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내각 인선 배수진

인사는 만사다. 역대 정권에서 어떤 인물들을 청와대와 내각에 배치시키느냐는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부터 이른바 ‘강부자 인사’로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또한 회전문 인사와 불통 정치로 결국 파면의 쓴잔을 마셔야만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초기부터 커다란 산을 만났다. 파격적인 탕평 인사로 호평을 받기도 했지만 이후 불거진 각종 의혹으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인선 고민을 살펴봤다.

 

 

산 넘어 산이다.

이전 정권과는 다른 인사 스타일로 호평을 받았던 문 대통령이 내각 인선에서 커다란 장애물을 만났다. 여성인사로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재벌개혁’의 첨병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연이은 의혹으로 포화를 맞았다.

인수위 시기가 없는 특별한 상황임을 감안해도 부실 검증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 상황이다. 한편에선 인선 기준을 낮춘 채 정무적으로 위기를 돌파할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말 “5대 원칙을 훼손하지 않겠다”며 원칙론을 재천명했다. 청와대는 5대 원칙에 맞는 개혁 성향의 유능한 인재를 찾을 때까지 계속해 검증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조직법 국회 통과가 필요한 중소벤처기업부를 포함해 문재인정부의 부처는 모두 18곳이될 전망이다. 이 중 지명된 곳은 6곳이다. 김부겸(행정자치부) 김현미(국토교통부) 김영춘(해양수산부) 도종환(문화체육관광부) 더불어민주당 의원 후보자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강경화 후보자가 주인공이다.

이제 3분의 1 수준으로 지명이 이뤄졌지만 벌써부터 벌집 쑤신 듯 잡음이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의 ‘골든 타임’이 흘러가고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야당의 ‘생존 본능’

커다란 암초에 걸린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일단 ‘신중론’을 보이고 있다. 앞선 청문회에서 불거진 사안들을 최대한 점검하기 위해서라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는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됐지만 앞으로는 다를 것이라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앞으로의 내각 후보자에 대해선 정밀 검증에 착수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밝혔던 위장전입 시기 기준을 비롯 논문 표절, 탈세,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등 5대 원칙 적용 기준이 강화될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야인 시절부터 시스템을 강조해 왔다. 그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노무현 정부 시절 인사 검증 시스템이 얼마나 철저했는지는 옆에서 봐서 잘 안다”며 “다른 건 몰라도 이명박 정부가 시스템만은 상당 부분 흡수해야 했는데 모든 걸 뒤집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한 바 있다.

청와대 입장에 따르면 위장전입의 경우 2005년 7월 이후 실시했더라도 투기 목적 및 부당한 사익 추구 여부를 직접 소명받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논문 표절 역시 많은 후보군이 탈락하는 이유다.

때문에 앞으로의 인선은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 관계자는 “사전 인사검증 항목이 크게 늘어 검증에 걸리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며 “내각 30% 여성 발탁 약속도 실현하기 위해선 상황이 여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측근 배제’ 원칙과 탕평 인사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넘치는 인재들 속에서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은 출범과 동시에 각종 탕평, 개혁 인사로 호평을 받았지만 검증 과정에서 커다란 암초를 만났다. 이낙연 국무총리,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호남 출신 ‘투톱’은 비교적 순항했지만 이후로는 가시밭기이다.

문 대통령의 개혁 정책을 뒷받침할 1기 내각 구성이 시급하지만 인사청문회의 중요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여소야대 상황과 야당의 ‘생존 본능’이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한 검증을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누군가 희생양이 필요하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개혁’과 ‘유능함’을 동시에 겸비해야 하는 문 대통령의 인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