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군함도’

▲ 영화 '군함도' 포스터

 

(위클리서울=정다은기자) 군함도는 일본 나가사키 현 나가사키 항에서 남서쪽으로 약 18km 떨어진 곳에 있는 섬이다. 원래 이름은 ‘하시마(端島)’. 일본의 해상군함 ‘도사’를 닮아 ‘군함도(軍艦島)’라 불린다. 남북으로 480m, 동서로 160m, 축구장 2개만한 크기의 인공 섬으로 섬 전체가 탄광이며 갱도는 해저 1000m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세기에 석탄의 존재가 확인된 이후, 1890년부터 미쓰비시 기업의 소유가 되었다. 1960년 이후에는 주요 에너지가 석탄에서 석유로 바뀌어 감에 따라 군함도 역시 쇠퇴해갔다. 1965년 미츠세 구역의 신광이 개발되어 일시 회복되었지만, 1970년대 이후 에너지 정책의 영향을 받아 1974년 1월 15일 폐산, 군함도는 무인도가 되었다.

군함도는 태평양 전쟁 이후 1940년부터 1945년까지 수많은 조선인들이 강제 징용당한 곳이다. 일제 강점기, 석탄을 생산할 인구수가 부족하자 일본 정부는 1938년 공표한 국가총동원법을 근거로 한국의 젊은이들을 강제 징용했다. 조선인들에게 ‘지옥섬’ 또는 ‘감옥섬’이라 불렸다. 평균 45도 이상의 고온이었으며 가스 폭발 사고에 노출되어 있었다. 허리조차 펼 수 없는 비좁은 공간이었기에 체구가 작은 어린 소년들이 강제 징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노동 환경이 열악한 해저 탄광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은 하루 12시간 이상 채굴 작업에 동원되었다. 이 중 일부는 부적합한 채굴 조건으로 인해 병에 걸리거나 탄광 사고, 영양실조 등으로 사망했으며 도망을 시도하다 바다에 빠져 익사하기도 했다. 1943년에서 1945년 사이 약 500~800여 명의 조선인이 이곳에 징용되어 강제 노동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들 중 섬에서 사망한 이들은 공식 집계 134명, 누락되거나 은폐된 사망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2015년 7월 5일, 일제 강점기 조선인들이 강제로 노역한 하시마 탄광 등 일본의 근대산업시설 23곳이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 메이지 산업혁명: 철강, 조선 그리고 탄광산업’이라는 이름의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등재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은 강제 노역이 동원됐다는 역사적 사실의 반영을 놓고 막판까지 서로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고, 일본 정부는 ‘각 시설의 전체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하라’는 유네스코의 권고를 받아들여 극적으로 군함도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수 있었다. 일본 측은 1940년대 조선인들의 강제 노역을 인정하고 해당 시설의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안내 센터 설치 등을 약속했고, 2017년 12월 1일까지 이를 실행, 그 결과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보고하기로 했다. 하지만 등재 이후 약 2년 가까이 흐른 현재까지 그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다. 하시마를 소유하고 있던 미쓰비시 사(社) 역시 과거 하시마에서 강제 노역한 미국인 포로와 중국인 노동자들에게 사과하며 역사적 책임을 인정한다고 발표했지만 조선인에 대해서는 사과도, 보상도 없었다. 현재 군함도는 강제 징용이라는 역사적 사실은 지워진 채, 일본 근대화의 상징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관광지로만 홍보되고 있다.

영화는 개봉 전부터 논란의 중심이 됐다. 엄청난 혹평이 쏟아졌고 SNS에선 난리가 났다. ‘역사 영화의 기본도 되어있지 않은 영화’ ‘과도한 스크린 점유율이 부른 참사’ ‘이 영화가 너무 부끄러울 따름이다’ 등등. 개봉 전에도 개봉 이후에도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물론 호평도 이어진다. ‘군함도에 대해 다시 한 번 재조명해주는 영화’ ‘가슴 먹먹해지는 영화’ ‘혹평이 왜 나오는지 이해가 되지 않다’ 등등.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의 날’로 영화를 반값에 볼 수 있다. 이번 달 문화의 날은 ‘군함도’의 개봉일이기도 해서 미리 예매를 했다. 개봉 하루 전인데도 벌써 빈자리 찾기가 힘들다. 논란의 덕인가… 그래 똥이든 된장이든 일단 봐야 아는 거니까! 어차피 반값에 보는 거 속는 셈치고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광복 직전인 1945년 일제강점기. 경성 반도호텔 악단장 강옥(황정민)과 그의 하나뿐인 딸 소희(김수안). 그리고 종로 일대를 주름잡던 주먹 칠성(소지섭), 일제 치하에서 온갖 고초를 겪어온 말년(이정현) 등 각기 다른 사연을 품은 조선인들이 일본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군함도로 향한다. 하지만 그들이 함께 탄 배가 도착한 곳은 조선인들을 강제 징용해 노동자로 착취하고 있던 ‘지옥섬’ 군함도.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조선인들이 해저 1000미터 깊이의 막장 속에서 매일 가스 폭발의 위험을 감수하며 노역한다.

강옥은 어떻게든 일본인 관리의 비위를 맞춰 딸 소희만이라도 지키려 하고, 칠성과 말년은 각자의 방식으로 고통스런 하루하루를 견뎌낸다.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자 광복군 소속 OSS 요원 ‘무영’(송중기)은 독립운동의 주요인사 구출 작전을 지시 받고 군함도에 잠입한다.

일본 전역에 미국의 폭격이 시작되고 패색이 짙어지자 일본은 군함도에서 자신들이 저지른 모든 만행을 은폐하기 위해 조선인들을 갱도에 가둔 채 폭파하려고 한다. 이를 눈치 챈 무영은 강옥, 칠성, 말년을 비롯한 조선인 모두와 함께 군함도를 빠져나가기로 결심한다.

▲ 영화 '군함도' 스틸컷

SNS 등에서 쏟아지던 혹평과는 달리 좋은 부분도 꽤 보였다. 물론 그 짧은 상영시간 안에 군함도의 비극과 아픔을 다 담아내기엔 역부족이었을 터. 하지만 영상과 미술적인 부분은 역사와 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 치고 꽤 잘 만들었다. 스케일이 크고 위화감도 없었다. 고립된 섬을 잘 표현해냈다.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싶은 숙소, 쓰레기와 다름없는 식사들, 모든 것이 일본인 통제 하에 있어야만 했던 생활 등, 당시 상황을 최대한 재연해내기 위한 노력이 엿보였다.

특히 눈길을 끄는 한 인물. 그는 영화 전체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줬다. 소희 역할을 맡은 김수안이다. 어린 나이임에도 톱스타급 배우들 사이에서 그는 단연 돋보였다. 찰지고 능청맞은 연기로 관객들을 웃기고 울렸다.

안타까운 점. ‘지옥섬’이란 말에 어울리게 더 극한으로 표현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영화 속 사람들은 마치 군함도에 익숙해진 듯 잘 적응해 사는 것 같아 보였다. 어린 소년들을 비롯 사람들이 쉴 새 없이 죽어나가고,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쉬는 시간 없이 주먹밥 두 개만 먹으며 일하는 끔찍한 상황. 그런데 그런 극한 상황들이 너무 짧게 다뤄진 게 아닌가 싶다.

김수안을 제외한 다른 기라성 같은 스타급 배우들의 부조화도 아쉬웠다. 우선 류승완 감독과 여러차례 호흡을 맞춰온 황정민은 여태껏 보여준 작품들의 캐릭터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냥 무난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부성애를 보여줘야 하는 장면에서도 진한 감동이 묻어나지 못했다.

그래도 소지섭과 송중기에 비하면 그는 양반이다. 현대 도시남의 세련된 이미지를 지닌 둘은, 한마디로 이 영화와 전혀 어울리지 못했다. 엄청난 인기를 얻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이어 또다시 군복을 입은 송중기. 드라마에서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각인됐던 걸까. ‘유시진 대위’가 그대로 역사 속 군함도에 들어와있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어색했다.

소지섭도 마찬가지. 우리에게 익숙한 그의 모습은 항상 잘빠진 정장을 입은 카리스마 있는 도시남자다. 영화를 보는 내내 자꾸 그 도시남자가 연상돼 몰입이 어려웠다.

대체적 줄거리와 영상미는 좋았지만 한국 영화에서 중요한 건 연기력이다. 하지만 연기력을 논할 수 없을 정도로 어색했다. 떠오르는 단어는 미스 캐스팅!! 차라리 튀지 않는, 인간적 모습의 연기력 뛰어난 배우를 캐스팅 했다면 훨씬 낫지 않았을까. 인기 많은 톱스타급 배우들로 이목을 끌려했던 감독의 과한 욕심이 아니었나 싶다.

‘재밌다’라는 표현은 실례가 된다. 단순히 하나의 영화로 따지기보다는 군함도에서 일어난 비극, 그 당시 사람들의 아픔을 다시 한 번 재조명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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