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갈노> 이수호의 ‘일흔즈음에’: 어느 비 개인 날 아침

▲ 이수호

이재용이 구속됐다 
서울구치소 감방에 갇혔다 
재벌자본주의 삼성공화국 대통령이 
(규정대로라면)온갖 잡범 우글대는 기소대기 경제방 
푸르딩딩 수의 갈아입고 달랑 자기 밥그릇 수저 들고 
철컹 철창문 닫는 소리 들으며 
뺑기통 가까운 곳 신입 자리에서 
냄새나는 모포 뒤집어쓰고 온몸 오그리고 
날밤을 새웠으리라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지지리도 지저분한 그의 공범 
또 한 명의 대통령이 뒤를 따르리라 
대부분의 착한 국민을 속여 
대한민국의 얼굴에 똥칠을 하고 
그래도 제가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르는 
국민들에게 불쌍히 여길 기회도 주지 않는 
참으로 어리석은 꼭두각시 허재비 

기쁘면서도 기뻐하기엔 너무도 아프다 
아픔을 참으며 거룩한 분노를 
조그맣고 보잘 것 없는 촛불로 높이 들어 
깜깜한 밤 어두운 세상을 밝혀 
도둑의 숨은 곳을 드러냈다 
촛불시민들은 뚜벅뚜벅 
혁명의 발걸음을 옮길 뿐이다 

 

 

어제 밤 비가 와서 씻겼나 
오늘따라 세상이 너무 맑고 환하다 
내 일흔에 이런 날을 만나다니 
길거리 어깨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 
그 눈길들이 정겹고 따뜻하기만 하다 
 

<전태일재단 이사장>

 

 

 

키워드
#N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