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갈노> 이수호의 일흔 즈음에

 

 

이만하면 참 편안한 편이다 

혈압이 좀 높다고 하나 
매일 아침밥 먹고 맹물로 입 가시 듯 
그렇게 동그란 약 몇 알 털어 넣으면 
뇌출혈 유발하는 고혈압이 나도 모르게 잡히고 
곁들여 부정맥까지 조절된다니 
들이는 공역에 비해 
혜택은 너무 크다 

발가락 무좀 사타구니 습진 
가끔씩 싸르르 뒤틀리는 과민성 대장통 
끼고 살면서 적당히 타협하면 
가끔 지하철에서 중간에 내리는 일은 있어도 
그런대로 견딜만하다 

세 아이 엄마 덕에 잘 자라 
하고 싶은 일 열심히 하고 제 앞가림하면서 
동기 간 이웃 간 우애 있게 지내며 
늘 웃는 낯으로 살아가고 있으니 
더 바랄 게 있겠는가 

아침에 눈 뜨면 아직 몸이 그런대로 가볍고 
신문을 집어 들면 낮은 돋보기로도 
활자가 잉크 냄새 풍기며 또록또록하니 
오늘 하루 복잡한 일도 정리가 된다 

주제 넘는 걱정 하지 말고 
부디 아는 체 하지 말아라 
분수를 알고 스스로 만족해라 
이제 그럴 나이가 되지 않았느냐 
 

 

 

 

 

<전태일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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