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 박석무

기독교인들이라면 예수 같은 성인이 되고 싶은 꿈을 꾸면서 살아가고 불교신자들은 석가모니 같은 성인이 되는 꿈을 버리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그렇다고 일반인으로 성인이 되는 일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유교를 신봉하거나 유학(儒學)에 대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야 당연히 공자 같은 성인이 되기를 꿈꾸지만, 공자는 요(堯)나 순(舜), 주공(周公) 같은 자기 이전의 성인이 되는 꿈은 버리지 못했기 때문에 공자 제자였던 안연(顔淵)은 순(舜)임금 같은 성인이 되겠노라는 각오를 가슴에 품고 살아갔습니다.
 
그래서 조선의 대현(大賢)이었던 율곡 이이 선생은 한창 젊은 시절에 「자경문(自警文)」이라는 글을 지어 “우선 뜻을 크게 품어 성인이 되겠다는 것으로 준칙을 삼아야 한다. 털끝만큼이라도 성인의 경지에 미치지 못하면 나의 평생사는 끝나지 않았다고 여기겠다.(先須大其志 以聖人爲準則 一毫不及聖人 則吾事未了)”라는 굳은 결심을 토로한 바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뜻을 크게 품고 요순이나 주공이 되겠다는 공자는 만인이 우러러보는 성인이 되어 ‘지성(至聖)’에 이르고 안연이나 맹자(孟子)도 성인급에 올라 ‘복성(復聖)’, ‘아성(亞聖)’이라는 호칭을 얻었습니다.
 

▲ 다산 정약용

다산 선생도 성인이 되고 싶은 꿈을 버린 적이 없습니다. 다산의 일생 공부와 학문연구는 어떻게 해야 요순정치를 펼 수가 있고 성인의 등급에 오를 수 있을 것인가에 있었습니다.
 

어려서는 성인(聖人) 배울 생각했는데
중년에는 차차 현인(賢人)되기 바랐네
늙어가니 보통 사람임도 달게 여기나
근심 걱정 밀려와 잠 못 이루네
弱齡思學聖
中歲漸希賢
老去甘愚下
憂來不得眠
(憂來 十二章)

 
나이 들어가면서 다산의 꿈은 폭이 좁아져 갔음을 스스로 자백하는 시를 읊었습니다. 그러나 다산은 여러 곳에서 나이가 들어가면서 ‘희현유로(希賢有路)’라는 말을 사용하여 현인 되는 희망은 버리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음을 실토했습니다. 1910년 다산 사후 74년째에 나라는 끝내 망했는데 망국의 직전, 순종 황제는 다산이 현인에 가까운 학자의 지위에 이르렀음을 국가가 인정해주는 ‘문도(文度)’라는 시호를 내렸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시의 원문에는 ‘우하(愚下)’라는 어리석고 우둔한 사람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우하’의 인간들이 우주를 지배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성인이나 현인의 수준이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어떻게 해서라도 높은 지위에만 오르고,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돈만 많이 벌면 성인 대접도, 현인 대접도 받을 수 있다는 속물(俗物) 인간들이 득실거리는 세상이 오늘입니다.
 
다산 같은 현인도 자신을 ‘우하’라 생각했는데, 우리 같은 속물 인간들은 우리를 무엇이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우리 모두 속물근성에서라도 벗어나 ‘인양자(人樣子)’ 즉, 인간의 기본 모습과 착한 품성을 지닌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하에서 현인으로, 현인에서 성인으로 올라간 옛 어진 이들의 길을 따라 우리 함께 그런 길을 가보면 어떨까요.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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