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색깔론

 

‘장미 대선’에 ‘북풍 주의보’가 내렸다. KBS 초청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불거진 이른바 ‘주적’ 논란의 후폭풍이 시작된 것이다. 대선 주자들간에 한반도 안보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 차이가 불거지면서 점차 그 강도를 더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TV토론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북한이 우리의 주적이냐”고 묻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국방부가 할 일이지,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답한 데서 시작됐다. 정치권에선 역대 대선에서 불거졌던 색깔론이 또 다시 재현될지를 놓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또 다시 이념 공격이 시작되는 것일까.

이른자 ‘주적 논란’을 놓고 대선 국면이 꿈틀대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주적 발언을 문제 삼아 문 후보를 향해 집중 공세를 펼치고 있다. 불안한 안보관을 가진 후보가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는 게 핵심이다. 여기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까지 가세하며 불붙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안 후보는 이와 관련 “지금은 남북대치 국면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주적”이라며 문 후보와의 차별성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북한은 주적인 동시에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한 대화 상대라는 점에서 우리 모두의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보수 진영은 남은 기간 동안 문 후보의 ‘안보관’을 집중적으로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선대위 대변인은 “문 후보의 안보관은 불안함을 넘어 두려움에 다다르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바른정당의 유 후보도 “문 후보가 제대로 답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주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이 말했다.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공세를 취했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북한은 군사적으로 대치한 위협이 되는 적이 분명하지만, 헌법에 따라 우리와 함께 평화통일을 해낼 대상이기도 하는 등 복합적인 관계”라며 “각 부처가 북한을 대하는 입장이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어 “대통령은 그 모든 것을 관장하는 종합적인 위치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북한을 주적으로 공개 천명토록 하는 것은 국가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는, 잘 모르는 발언”고 정면승부를 이어갔다.
 

‘이념 논쟁’ 후폭풍

또 다시 불거진 주적 논란은 해묵은 색깔론을 연상케 한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말이다.

현재 중요한 사안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벌어졌던 10여년 전 일들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게 대표적이다. 대북송금을 비롯 노무현 전 대통령의 640만 달러 수수 의혹, 북한 주적 개념 논란까지 마치 어디선가 본 듯한 악습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적’이라는 단어는 토론 이후 거의 하루종일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바른정당은 “북한을 향해 주적이라는 표현을 제대로 못 하는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도록 해서는 절대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자유한국당도 “문 후보의 북한에 대한 두렵고도 놀라운 생각이 낱낱이 밝혀졌다”며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 박광온 공보단장은 “현재 국방백서에는 ‘주적’ 개념이 삭제돼 있고 육군정책보고서에 ‘주적’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 유 후보의 주장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라며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색깔론에 가까운 정치공세”라고 비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640만 달러 수수설도 갑작스럽게 튀어나왔다. 원조보수를 자임하는 자유한국당이 선봉에 서 있다. 최교일 공명선거추진단장은 대검찰청에 ‘노무현 전 대통령 640만 달러 뇌물수수 사건 수사재개 촉구 서한’을 전달했다.

같은 당 홍 후보도 “뇌물수수 사실이 아니라면 내가 후보를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하지만 이미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은 대북송금 사건을 들고 나온 것은 무리수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바른정당 유 후보는 안 후보에게 “대북송금이 잘 됐다고 생각하냐”고 물었고 안 후보는 이에 대해 “모든 역사엔 공과가 있다”고 답했다. 진보진영의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대북송금이 도대체 몇 년이 지난 얘기인데 아직도 우려먹냐”고 일침을 날렸다.

색깔론이 불거지자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캠프 관계자는 “선거 기간이 짧다보니 정책 공방보다는 과거 이슈, 특히 충격파가 있을 것 같은 안보 문제를 집중 공략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며 “네거티브 전략임은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해묵은 이념논쟁과 색깔론 속에서 유권자들의 한숨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대선 기간 불붙은 ‘안보 논쟁’이 어디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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