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가계부채 대책’ 마련

한국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부채’ 문제가 수술대에 오른다. 문재인 정부가 막 시작된 시점이어서 새로운 대책에 관심의 눈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오는 8월 중 합동으로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사실상 이 문제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부터 가계부채와의 일전을 피하지 않겠다고 말해왔다.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가계부채 문제는 문재인 노믹스의 성패 여부를 가를 수 있는 중대 변수로 떠 오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가계부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미 한계선을 넘은 것으로 평가되는 가계부채는 올들어 잠시 주춤했지만 4월과 5월을 거치며 다시 이상징후를 보이고 있다. 1분기말 기준으로 136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한국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불린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시장도 꿈틀되는 모습이다. 주택 대출에 대한 은행권의 규제가 강화됐지만 2금융권으로 신청이 몰리는 등 위험 신호는 여전하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1분기 가계신용대출은 1359조 7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계속해 불명예스런 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1분기 증가폭은 17조 1000억원으로 전 분기 증가액인 46조 1000억원과 2006년 1분기 증가액인 20조 6000억원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만만치 않은 액수다.

2014년 1분기엔 3조 4000억원이 증가했고, 2015년 1분기엔 13조원이 증가했다. 평년 수치에 비해선 크게 웃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심각”

은행권의 주택대출 규제 강화로 잠시 기세가 꺾였지만 본격적인 이사철을 맞아 다시 반등 추세다. 지난 5월에만 6조원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지면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와 관련 “예년의 증가 규모와 비교해 볼 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였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부채 액수도 액수지만 무엇보다 증가속도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경기 불황과 실업이 계속될 경우 서민들과 취약계층의 부채 상환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국내 가계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170%에 육박하고 있다. 미국이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상황 때도 부채 비율은 133%였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도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이 민간부문 가계부채가 가장 심각한 상태”라고 경고하며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80%대를 넘었고, 가처분소득 대비로는 150%대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내세웠지만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위험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더구나 부동산 시장까지 과열 조짐을 보이면서 1400조원 돌파는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5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30%를 기록하며 11․3 대책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해 10월의 0.35%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그만큼 주택 대출의 증가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은행권에서도 관련 문제가 주요 이슈로 다뤄지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가계부채 총량제’ 관심

국내 뿐만 아니라 대외적인 환경도 ‘산 넘어 산’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와 범위에 따라 가계부채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미국은 지난 3월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6월 인상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당장 기준금리를 올리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이 연이어 금리를 인상할 경우 팔짱만 끼고 있기는 힘들게 된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릴 경우 가계부채 이자 부담은 자연스럽게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미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상환 능력에 빨간 불이 켜진 가계가 적지 않다. 일각에선 미국이 예상보다 빨리 금리인상에 나설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8월 종합대책 마련을 지시한 만큼 한여름 해법 보따리에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일단 가계부채 총량제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확대 시행 등의 대책이 언급되는 분위기다. 가계부채 총량제는 국내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150% 이하로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게 핵심 방향이다.

DSR은 기존 은행권 대출심사 기준인 DTI와 달리 모든 금융권 대출 원리금을 기준으로 대출 가능 한도를 정하는 지표로 대출 규제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의 대책은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늦추는 데 집중해 왔다. 하지만 새 정부의 정책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가계대출 규모 자체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 능력에 대한 금융권의 심사강화 등도 대책에 포함될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한계선을 넘은 취약계층의 상환 부담을 어떻게 줄이느냐도 핵심 사안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문 대통령이 지시한 8월 이전에라도 대책이 필요할 경우 수시로 내놓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세나 부동산 시장, 미국의 금리 변동 상황 등을 주시하며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고질적인 ‘실업’ 문제

부동산 시장의 안정에 대한 대책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계층에 대한 채무 감면을 비롯 자영업자 부채 부담 완화 방안도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가계부채 증가 원인 중 하나로 부동산 시장 과열과 대출 규제 완화를 꼽은 바 있어 눈길을 끈다.

김 후보자는 이와 관련 “박근혜 정부가 2014년 8월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LTV․DTI 규제를 완화했다”면서 “LTV․DTI 규제를 푼 것이 지금의 가계부채 문제를 낳은 요인이 됐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규제 강화’가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이 안정 계층에만 대출을 해 줄 경우 결국 치명타를 입는 것은 취약계층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가계부채 대책엔 금융과 부동산 뿐 아니라 취업, 창업 대책 등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때문에 새로 나올 가계부채 대책엔 금융위원회를 비롯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이 함께 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도 이를 뒷받침하는 움직임이 필요한 상황이다. 문재인 노믹스의 성패 여부를 가름할 수도 있는 가계부채 대책이 어떻게 제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풍선은 이미 커질 대로 커졌고, 이제는 바람을 어떻게 빼느냐가 급선무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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