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파문, 어디로…

살충제 계란 파문이 그치지 않고 있다. 정부의 대책은 허술하기만 하다. 소비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살충제 계란은 또 발견됐다. 농식품부의 전수조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 2곳에서다. ‘닭 다이어트’ 요법이라고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아예 계란을 기피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계란 값도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민족대명절 추석은 다가온다. 계란이 힘들다.

“지난해 10월 농산물품질관리원의 고시 개정으로 무항생제 인증농장(친환경농장)에서는 유기합성농약 및 화학농약 사용이 금지됐다. 하지만 팜한농은 고시 개정 이전에 농관원으로부터 받은 사용 문의 관련 답변을 이용해 산란계 농가들에게 ‘와구프리’를 판매할 때 무항생제인증 농장에서 사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했다.”

 

 

윤소하 의원(정의당)의 얘기다. 윤 의원은 지난 5일 대한양계협회, 농민의 길(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한국가톨릭농민회,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윤 의원은 계란 살충제 파동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팜한농의 ‘와구프리’ 불법영업 및 판매를 꼽았다.

윤 의원은 “지난해 10월 농산물품질관리원의 고시 개정으로 무항생제 인증농장(친환경농장)에서는 유기합성농약 및 화학농약 사용이 금지됐다”며 “하지만 팜한농은 고시 개정 이전에 농관원으로부터 받은 사용 문의 관련 답변을 이용해 산란계 농가들에게 ‘와구프리’를 판매할 때 무항생제인증 농장에서 사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이 같은 사실여부를 파악하지 않은 채 도비지원과 국비지원사업으로 ‘와구프리’ 제품을 산란계 농가들에게 보급한 지자체가 문제”라며 “이번 계란 살충제 파동 때 실시한 살충제 전수조사 결과 부적합 49건 중 37건이 팜한농이 판매한 ‘와구프리’ 사용 농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계란 살충제 파동에서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판매처인 팜한농과 농가들에게 보급한 지자체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모든 책임을 농가에만 떠넘기고 있다”면서 “이들에 대한 수사 및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통중인 계란서 또 살충제 성분이…

이런 와중에 시중에 유통 중인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추가로 발견됐다. 지난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전통시장과 온라인쇼핑몰 등 취약지대 유통 계란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두 농가의 제품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고 밝혔다.

추가로 발견된 살충제 잔류 계란은 경남 양산에 있는 한 농장과 경북 김천의 한 농장서 생산된 것이다.

양산의 농장 계란(난각코드 15058)에서는 비펜트린이 kg당 0.24mg 검출됐다. 기준치(kg당 0.01mg)보다 24배나 많은 양. 김천의 ‘기가찬 신선란’(난각코드 14제일)에서는 피프로닐이 kg당 0.01mg 검출됐다. 피프로닐의 국제 잔류 기준치는 kg당 0.02mg이지만 국내에선 사용 자체가 금지돼 있다.

두 농가는 지난달 농식품부의 전수조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52곳의 농장에 포함되지 않았다. 식약처는 “양산 농장 계란은 지난달 25일, 김천 계란은 지난달 17일 산란된 계란”이라며 “현재 살충제 검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농가 계란은 전량 폐기하고, 유통 중인 계란도 전부 회수해 폐기했다”고 밝혔다.
 

다이어트로 살충제 배출?

한편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산란계 농장들이 닭 체내에 함유된 독성을 조기 배출하기 위해 먹이를 대폭 줄이는 ‘다이어트’ 요법을 썼으나 낭패를 보고 있다.

지난 3일 기준, 기준치를 웃도는 양의 성분이 검출되면서 출하를 중단했던 전국 52개 산란계 농장 중 33개 농장이 허가를 받아 계란 유통을 재개하면서 살충제 계란 파문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계란 출하를 위해 살충제 성분 검사를 요청, 대기 중인 농장도 있다.

그러나 체내에 쌓인 살충제 성분을 서둘러 배출시키겠다며 ‘닭 다이어트’에 나선 농장들은 오히려 상황이 나빠졌다. 사흘에 한 끼의 사료만 먹이는 극단적 방식인데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한 닭들은 정상적으로 알을 낳지 못한다. 사흘간 40개씩의 계란이 있어야 축산 당국에 살충제 성분 검사를 요청할 수 있는데 굶주리다 보니 이 기준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가운데 계란 가격은 급락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고병원성 조류독감(AI)이 확산되면서 한판(30개)에 1만원을 웃돌았지만, 살충제 계란 여파로 소비자들의 계란 기피가 이어지면서 평년 수준으로 회복하는 모습이다.

‘살충제 파동’ 여파로 계란 값이 뚝뚝 떨어지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지난해 말 조류인플루엔자(AI)로 산란계가 대량 살처분되면서 몇 개월째 고공행진을 지속하던 계란 가격이 지난달 중순 이후 보름 만에 20% 가까이 급락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전날 계란 한판(특란, 30개)의 전국 평균가격은 6119원으로 한 달 사이 19.5% 빠졌다. 지난달 유럽에서 논란이 된 살충제 성분이 국내 계란에서 검출되면서 계란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데 따른 것이다. 계란 값은 AI 사태 전인 1년 전 5500여원에 비해 여전히 9.3% 높은 수준이고, 평년대비 7.9% 높다.

그나마 전날 계란 도매가격은 1266원(특란, 10개)으로 평년대비 6.2% 낮은 수준이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28.5%나 떨어졌고, 전주보다는 14% 하락했다.

실제 일부 대형마트에선 계란 소비 감소로 인한 협력업체를 돕기 위해 계란 가격을 일시 인하하고 나섰다. 이마트는 ‘실속란 30개입 중란’을 기존 5780원보다 1800원 저렴한 398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는 할인 행사와 별도로 계란 산지 가격이 계속 하락할 경우 협력업체와 협의를 거쳐 추가 인하도 검토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산지가격이 변동이 없는 이상 더 떨어지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날 계란 산지가격은 지난달 31일부터 대란 1개당 105원으로 변동이 없다. 살충제 계란이 처음 발견된 이후 37%나 빠졌지만, 최근 들어 변동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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