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록 여행스케치> 공주에 서린 백제의 혼

금강을 품에 안은 공주는 백제의 옛 서울답게 곳곳에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 파란만장한 역사는 세월을 거슬러 오르며 오롯이 빛나고 있다. 한 해의 마지막으로 향하는 이즘, 가족끼리 친구끼리 공주 시내와 외곽에 흩어져 있는 역사 유적들을 찾아가보자. 공주 역사는 곧 대한민국의 역사다. 공주 답사는 천안논산고속도로의 중간 기점인 남공주 나들목으로 나오면서부터 시작된다.

 

▲ 고마나루터

 

백제의 고대 성곽

먼저 들러볼 곳은 금강 줄기를 옆에 두고 나지막하게 들어선 공산성(사적 제12호). 백제의 공주 도읍지, 웅진성이 바로 이곳이다. 의자왕이 나당 연합군에 항복하기에 앞서 마지막 항전을 펼친 곳으로 원래는 토성이었지만 나중에 석성(石城)으로 바뀌었으며 쌓은 연대는 정확하지 않다. 토성의 흔적은 동문지 쪽에 일부 남아 있다.

백제의 대표적인 성곽으로 문주왕, 삼근왕, 동성왕, 무령왕을 거쳐 성왕에 이르기까지 64년간 백제의 도읍을 지킨 산성이다. 성의 정문인 진남루를 비롯하여 공북루, 동문루, 금서루 등 4개의 문이 복원되어 있으며 방어시설인 암문, 치성, 고대, 장대, 수구문 등도 볼 수 있다. 성곽의 총 길이는 2.6km로 2.5m 높이의 성곽 위로 폭 3m 정도의 길이 나 있다. 성 안에서 출토된 연꽃무늬 와당을 비롯해 백제 기와, 토기 같은 고려 조선시대의 유물은 그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 공산성의 북문인 공북루
▲ 공산성의 정문인 진남문
▲ 송산리 산자락에 모셔진 무령왕릉

 

금강 줄기가 한눈에 들어오는 공북루는 공산성 중에서도 경관이 가장 빼어나다. 공주의 강남과 강북을 왕래하는 관문으로 특히 강변의 하얀 모래밭은 마치 해변의 그것처럼 서정미가 물씬 풍기고 철탑 모자를 쓴 금강대교는 한강 다리처럼 늘씬하다.

공산성에서 출발해 무령왕릉과 국립공주박물관을 둘러보고 공주보 건너 공산성으로 돌아오는 고마나루 명승길(총 14㎞)은 공주 역사의 한 페이지와 닿아 있다. 고마나루(곰나루)는 백제가 한성에서 수도를 옮겨와 다시 부여로 천도할 때까지 도성이 있었던 곳으로 공주의 옛 이름, 웅진(熊津)에서 유래됐다. 평지 길이지만 대략 4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공산성 입구에 있는 관광안내소에서 명승길 안내를 받을 수 있다.

 

 

▲ 금강변의 석장리 유적지

백제 왕족들의 무덤

공산성 서쪽 금성동 산자락에는 무령왕릉을 비롯해 백제 시대의 왕실 무덤 10여 기가 자리해 있는 송산리 고분군이 있다. 백제 25대 무령왕(재위 501-523년)과 왕비를 모신 무령왕릉은 1971년 우연히 발견되었다. 삼국시대의 왕릉 중 무덤의 주인이 확인된 최초의 왕릉이라는 점에서 그 역사적 가치가 있다. 거개의 백제 고분이 도굴로 피해를 입었지만 무령왕릉은 원형을 유지한 채 발견되었던 것이다. 무덤에서 발견된 금으로 만든 관장식, 용과 봉황이 장식된 큰 칼, 글씨가 새겨진 팔찌 등등 108종에 이르는 국보급 유물은 백제 미술과 삼국시대 문화 연구에 기준 자료가 되고 있다. 이들 유물은 대부분 국립공주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 송산리 고분군 모형전시관
▲ 석장리 유적지를 알리는 입석

 

송산리고분군 전시실(모형관)에 가면 무령왕의 무덤 내부를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고분군이 있는 송산은 북으로는 금강, 남으로는 탁 트인 분지가 시원스럽고, 동쪽으로 보이는 공산성과 함께 백제 문화를 더듬어보기에 제격이다. 솔숲이 우거지고 길이 널찍해 산책 삼아 고분군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좋다. 언덕이라 전망도 비교적 좋은 편으로, 멀리 공산성의 서문인 금서루도 눈에 잡힌다.

 

▲ 박동진 판소리전수관

 

공주시내에서 금강을 따라 내려가면 구석기 시대의 유적을 볼 수 있는 석장리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이 들어선 주변 터는 1964-1992년까지 12차례에 걸쳐 학술 발굴 조사가 이루어졌던 곳으로 우리나라 선사문화의 흔적이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내부 전시관에는 구석기에서 청동기에 이르는 선사유물을 통해 당시 생활상과 문화를 보여준다. 야외 전시 공간에는 막집이 복원돼 있는데 구석기인들이 살았던 주거 시설로 그 당시의 생활 모습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5시. 한편, 박물관에서 5분 거리에는 박동진 판소리전수관이 있다. 소리꾼 고(故) 인당(忍堂) 박동진 명창의 삶과 함께 그가 썼던 북, 가야금을 구경하고 판소리를 배울 수 있다.

 

 

▲ 마곡사 옆으로 난 솔바람길

고즈넉한 천년고찰

시내권에서 백제문화의 진수를 맛보았다면 이번에는 공주 외곽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공주 외곽의 볼거리는 무엇보다 유서 깊은 절집이다. 계룡산 자락에 붙어 있는 마곡사, 신원사, 갑사, 동학사, 영평사, 성곡사는 천년 고찰의 멋이 물씬 풍긴다.

먼저 신라 선덕여왕 9년(640)에 자장율사가 창건한 마곡사로 간다. 일제시대 때 백범 김구 선생이 명성황후의 원수를 갚기 위해 일본군 장교를 살해한 뒤 숨어 지냈던 사연 깊은 절집이다. 마곡사는 언제 찾아도 그윽한 분위기를 풍긴다. 계룡산의 갑사와 빗대어 ‘춘마곡(春麻谷) 추갑사(秋甲寺)’라 했다. 해탈문과 천왕문을 통과하면 나오는 극락교 일대는 마곡사에서 풍광이 가장 뛰어난 곳으로, 이 다리를 건너야 부처가 있는 대광보전과 대웅보전에 이른다. 절을 에두른 계곡길은 태극 모양으로, 그냥 서 있거나 가볍게 걷기만 해도 막힌 가슴이 탁 트인다.

 

▲ 마곡사의 극락교
▲ 백범 김구 선생의 자취가 서려있는 마곡사 경내
▲ 신원사 경내에 있는 중악단

 

마곡사에서는 불교문화를 체험하고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다스리는 템플스테이(041-841-6226)도 운영하고 있다. 솔바람길 걷기, 예불, 발우공양, 참선, 108염주 꿰기, 스님과의 대화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삶에 지친 이들을 초대한다.

마곡사 백범당에서 태화산(해발 416m)을 거슬러 오르는 ‘솔바람길’도 걸어 볼만하다. 백범당∼백범 선생 삭발터∼군왕대∼마곡사(3km, 50분 소요), 마곡사∼천연송림욕장∼은적암∼백련암∼활인봉∼생골마을∼마곡사(5km, 1시간 30분소요), 마곡사∼천연송림욕장∼은적암∼백련암∼아들바위∼나발봉∼전통불교문화원∼다비식장∼장군샘∼군왕대∼마곡사(11km, 3시간 30분 소요) 등 크게 3개 코스로 나뉘어 있다.

계룡산 자락에 숨어 있는 갑사는 수많은 문화재를 보유한 고찰로서 백제 웅진 시대에 아도화상이 창건했다. 경내에는 대웅전을 비롯해 천불전, 팔상전, 대적전 등 10여 채의 건물이 가지런하고 월인석보판목(보물 제582호), 동종(보물 제478호), 갑사 부도(보물 제257호) 등 귀중한 문화재가 많다. 갑사의 옛길 한쪽에 세워진 높이 15미터의 철당간(보물 제256호)은 갑사가 오랜 내력을 지닌 절이라는 걸 짐작케 해준다.

 

▲ 신원사 대웅전
▲ 갑사 오리숲길
▲ 갑사 대웅전

 

1000년의 역사를 간직한 갑사는 임진왜란 때 왜군과 맞서 싸웠던 승병들의 거점이 되기도 했다. 갑사 경내 표충원에는 임진왜란 때 큰 공을 세웠던 승병장 서산대사, 사명대사, 영규대사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오리숲’이라 불리는 갑사 진입로는 단풍철이 아니더라도 그윽하고 고적한 느낌을 자아낸다.

갑사에서 5km 거리에 있는 신원사에도 꼭 들러보자. 백제 의자왕 11년(651년)에 보덕화상이 창건하고 조선 초 무학대사가 중건한 고찰로 연천봉 남쪽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경내에는 독성각, 명부전 등을 비롯해 계룡산 산신에게 제사 드리는 중악단(보물 제1293호)이 있어 눈길을 끈다.

 

 

▲ 계룡산도자예술촌에 있는 도자기 가마

체험이 있는 곳

직접 도자기를 만들고 생활자기를 구경할 수 있는 계룡산 도자예술촌도 인기다. 이곳 도자촌은 1992년 청년 도예가들이 뜻을 품고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해 지금은 제법 큰 규모를 이루었다. 거개가 부부가 함께 작업하는데 작품 경향은 제각각이지만 도기의 이름은 모두 계룡산 철화분청사기다. 철분이 많은 흙에 쇳가루와 돌가루로 그림을 그린 철화분청사기는 이곳에서만 만들기 때문에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 도자기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데 만든 도자기는 가마에 구워 완성본을 택배로 보내준다. 작가들의 작품을 한곳에 모아 전시 판매하고 있는 도예촌 전시장도 마련돼 있다. 문의: 계룡산 도예촌041-857-7331.

 

▲ 한옥마을의 전통한옥에서는 구들장 체험을 해볼 수 있다.

 

고 이기석 박사가 사재를 들여 설립한 계룡산자연사박물관(www.krnamu.or.kr)에도 가보자. 세계적으로 희귀한 공룡 표본을 비롯해 광물, 어류 등 동물 표본, 우주의 탄생에서부터 지구의 출현, 지구상의 생물 등 자연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3개월에 한 번씩 전시물을 바꿔 흥미를 자아낸다. 이곳에서는 청소년 과학캠프, 국제학술대회 등 굵직굵직한 행사도 많이 열린다.

<수필가/ 여행작가>

 

 

여행팁(지역번호 041)

▲가는 길=천안논산고속도로 남공주나들목-40번국도(공주시내 방향)-공주. 당진상주고속도로 공주나들목으로 나와도 된다. 공주시내에서 금강교를 건너면 공산성이다. 공주에서 마곡사, 갑사행 시내버스 수시 운행. 천안논산 고속도로 정안 나들목-604번 지방도(18km)-마곡사. 공주버스터미널에서 마곡사행 버스 운행. 천안논산고속도로 공주 나들목-40번국도(부여 방면)-이인면에서 697번 지방도(연산 방면)-경천리 경천중학교 앞에서 양화저수지 방향 좌회전-신원사. 시티투어(854-8810)를 이용하면 공주 관내 여행지를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다.

▲맛집=갑사 마곡사 주변에 산채백반, 더덕정식 등을 내놓는 식당이 많다. 태화식당(841-8020), 귀빈식당(841-8027), 갑사 가는 길(853-1300) 등. 공주시내 한옥마을 내 금강관(857-6700)은 한정식이 맛있다. 사곡면사무소 인근에 알밤막걸리를 제조하는 사곡양조원(841-3541)이 있다. 일곱 병에 1만 원이며 시음도 해볼 수 있다.

▲숙박: 공주한옥마을(840-8900)의 전통 한옥을 추천한다. 기와집 6동에 37객실을 갖춘 단체동과 가족끼리 오붓하게 머물 수 있는 초가집 3채와 기와집 7채가 있다. 한옥은 소나무와 삼나무로 지었으며 구들장 체험도 할 수 있다. 계룡산 동학사 지구에서 가까운(공주시내에서 15분 거리) 금강자연휴양림(www.keumkang.go.kr)에서도 숙박 가능. 동학사 입구의 동학산장(825-4301)은 관광공사 지정 굿스테이 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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