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는 최근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임 시절 온라인 여론조작을 위한 ‘댓글 부대’가 최대 30개까지 운영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 다시 한 번 논란에 휩싸이면서 검찰 수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과거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을 맡았다가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겪으며 좌천당했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번 사건을 맡을 가능성이 높아 정치권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심장을 정조준하고 있는 이번 조사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미칠지 전망해 봤다.

 

‘설마’ 했지만 ‘역시나’였다.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TF는 “향후 면밀한 추가조사로 국정원법상 정치관여, 직권남용 등 위법 여부까지 검토하겠다”며 엄단 의지를 분명히 했다.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이 문제가 된 것은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다. 그 때마다 ‘반성’과 ‘변화’를 부르짖었던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이명박 정권과 당시 여당의 승리를 지원했다는 의혹이 확인된다면 그 파장은 메가톤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을 비롯 청와대 관계자 등 원 전 원장의 ‘윗선’까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미 최순실 사태로 ‘초토화’됐던 구 여권은 또 다시 긴장감에 휩싸이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TF의 발표 내용에 대해 당장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TF의 확인 결과는 현재 진행 중인 원 전 원장의 대선개입 의혹 파기환송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1심은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보고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으나 2심은 선거법 위반까지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바 있다.

이후 대법원은 2015년 7월 핵심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2심 결론을 깨고 서울고법에 돌려보내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그 동안 루머로만 떠 돌았던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또 다시 보여주는 대목이 될 것”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심리전단’ 역할 관심

TF가 확인한 내용은 충격적이다. 이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이 2012년 대통령선거 직전 ‘민간인 여론조작팀’ 3500명을 조직적으로 운영했다는 것이다. 한 해 예산만 30억원을 쓰고 특수활동비까지 활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정원의 여론조작 작업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른다면 기관 자체의 운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이에 따르면 국정원은 2009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민간인으로 30개 팀을 운영하며 인건비로 한 달에 2억5000만~3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정원 내부에선 이를 ‘사이버외곽팀’으로 부른 것으로 확인됐다.

TF 등에 따르면 국정원 심리전단에서 이를 관리했는데 2012년 한 해 동안 국정원이 민간인을 동원해 인터넷상 여론조작을 위해 지급한 돈만 30억원에 이르렀다는 후문이다.

TF 조사 결과 심리전단은 2009년 5월 다음 '아고라' 대응 외곽팀 9개를 신설했고,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2011년 1월에는 알파팀 등 외곽팀을 24개로 확대 운영하는 등 대선을 앞두고 폭을 확대했다.

2011년 8월에는 사이버 대응 업무 효율성 제고를 목적으로 24개 팀을 다음 ‘아고라’ 담당 14개 팀, 4대 포털(네이버․다음․네이트․야후) 담당 10개 팀으로 재편할 정도로 계획적이었다.

트위터에 대응하기 위한 외곽팀도 만들었다. 2011년 3월 신설해 2012년엔 4월 4개 팀에서 6개 팀으로 늘어났다. 사이버외곽팀 대부분은 별도 직업을 가진 예비역 군인, 회사원, 주부, 학생, 자영업자 등 보수․친여 성향 지지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개인시간에 활동하며 사이버공간 여론을 조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국정원의 심리전단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도 추가 규명할 예정이다. 국정원은 또 특수활동비를 이용해 이명박 정부의 주요 지지층 등을 파악하는 여론조사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은 2011년 2월 여론조사 업체를 동원해 ‘2040세대의 현 정부 불만 요인’ 등에 대해 자체적인 여론조사를 했다. 이를 근거로 정권의 대응 방향 등을 조언하는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제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일보가 보도했던 ‘SNS의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2040세대의 대정부 불만요인 진단 및 고려사항’, ‘손학규, 우상호, 박원순 관련 동향보고’ 등 8건의 정치개입 문건도 청와대에 보고되는 등 MB 정권과의 연관성이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정권 핵심을 향해 정조준하고 있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이 최종적으로 어디를 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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