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나 지음/ 창비

 

2014년 첫 시집 '싱고,라고 불렀다'를 펴내고 시인으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신미나 시인이 어느날 ‘싱고’라는 이름으로 독자들에게 스케치북을 건넸다. 스케치북에는 단정하고 사랑스러운 그림들과 시 같은 에세이, 그리고 시 한편이 실려 있었다. 일상의 고민과 어린 시절의 추억이 따뜻하게 그려진 싱고의 시 웹툰은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과 공감을 끌어냈고, 2015년 겨울부터 반년 남짓 창비 네이버블로그에 ‘시 읽어주는 누나, 詩누이’를 연재하면서 출간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종이책을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시를 읽어보면 어떨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한 싱고의 웹툰 에세이는 시 읽기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면서 일상에 지친 우리의 마음을 토닥토닥 위로해준다.

'詩누이'에는 시인 자신의 캐릭터인 ‘싱고’, 그리고 그녀와 십년 넘게 함께 살고 있는 인간 나이 69세의 고양이 ‘이응옹’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좋은 시를 읽으면 눈을 반짝”이는 싱고는 일곱 남매의 막내딸로 태어나 취업대란과 비정규직의 설움을 겪었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평범한 30대 여성으로, “핀란드의 할머니처럼 우아하게 늙고 싶고 환갑이 넘어서도 스웩을 잃지 않는 힙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좌로 봐도 둥글, 우로 봐도 둥글어서” ‘이응’이라 불리며 싱고와 함께 사는 거묘(巨猫) 이응이는 종종 싱고에게 잔소리를 하기도 하지만 싱고에게는 더없이 각별한 친구이다. 이들은 서로 툭탁거리면서도 일상의 고락을 함께하고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삶의 소중함을 알아간다.

싱고에게 시는 고민의 시작점이 되기도 하고 위안의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싱고는 일상의 소소한 일화와 추억을 이야기할 때는 담백하고 유머감각이 넘치는 한편, 우리 사회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시인 신미나로서 단단한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세월호사건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정호승의 시를 읽어주고, 강남역 살인사건을 겪어야 했던 우리에게 김혜순과 도종환의 시를 건네며, 누구의 사랑이든 존중받아야 하는 것임을 김현의 시로 말한다.

싱고는 시를 읽고 그림을 그리는 동안 “한편의 시가 말을 걸면, 자연스럽게 다른 이야기가 물꼬를 트고 흘러나오길 기다렸다"고 말한다. 시와 그림이 잘 어우러지길 바라는 싱고의 마음이 따뜻한 책 한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청춘이 뭐 이렇게 시시한가” 하는 편벽한 마음이 들 때, “다른 이와 주파수를 맞추며 사는” 게 힘들게 느껴지거나 야근을 하다 막막해질 때, 혹은 그저 엄마가 그리울 때 ‘詩누이’ 싱고가 건네는 시와 그림을 선물처럼 받아보길 바란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