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대신 ‘빅텐트’ 가능성, 손학규 행보 주목

‘비문재인 연대’의 신호탄일까.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지난 8일 민주당을 공식 탈당하면서 정치권이 대요동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저는 오늘 민주당을 떠난다. 국회의원직도 내려놓는다”며 “이 당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기 때문”이라고 탈당의 변을 밝혔다.

김 전 대표의 민주당 탈당은 정치권 새판짜기의 새로운 기점이 될 전망이다. 그는 이와 관련 “뒤로 물러나는 것은 아니”라고 입장을 분명히 하며 “분열의 씨앗이 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탄핵판결 이후의 정치상황을 지켜보며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깊은 고민의 시간을 갖고 제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고난의 길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

 

비례대표인 김 전 대표의 탈당으로 의원직은 민주당 비례대표 14번이었던 심기준 최고위원이 승계하게 됐다.

김 전 대표는 자신이 언급한 대로 일단 탄핵 선고 결과를 지켜보면서 향후 움직임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동안 누차 언급한 대로 ‘비문 연대’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일각에선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김 전 대표가 직접 대선에 도전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개헌론을 매개로 한 ‘빅텐트론’과 자유한국당까지 포함한 ‘대연정’ 시나리오 등 선택의 수는 다양하다.

당장 돌파구 마련에 고민하던 바른정당이 가장 반기는 분위기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은 일제히 김 전 대표의 탈당을 높이 평가하며 손을 내밀었다.
 

연이은 ‘러브콜’

김 의원은 “민주당 내 친문 패권세력은 소인배”라고 일침을 날리며 “민주당의 패권주의가 얼마나 심했으면 그런 결정을 했을까 하는 동병상련의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위로했다. 그는 이어 “국민을 통합해야 한다는 것에 우리와 소신이 같다”고 덧붙였다.

남 경기지사도 “중도통합 대연정이 답”이라며 “김 전 대표의 민주당 탈당은 중도통합, 대연정의 시작이 될 것이다. 김 전 대표의 결단을 높이 평가하며 함께하길 기대한다”고 러브콜을 보냈다.

일각에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시도했던 ‘빅텐트론’을 다시 주목하고 있다. 바른정당을 포함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이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김영환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국민 통합을 원하고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개헌 세력들이 하나로 뭉쳐서 새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김 전 대표를 높이 평가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김 전 대표 영입 가능성을 감추지 않았다.

김 전 대표는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 모두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게 최고의 자신이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민주당 내 비문세력이 함께 한다면 그 전선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때마침 국민의당에서 안철수 전 대표측과 경선 룰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손학규 전 대표까지 함께 한다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김 전 대표의 탈당 선언이 손 전 대표와 조찬 회동 후에 이뤄진 것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정치권 관계자는 “탄핵 정국 속에서 유권자들의 눈높이가 한층 더 높이 올라갔다.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단순계산식으로 지지를 받을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반 전 총장이 일찍 출사표를 접은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의 민주당 탈당으로 다시 불붙은 ‘비문연대’가 어떤 식으로 열매를 맺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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