
 

강남권 청약률 ‘고공행진’

이어 2014년에는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을 완화해 주택 대출의 길을 넓혀줬다. 이로 인한 가계부채도 자연스럽게 급등했다. 재건축 가능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줄이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3년 유예하는 등 재건축 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2015년엔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단축,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수도권 청약 1순위 자격 완화 등의 조치가 이어졌다. 이처럼 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하는 정책이 강화되자 자본은 자연스럽게 부동산 시장으로 몰렸다.

지난해 주택거래량(119만여건)과 아파트 분양물량(52만여가구)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울 강남지역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가의 재건축 아파트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집값 상승세를 이끌었다.

문제가 커지자 올해 들어서야 정부는 부랴부랴 임기웅변식 대응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 역시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부작용만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 등 대책을 잇따라 내놓았지만 시장은 여전히 들썩였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지난 7월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단지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가 인하를 압박했지만 분양가 인하는 오히려 웃돈이 더 붙는 상승 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이 단지는 결국 100.6 대 1이라는 기록적인 청약경쟁률을 나타냈다.

지난 8월 가계부채를 줄이겠다며 내놓은 대책도 부동산시장의 과열을 부추기고 있다. 서민들의 반감은 상대적으로 커져가고 있는 분위기다. 강남 등 희소성이 부각된 지역의 주택가격은 오히려 상승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5차를 재건축한 ‘아크로 리버뷰’의 경우 최근 청약 접수에서 306.6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반면 서민들의 대출 문턱은 높아져만 가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중도금 집단대출의 심사 강도를 높이면서 금리는 크게 올랐다. 미국의 금리 인상까지 겹칠 경우 체감경기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서민들의 대표적 주택담보대출이었던 보금자리론의 신규 공급은 일부를 제외하곤 연말까지 사실상 중단됐다. 수도권에서 주택 구입을 고민중이던 50대 남성 가장인 C씨는 “사실상 당분가 집을 사는 것을 포기했다”며 “서울 강남 상황을 보면 같은 나라 국민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고개를 숙였다.

차가워지는 가을바람과 함께 ‘부동산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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