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홍석의 사진 세상>

 

 

가을을
내 식으로 세분화하면

초가을
만추(중가을이라 하기 뭐하여 차용...)
늦가을...

 

초가을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가을날 (주여, 때가 되었습나다/여름은 아주 위대하였습니다/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이...
만추에는 김현승 시인의 가을의 기도(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낙엽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가...
늦가을에는 보들레르의 악의 꽃(가을비는 관두껑에 못 박는 소리...)가....

 

내 가을은
늘상
늦가을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11월,
가을 끝자락과 겨울 문턱에서

저는
비내리는 날이면 보들레드의 싯귀를 떠올렸고
바람부는 날이면
제 졸시 <사계>에서 가을 싯귀(바람이 휑하니 가슴에 구멍을 뜷고 달아나면 나는 여느 해처럼 계절병을 앓는다)를 품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가을은
절대자에게 내 영혼과 육신을 맡기고 싶고
채우지 못하여 허기진 영혼에 기도를 채우려 하고
비오는 날이면 예고없이 다가올 죽음을
바람부는 날이면 가슴에 구멍을 뚫고 달아나 슬픈 고독을 느끼는 계절일 것입니다.

 

 

<고홍석 님은 전 전북대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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