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시보기> ‘세 얼간이’(2011년 개봉)

인생 살며 이런 친구 한명 만났다면 성공한 인생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영화 보는 내내 느꼈다. 친구, 삶, 꿈, 가족, 가치관…이 모든 걸 다시 한 번씩은 돌아보게 됐다.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많은 생각이 들게 했다. ‘죽기 전에 꼭 봐야 되는 영화.’ 그 수식어가 붙는 이유를 알겠다. 영화 ‘세 얼간이’(2011년 개봉)다.

인도 영화다. 처음 접한 인도 영화는 ‘블랙’(2009년 개봉)이었다. 영어나 일본어, 중국어 혹은 불어로 된 영화만 보다가 접하게 된 인도 영화. 언어와 문화는 생소하고 낯설었다. ‘블랙’을 보고나선 생각이 달라졌다. 다른 나라 영화에서 이런 내용을 다뤘다면 유치뽕짝이었을 것이다. ‘블랙’은 진한 감동과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매력이 있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몇 시간을 끓여 우려낸 진한 사골 같았다.

‘세 얼간이’ 역시 그랬다. 2011년에 봤으면 달랐을지 모르겠다. 지금 와서야 보니 내용은 유치하다. 이런 유치한 내용으로 171분짜리의 영화를 만들다니…. 처음의 생각은 그랬다. 인도 영화 특유의 춤과 노래로만 채우는 느낌. 지루했다. 내용도 유치한데 이 촌스러운 음악과 춤, 오버스러운 연기까지. 분명 사람들이 ‘죽기 전에 봐야 될 영화’라며 추천해줬는데…. 일단 지루함을 참고 계속 봤다. 영화가 끝났다. 진한 감동이 밀려왔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멍 때리는 필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인도의 명문공과대학 ICE에 란초(아미르 칸)란 학생이 전학 온다. ICE는 성적과 취업이 중요한, 그리고 주입식 교육으로 유명한 명문대학교다. 란초는 전학 처음부터 군기 잡는 선배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그의 활약의 시초다. 교수님의 교육방식에 저항하며 인도교육 그리고 사회에 만연해 있는 수많은 규정들에 저항한다.

공학도로 살라는 아버지의 명령으로 ICE에 오게 된 파르한(마드하반), 가난한 집을 되살리기 위해 ICE로 온 라주(셔먼 조쉬). 란초는 이 둘과 룸메이트가 되면서 친해진다.

걱정 많은 파르한과 라주에게 란초는 ‘모든 것이 잘 될거야 (All is well 알 이즈 웰)’의 유래를 알려주며 모든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용기를 준다. 그들이 만나 함께 시련을 겪고 조금씩 성장하는 이야기를 회상 신으로 다룬 성장영화다.

우선 든 생각은 이것이다. 란초 같은 친구가 과연 나에게 한명이라도 있을까. 아직까진 아쉽게도 찾지 못한 것 같다. 방황하고 있을 때 함께 방향을 찾아주고, 힘들 때 달려와주고, 아픔을 함께 함께 느껴주며, 기쁠 때도 옆에 있어주는 친구.

반대로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친구가 되어본 적은 있나 생각해봤다. 란초 같은 친구가 없다면 내가 그런 친구가 되면 되는 것이다. 친구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힘들 땐 옆에 있어주고, 위태로운 상황에도 발 벗고 나서주는 그런 친구. 란초와 대립되는 교장선생님이 결국 그를 인정하듯 마지막엔 긍정적 결말을 얻지 않을까.

 

▲ 영화 ‘세 얼간이’ 스틸컷

 

두 번째로 꿈에 대해 생각했다. “마이클 잭슨의 아버지가 아들더러 복서가 되라고 했다면, 무하마드 알리의 아버지가 아들더러 가수가 되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그건 재앙이지” “공부는 부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성취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너의 재능을 따라가 봐. 그럼 성공은 뒤따라 올 거야!” 란초의 대사다.

인도는 IT 강국이다. 영화를 보면 엔지니어들이 대접받는 국가란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도 그렇듯 자식이 대접받는 직업을 갖길 바라는 부모들. 그 앞에서 파르한은 갈망한다. 사실 그는 꽤나 괜찮은 사진 실력을 갖고 있다. 사진작가를 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기대와 압박 때문에 흥미도 없는 ICE를 배운다. 란초는 그에게 자신감을 불어주고 아버지 앞에서 꿈을 말하게 한다. 파르한은 부모님에게 속 얘기를 꺼낸다. 결국 부모님은 그의 열정과 진심을 알고 맘을 바꾼다.

라주는 무너지는 가정의 가장으로서 반드시 좋은 회사에 취업을 해야 되는 압박감을 갖고 있다. 가장이라는 책임감과 꼭 성공해야 된다는 압박감에 겁쟁이가 된 라주. 기숙사 방에서 까지 신을 모시고 매일 기도를 한다. 결국 란초 덕분에 그런 불안감을 떨쳐내고 스스로 일어선다.

얼핏 보면 단순히 란초에 의해서만 그들이 잘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본인들의 모터를 가지고 있었다. 작동을 할 줄 몰랐을 뿐. 란초의 모터를 보고 스스로 작동법을 깨우친 것이다.

과연 내가 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이 길이 내가 원하고 사랑하는 길인가. 돌이켜보게 됐다.

이 영화는 개봉 당시 최대 이슈였던 ‘아바타’(2009년 개봉)를 누르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3D라는 신선한 충격을 줬던 영화를 단순히 코미디, 드라마 장르로 누르다니…. 유치뽕짝으로 가득 찬 이 영화가 진가를 보여준 것이다.

‘세 얼간이’야말로 몇 날 며칠 푹 고아낸 사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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