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영화 다시보기> ‘P.S I love you’

애착이 가는 영화는 몇 번이고 다시 돌려본다. 대사와 배우의 포지션까지 외울 정도. ‘찰리와 초콜릿공장’, ‘이웃집 토토로’, ‘레옹’ 등이 있다. 좋아하는 영화 장르는 액션, 전쟁, 또는 SF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판타지 등이다. 그래도 편식하는 타입은 아니라 유명하다, 재밌다는 영화는 꼭 챙겨본다.

이 영화는 좋아하던 가수가 라디오에서 추천해 우연히 보게 됐다. 새벽에 혼자 이 영화를 보면서 각티슈 반통을 비웠다. 영화의 몰입도가 뛰어나서일까. 그냥 흔해빠진 그런 달달하고 지루한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몇 번을 돌려보고, 이별에 아파하는 친구들에게도 추천해줬다. 스토리뿐만 아니라 배우들에게도 빠지게 된다. 아일랜드의 풍경, 뉴욕의 작은 아파트 신혼집조차도 예쁘게 담아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제작진이 선보이는 로맨스 영화 ‘P.S I love you’(2008년 개봉)다.

영화는 뇌종양으로 남편 제리를 잃은 홀리가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그를 그리워하며 홀로서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그 중심엔 제리의 편지라는 매개체가 있다.

섹시한 매력이 넘쳐나고 노래를 끝내주게 잘 부르는 아일랜드 남자 제리. 제리가 세상에 전부라고 생각하는 애교 투덜이 뉴욕 여자 홀리. 다른 커플처럼 때론 싸우고, 심하게 다투지만 제리는 화가 난 그녀를 웃게 하기 위해서라면 스트립쇼도 불사한다. 달콤한 노래는 물론이다. 홀리 역시 그와 함께라면 그 어떤 것도 두려울 것이 없다. 제리가 병에 걸리기 전까진.

“절대 너를 떠나지 않을 거야”라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던 제리가 뇌종양으로 죽은 뒤, 홀리는 모든 의욕을 잃게 된다. 그의 핸드폰에 전화를 걸어 그의 목소리를 듣고, 그와 함께한 집에서 그의 체취를 찾으며 미치도록 그리워하는 홀리. 30번째 생일을 맞이한 홀리에게 죽은 제리로부터 선물이 도착한다. 죽기 전 제리가 남겨둔 몇 통의 편지다. 몇몇의 미션 그리고 선물과 함께. 그녀가 감정을 추스르고 일어설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 영화 ‘P.S I love you’ 스틸컷

 

아일랜드 남자에 대한 로망이 생긴 게 이 영화 때부터인 것 같다. 제리는 비록 일찍 홀리 곁을 떠났지만 “절대 너를 떠나지 않을 거야”라는 약속을 지킨다. 편지를 통해 항상 옆에 있는 것처럼 그녀를 외롭지 않게, 홀로 설 수 있게 세심하게 챙긴다. 제리와 홀리가 좋아하던 노래 가사처럼 “I love you till the end~(당신을 내 목숨이 다하는 그 날까지 사랑합니다).”

제리 못지않게 홀리 또한 매력이 넘치는 뉴욕여자다. 그녀의 주변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좋은 친구들, 엄마, 그녀와 사랑에 빠지는 많은 남자들. 엉뚱하고 솔직하지만 사랑스럽고 귀엽기만 하다. 특히 이 역할을 맡은 힐러리 스웽크는 행복함과 공허함, 극과 극의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홀리는 제리의 장례식 후 유골함을 들고 홀로 집에 돌아온다. 항상 그와 싸우던 침실, 같이 눕던 소파, 바삐 움직이던 거실 등, 하지만 그 곳에 더 이상 제리는 없다. 그 공허함을 힐러리 스웽크는 너무나도 소름끼치게 연기했다. 순간 그녀에게 완전히 감정이입이 됐다.

홀리와 그녀의 친구들은 제리의 편지에 쓰인대로 그의 고향 아일랜드에 놀러가게 된다. 그가 자주 가던 술집도 가고, 그녀가 원하던 낚시도 하고, 새로운 남자도 만나본다. 돌아와 그녀는 마지막 편지를 받는다.

“내 인생의 전부는 당신이었지만, 당신 인생에서 나는 일부분일 뿐이야. 이쯤해서 마지막 중대임무를 하달하겠다. 다시 사랑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 말 것.”

요즘은 4쌍 중 1쌍이 이혼을 하는 시대다. “죽음이 두 사랑을 갈라놓을 때까지…”란 말은 잊힌 지 오래며, ‘진정한 사랑’ ‘순수한 사랑’을 한다는 것도 옛날 얘기만 같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제리의 말처럼 다시 사랑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메시지는 물론 아름다운 배경, 뛰어난 연기, 탄탄한 내용까지 모든 걸 전부 갖춘 로맨틱하고 가슴 찡한 영화 ‘P.S I love you’를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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