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 시나리오

대선이 끝난지 한달여가 지났지만 그들의 대결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압도적인 지지율 속에서도 인사청문회라는 강풍에 휘말려 멈칫하는 분위기다. 야당은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장관 후보자들을 정조준하며 연일 화염을 내뿜고 있다. 문 대통령에게 패했던 대선 후보들도 속속 자기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 중 대부분이 당권과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큰 포석을 그리고 있다. 대선 패장들의 현주소와 미래를 살펴봤다.

 

 

패장들이 ‘백의종군’을 외치며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참패 하긴 했지만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후보는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속에서도 구 여권의 체면을 지키는데엔 성공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전 후보, 정의당 심상정 전 후보도 자신들의 입지를 어느 정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이들은 대선 패배 이후 저마다 목소리를 낮추며 차기 행보를 모색해 왔다. 외국으로 떠나는가 하면 당권 도전에서 한 발 발을 빼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당권을 획득하기 위한 전당대회가 앞다퉈 준비되면서 이들의 영향력은 다시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그리고 정의당은 한여름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국민의당도 비상대책위 체제로 변신을 꿈꾸고 있다.

대선에서 2위를 기록했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자유한국당 전대를 앞두고 온라인 정치와 함께 발걸음을 분주하게 옮기고 있다. 지난 4일 귀국한 홍 전 지사는 사실상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히며 친박 세력과 일전을 치를 태세다.

그는 귀국 현장에서 “앞으로 여러분과 함께 자유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는데 함께 가도록 하겠다”며 짧고 굵게 포부를 밝혔다. 친박 세력이 여전히 예전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홍 전 지사가 당권에 도전할 경우 주도권이 급속하게 쏠릴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도 대선 재도전을 선언했다. 그는 대선 패배 이후 감사 인사를 하며 전국을 누볐다.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과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도 참석했다.
 

진보진영 ‘뉴페이스’ 찾기

언론 노출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지만 ‘와신상담’의 뜻은 이어가고 있다. 대선 기간 의원직을 사퇴한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에서 차지하고 있는 지분이 여전히 상당하다. 당이 비대위체제로 꾸려진 만큼 내년 지방선거 출마에 대한 요구 목소리도 존재한다. 과거 출마 의사를 보였던 서울시장과 역시 정치적 비중이 큰 경기도지사가 거론되고 있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출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대권 재도전 의사가 강한 만큼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혹여 지방선거에서마저 패배한다면 회복하기 힘든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당 행사에만 얼굴을 내비치며 조용한 행보를 걷고 있다. 대선 패배 이후 신입당원 환영행사와 지방의원 연수, 바른정책연구소 토론회 자리 등에남 얼굴을 내비치고 있다.

홍 전 지사처럼 유 의원에게도 바른정당 전대 출마 요구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당내 좌장인 김무성 의원마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얼굴마담’ 찾기에 고심중인 바른정당 내에선 유 의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유 의원은 당 대표 등판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좀 더 먼 포석을 지켜보고 있는 형국이다. 김 의원과 가까운 인사들이 대거 탈당한 만큼 당권은 자연스럽게 유 의원에게 쏠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선을 전후로 사이버 당원들이 늘어난 것도 유 의원의 넓어진 활동 반경을 예고케 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공동대표는 “이번 당직선거와 관련해 저는 당대표로 출마하지 않으려 한다”며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진보 기치를 내건 당 내에서도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노회찬-심상정 카드를 언제까지 내세울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정의당도 뉴페이스 시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대선은 끝났지만 정치권 주요 일정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가 기다리고 있고 개헌 움직임 또한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대선에서 고배의 쓴 잔을 마신 후보들이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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