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았던 ‘와신상담’

안철수가 돌아왔다. 방식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비슷하게 당권 도전을 빌렸다. 안 전 대표는 최근 “당을 살리기 위해 저를 버리겠다”면서 정치권 귀환을 본격적으로 알렸다. 대선은 끝났지만 각 당의 후보들은 여전히 각 당의 큰 손들이다. 홍 대표의 경우 “자유한국당을 살리고, 대한민국 보수우파를 재건하겠다”며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고 여유있게 당선된 바 있다. 당내 분위기 상황은 다르지만 정치권 복귀를 선언한 안 전 대표의 연착륙이 가능할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당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에 스스로를 버리기로 했다”

안 전 대표는 스스로를 안중근 의사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순국한 안 의사의 심경으로 당을 살리고 정치를 살리겠다는 의지다.

그는 “지난 백여일 간의 괴로운 성찰의 시간은 물러나 있는 것만으로 책임질 수 있는 처지가 못 됨을 깨우쳐줬다”며 복귀를 선언했다. 국민의당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안 전 대표의 복귀 선언은 당 안팎으로 파장이 적지 않다.

역대 대선에서 패한 후보들은 1, 2년 정도 자성의 시간을 가지며 와신상담하다 결정적인 시기 복귀하는 형태를 취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국 유학이 그랬고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장시간 해외에 머물렀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정동영 의원도 미국에서 1년 정도 지내도 복귀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홍 대표와 안 전 대표 모두 조기 복귀를 선언하면서 정국의 또 다른 변수로 떠 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대선에서의 참패가 충격적이어서 마음의 여유가 없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두 사람 모두 현역 의원이 아니라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최순실 사태 이후 비정상적인 상황 속에서 선거가 치러진데다 내년 지방선거도 남아 있어 초조감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선투표제’ 수면 위로

하지만 홍 대표의 경우처럼 ‘안착’이 쉽지만은 않다. 한국당의 경우 혁신선언문에도 불구하고 내부 잡음이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아예 출마에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동교동계 일각에선 안 전 대표의 출당도 거론하고 있을 정도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이와 관련 “40명 의원 가운데 30명 이상이 출마를 적극 만류하고 있다”며 안 전 대표가 출마를 철회하도록 계속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당선된다 하더라도 안 대표가 제대로 된 리더십을 보여주기 어려울 거라는 얘기도 여기서 나온다.

하지만 안 전 대표측 마음도 급한 상황이다. 내년 6월 실시되는 지방선거에 대비하기 위해선 무언가 교두보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측에선 당권 획득에 이어 서울시장이나 보궐선거에 출마해야 한다는 얘기도 없지 않다.

바른정당 등 중도세력고의 정책연대를 위해서라도 뒷짐지고 지켜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그 간 대선 과정에서 안 전 대표를 도왔던 적지 않은 인사들이 지방선거를 준비중에 있는 것으로 안다”며 “보은 차원에서라도 가만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박원순 서울시장도 차기 선택으로 연임 도전과 보궐 선거 출마 등을 염두에 두고 있어 두 사람의 경쟁이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안 전 대표가 앞으로 ‘새 정치’에 대한 분명한 색깔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핵심 변수다. 안 전 대표가 모험수를 던진 만큼 이번에 당선되면 확실한 모습을 선보일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편에선 안 전 대표가 부신사장이나 충남지사 등 다른 곳을 노일 것이란 시나리오도 회자되는 상황이다. 바른정당 소속인 남경필 경기지사와 경쟁하는 방안도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안 전 대표의 당권 도전 선언으로 당 내부도 요동치고 있다. 당장 출마를 고민 중이던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등이 신중 모드로 돌아섰다. 안 전 대표가 출마할 경우 당 분열이 시작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결선투표제에 대한 논의도 다시 시작됐다. 다자 구도로 치러지면 안 전 대표가 유리한 상황인 만큼 양강 구도를 형성할 수 있는 결선투표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 오른 것이다.

이미 당권 도전을 선언한 천정배 전 대표, 정동영 의원 등이 안 전 대표와의 경쟁을 감안해 결선투표제를 수용할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천 전 대표 측은 “우리는 결선투표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는데 안 전 대표 측이 호남 대 비호남으로 양자구도가 되면 힘들 것 같아 반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의원측은 크게 고민하지 않고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우여곡절 끝에 ‘귀환’을 선언한 안풍이 국민의당의 미래와 내년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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