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진흙탕’ 싸움

이 정도면 ‘폐족’ 수준이 아니다. 과거 상도동계나 동교동계, 친노무현 그룹을 비롯 친이명박계, 친박근혜계가 모두 ‘권불십년’을 입증했지만 보수 정치권이 지금처럼 참담한 모습을 보인 적은 없었다.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6월 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보수’를 기치로 내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비참했다. 두 당은 각각 14.5%와 6.2%를 기록하며 민주당의 53.6%와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각각 전대를 개최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이 역시 ‘진흙탕 싸움’과 ‘제자리 머물기’에 그치며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위기의 보수정치권을 살펴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수 정치권을 궤멸시켰다”는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의 말은 단순한 예언이었을까.

보수 정치권을 향한 민심이 여전히 차갑다. 지난 5월 장미 대선은 작은 희망을 보여주긴 했지만 역대 대선과 비교해 볼 때 참혹한 성적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보수를 깃발로 내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모두 합쳐도 20%대를 간신히 넘고 있다.

그 동안 한국 정치사를 대표했던 굵은 줄기가 ‘고사’의 위기에 처한 것이다. 대선 패배 이후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오히려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터져나오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몰락은 ‘보수정치권’ 전체를 뒤흔들어놨다. 도덕성과 국민소통능력, 그리고 정치력 모두 ‘낙제’ 점수를 받으며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최순실 사태 이후 보수정치권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분열되며 ‘각자생존’의 길을 걸었지만 대선에서 참패하며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양당은 각종 정책이나 노선 고민에서도 ‘평행선 관계’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자유한국당 내 친박계는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고, 이에 앞서 보수를 대표했던 친이계는 대표주자를 찾기 힘들 정도로 몰락했다. 4대강 사업 등이 수술대에 오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입지마저 위험해질 수 있다.
 

김무성 ‘이상징후’

양 당 내부를 보면 미래는 더욱 어둡다. 바른정당은 최근 자강론자인 이혜훈 의원을 새로운 대표로 선출했다. 사실상 보수세력의 통합이 요원해졌음을 의미한다. 이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에선 저희 중심으로 선거를 치르는 구도가 나올 것”이라며 선전포고를 날렸다.

정병국 바른정당 전 대표는 여기에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측근을 통해 바른정당 합류를 타진했다’며 기름을 부었다. 홍 전 지사가 한국당 대표 경선에 참가중이어서 논란은 더욱 거셌다.

홍 전 지사 측근인 윤한홍 의원은 이와 관련 “정 의원의 허무맹랑한 거짓 주장은 한국당 대표 경선에 개입하려는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공개사과를 촉구했다.

하지만 바른정당의 태도는 확고했다. 바른정당은 “정 전 대표의 주장이 사실일 것”이라며 자유한국당의 심장을 정조준했다. 홍 전 지사와 바른정당의 관계가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보수세력의 분열은 한동안 고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는 자유한국당 내 상황도 악재다. 대선 후보로 나섰던 홍 전 지사는 자신의 상대인 원유철, 신상철 의원을 ‘애들’로 표현하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반대측에선 “홍 전 지사가 갈 데까지 갔다”며 “이대로는 설사 경선에서 이겨도 갈등이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홍준표계와 비홍준표계의 세력 다툼이 극심해질 것이라는 게 당 관계자의 전망이다. 영남권을 텃밭으로 삼고 있는 만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대결이 극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얼굴 마담을 선출했지만 바른정당 상황도 녹록한 것은 아니다. 이미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일부 의원들이 대거 탈당하는 등 ‘난리’를 겪은 바 있다. 친유승민계와 친김무성계의 기싸움도 여전히 뇌관이다.

한편에선 친김무성계 세력의 집단 이탈설이 나오고 있다. 김무성 의원은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최근 전당대회에도 불참했다. 당내 최대 이벤트라 할 수 있는 전당대회에 불참한 만큼 김 의원이 또 다른 ‘독자세력화’를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날개를 심하게 다친 보수정치권이 새로운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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